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 일자리 5년…'상생' 갈림길
1호 광주형 일자리 '광주글로벌모터스'
올해 초 노조 설립 후 금속노조 가입
노사 '상생' 무색…광주형 일자리 존립 기반 흔들려
전문가 "노사민정 새롭게 힘 모아 2기 광주형 일자리 기획"
2024-05-21 14:53:58 2024-05-21 19:49:47
 
[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노사 상생형 일자리 모델인 광주형 일자리가 상생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광주형 일자리 모델로 세워진 광주글로벌모터스(GGM)는 법인 설립 5년을 맞았는데요. 올해 초 GGM에 노동조합이 생긴 데 이어 최근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가입하면서 노사 '상생'이라는 말이 무색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21일 노동계에 따르면 GGM 노조는 조만간 광주글로벌모터스 지회를 출범하고 다음 달 단체 교섭을 본격화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GGM 1노조는 금속노조 가입 찬반 온라인 투표 결과 92.3% 찬성으로 금속노조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금속노조가 GGM의 단체교섭권을 확보하면서 단체 협상에 속도가 붙은 것입니다.
 
GGM은 노사상생형 일자리 모델로 광주형 일자리 1호로 불립니다. 광주형 일자리는 기업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으로 노동자를 고용해 일자리를 만드는 대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거와 문화, 보육 등 '사회적 임금'을 지원하는 방식입니다. 현재 GGM은 광주광역시(21%), 산업은행(10.87%)과 함께 현대차의 출자 (19%)를 받아 자동차 위탁생산하고 있습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가 근로자의 날인 1일 오전 광주 서구 광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광주글로벌모터스 노조의 금속노조 가입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문제는 GGM에 노동조합이 연이어 결성된 데 이어 민주노총의 산업별 조직인 금속노조에까지 가입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간 근로자들의 임단협이 법인 별도 조직인 '상생협의회'가 주도해 왔지만, 앞으론 민노총 금속노조 측이 반대편에서 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입니다. 
 
금속노조가 GGM단체교섭권을 확보하면서 큰 폭의 임금인상을 요구할 경우, 상생이라는 명목으로 만들어진 광주형 일자리의 존립 기반 자체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반면, 금속노조측은 노조 협의서와 문건 어디에도 '무노조·무파업' 문구는 없다는 점을 명백히 하고 기존 임금 수준 및 파업 등 노사 갈등을 억제하는 구조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는 "광주형일자리 투자협정서, 노사상생발전협약서, 부속합의서 등 어디에도 '무노조 무파업 원칙'이란 문구는 없다"며 "상생협의회의 결정사항 유효기간은 누적 대수 35만대 달성시까지 한다는 문구는 무노조 합의가 아니다"고 주장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기존 사업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함께 본래의 취지와 목표를 살릴 수 있도록 지역 노사민정의 새 합의가 모색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합니다.
 
완공된 GGM 공장 이후를 책임졌던 6기 노사민정협의회는 2023년 8월을 끝으로 임기가 만료됐습니다. 또한 광주형 일자리를 계획한 중앙정부는 교체됐고, 광주 시장 역시 바뀐 만큼 광주형 일자리에 큰 관심이 없어졌습니다. 그만큼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박상훈 거버넌스그룹 연구위원은 "지역의 노사민정이 새롭게 힘을 모아 2기 광주형 일자리 기획에 나서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며 "지금까지는 현대라는 대기업이 원하는 바를 얻었으니, 이제는 지역이 그 혜택을 볼 차례"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업 하기만 좋게 하는 것이 광주형 일자리가 아니라면 이제 기업도 책임 있는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상생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광주 광산구 광주글로벌모터스(GGM) 조립공장에서 광주형 일자리 첫 양산차 '캐스퍼(CASPER)' 1호 생산 기념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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