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올해로 브랜드 론칭 9년차를 맞은 제네시스가 수입차 독일 3사(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판매량을 처음 뛰어넘으며 국내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내수용 럭셔리카'라는 편견을 깨고 공고했던 독일 3사 체제를 깨뜨린 제네시스는 내수를 넘어 해외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올해 1~4월 내수 판매량이 4만5554대로 전년동기대비 6.0% 증가했습니다. 이는 같은 기간 독일 3사 합산 판매량 4만1991대 보다 많은 수치인데요. 제네시스가 3사 판매량을 넘어선 건 올해가 처음입니다.
제네시스, 독일 3사 판매량 추이.(그래픽=뉴스토마토)
제네시스는 올해 수입차 판매 톱3(BMW, 벤츠, 테슬라) 판매량 4만8043대와 비교해도 2000여대 차이에 불과합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독일 3사 체제를 유지했던 아우디는 올해 10위로 밀려났습니다. 올해 누적 판매량 1870대는 제네시스 G90 판매량(2917대)과 비교해도 1000대 이상 모자란 수치입니다.
제네시스는 2015년 11월 브랜드 론칭 이후 독일 3사 대비 상대적으로 부족한 라인업과 인지도에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2019년 당시 제네시스 G80(2만2284대)과 G90(1만7542대) 판매량을 더해도 벤츠 E클래스(3만9782대) 판매량과 비슷한 수준이었죠.
하지만 이듬해 GV80, GV70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선보이며 판매량을 끌어올렸습니다. 이젠 G90, G80, G70 등 세단 외에도 GV70, GV80 등 SUV와 GV70, G80 전동화 모델, 전용 전기차 GV60도 선보이며 라인업을 대폭 확대했습니다. 최근에는 GV80 쿠페도 출시했죠.
제네시스 GV80 쿠페.(사진=제네시스)
이제 소비자들은 제네시스와 수입차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고 있습니다.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프리미엄차 구입시점 경쟁규모 1순위는 제네시스-벤츠(14.7%)입니다. 프리미엄차를 구입한 100명 중 약 15명이 제네시스와 벤츠를 놓고 선택 직전까지 비교한 셈이죠. 두 모델은 전년까지 부동의 1순위이던 BMW-벤츠(13.2%)를 밀어냈습니다.
제네시스와 벤츠, BMW를 각각 비교한 소비자 5명 중 3명(벤츠 비교자 64%, BMW 비교자 57%)이 제네시스를 선택했습니다. 볼보, 아우디와 비교한 소비자의 제네시스 선택 비율은 4명 중 3명꼴(각각 73%, 74%)로 더 높았습니다.
제네시스는 이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제네시스의 해외 판매 비중은 2020년 18%에서 지난해 44%로 급상승했습니다. 송민규 제네시스 사업본부장 부사장은 지난 3월 뉴욕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이후에는 절반 이상이 해외 판매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제네시스 GV60 마그마.(사진=제네시스)
제네시스의 최대 시장은 미국인데요. 지난해 미국 판매량은 6만9175대로 진출 첫 해인 2016년 6948대에서 10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올해 1~4월 2만285대가 팔리며 처음으로 연 7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GV70 전동화 모델을 생산 중인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을 비롯해 연내 완공 예정인 조지아주 신공장에서도 신규 플랫폼이 적용된 전용 전기차를 생산해 북미 시장을 공략할 계획입니다.
앞으로의 과제는 전동화와 고성능입니다. 우선 전동화의 경우 내년 이후 모든 신차를 전기차로 출시하려던 전략에서 하이브리드 생산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수요 둔화에 시장이 하이브리드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제네시스의 전동화 전략도 변경되는 분위기입니다.
벤츠 AMG, BMW M, 아우디 S 등 독일 3사는 고성능 브랜드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에 맞서 제네시스는 지난 3월 뉴욕오토쇼에서 '마그마'를 공개했습니다. 마그마는 제네시스 고성능 트림입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제네시스에 대한 기술 수준은 일반 내연기관차를 중심으로 글로벌 명품 브랜드 이미지에 부족함이 없다"며 "향후 전기차 모델을 통해 프리미엄 브랜드의 도약이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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