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과 우유산업)①'0.7명' 쇼크…우유 소비 인구가 준다
역대 최저 출생아 수…유소년 인구 비중↓
분유사업 타격…학교 우유급식 손 떼는 유업체
기업 생존 기로에…"리포지셔닝 절실"
2024-06-03 17:01:28 2024-06-03 19:02:58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심각한 저출생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유업계의 위기감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인구 감소는 우유 소비량 감소로 직결돼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인데요. 주력이던 분유 사업은 이미 휘청이고 있습니다. 건강기능식품 등 다른 사업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치열한 경쟁으로 단기간 성과를 내기 어려운 만큼 유업계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명으로 전년(24만9200명) 대비 7.7% 감소했습니다. 2000년 출생아 수 64만명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며, 10년 전 43만6500명이 출생한 것과 비교하면 반토막 난 수치입니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계속 떨어져 지난해 0.72명을 기록했습니다.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저치입니다. 올해 들어 저출생 기조는 심화하는 모습입니다. 올 1분기 출생아 수는 6만474명으로 1분기 기준 역대 최저를 보였으며 합계출산율 또한 0.76명로 처음으로 0.8명선이 무너진 것입니다.
 
이에 상대적으로 우유, 분유 등 유제품 소비량이 많은 연령대가 점차 줄어들 전망입니다. 1990년 1097만명에 달했던 0~14세 유소년 인구는 지난해 571만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으며, 꾸준히 감소세를 지속해 오는 2072년 238만명까지 축소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구에서 유소년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25.6%에서 △2023년 11%로 감소했고, 앞으로도 △2030년 8.1%(416만명) △2040년 7.7%(388만명) △2072년 6.6%로 쪼그라들 가능성이 큽니다.
 
한 유업체 관계자는 "저출산 심화로 분유 사업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며 "일반 우유는 성장기 아이들의 섭취량이 국민 평균치보다 높은 편이라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저출생과 그에 따른 학생 수 감소 여파는 이미 유업계를 비롯한 식품업계 전반에 나타나고 있는데요. 전체적인 수요 감소와 수입 제품 강세에 LG생활건강은 2022년 분유와 유음료 생산을 중단했으며, 롯데웰푸드와 남양유업은 판매가 부진한 분유 상품을 단종한 바 있습니다. 학령 인구가 줄고 저단가로 우유 급식 사업에서 손을 떼는 업체도 느는 실정입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유업계는 미래 성장 동력 찾기에 분주합니다. 몇 년 전부터 유업체는 우유 관련 제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단백질 음료나 건강기능식품 또는 외식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추세입니다. 낙농가가 모인 협동조합인 서울우유는 신제품 'A2+ 우유'를 내놓으며 프리미엄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유업체의 매출 절반 이상이 흰우유를 비롯한 유제품으로 구성된 만큼 단기간 유가공품을 대체할 캐시 카우를 만들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각 사 사업보고서를 보면 남양유업의 경우 '맛있는 우유 GT' 등 우유류의 매출 비중은 51.1%, 분유류는 19%로, 매출의 70%가 우유·분유류로 이뤄졌습니다. 매일유업은 우유와 분유를 포함한 유가공품이 매출의 62.0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유업체들이 자구책 마련을 위해 신사업을 전개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빛을 보진 못하고 있다"며 "건기식은 제약사에서도 많은 제품을 내놨고, 음료 시장도 이미 선점한 제품이 있는 상태에서 매출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저출생 등으로 우유의 절대 수요가 감소하는 가운데 유업계는 새로운 용도를 찾거나 새 시장을 발굴하는 리포지셔닝이 절실하다"며 "그 길이 쉽지 않을 뿐더러 그전까지 실적 부진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한 대형마트에 우유가 진열돼 있다. (사진=뉴시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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