윤석열 대통령이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을 신임 금융위원장 후보자로 지명했습니다. 김 내정자는 기재부 경제분석과장, 경제정책국장을 역임했고 거시경제와 금융 전반에 정통한 정책 전문가로 꼽힙니다. 금융당국의 새로운 수장으로 낙점된 그의 앞에는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김 내정자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인선 발표 뒤 열린 브리핑에서 "시장과 소통하면서 금융시장 안정, 금융산업 발전, 금융소비자 보호, 실물경제 지원이라는 목표가 조화롭게 달성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실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리스크를 가장 우선적으로 관리하겠다"고 언급했습니다.
김 내정자가 꼽은 순서대로 보면 금융시장 안정이 가장 첫 번째 과제입니다. 부동산PF는 최근 경제 리스크의 뇌관으로 떠오른 상태입니다. 금융권은 금융당국의 부동산 PF시장의 재구조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이달에는 230조원 규모 부동산 PF 사업장에 대한 사업성 평가가 완료되기 때문에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 할 예정입니다.
금융사들은 엄격해진 사업성 평가 기준에 따라 PF 사업장을 재평가해왔고, 조만간 PF 사업성 평가 결과를 제출합니다. 각 금융사는 사업성 평가 결과에 따라 상반기 말 기준 충당금을 쌓아야 합니다. 금융당국은 이 과정에서 2011년 저축은행 사태나 지난해 새마을금고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써야 하겠습니다.
질서있는 연착륙을 위해서는 부동산뿐만 아니라 가계대출로 얽혀있는 고차방정식을 잘 풀어야 합니다. 장기간 고금리에 가계대출 증가세가 주춤했지만 최근 주택담보대출 위주로 가파르게 치솟았습니다. 지난 5월에만 은행권 가계대출이 6조 가까이 폭등했습니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제동 장치인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도입을 2개월 연기한 바 있습니다.
금융당국으로서는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김 내정자가 나열한 세 가지 중 '금융산업 발전'도 있습니다. 윤석열정부 출범 초기부터 금융산업의 발목을 옥죄고 있는 규제를 풀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 바 있습니다. 초대 금융위원장도 국내 금융사들이 세계 시장에서 아이돌그룹 'BTS'처럼 활약할 수 있도록 새로운 시장을 조성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금리 상승기에 막대한 이자이익을 거둔 은행권에 '이자 장사', '돈 잔치'라는 프레임이 씌워진 이후 이렇다할 성과는 없습니다. 금융사들은 소비자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압박에 조 단위의 상생금융을 출연하고 금리 산정 체계부터 이자 수익 환원까지 각종 추가 규제가 붙은 상황입니다.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과 인터넷전문은행 추가 인가 등을 추진하며 불씨를 지피고 있지만 역부족입니다.
새로운 금융시장 조성을 위해서는 '카카오나 네이버는 되는데 금융사는 안되는', 경계가 허물어졌지만 기울어진 시장을 바로 잡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숙제까지 완성해야 합니다. 임기 중반을 향해 하고 있는 현 정부에서 금융 안정과 산업 발전이라는 큰 역할을 맡게 된 고 후보자. 산적한 금융 현안을 풀어나갈 그의 리더십을 기대해 봅니다.
이종용 금융산업부 선임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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