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중동 불확실성 급고조…"확전 시 추경도 고려해야"
제조업 5월 개선 기대감에 중동발 '먹구름'
전문가들 "유가 상승…인플레이션 문제 지속"
"확전 가능성 없다"며 악영향 경계 시각도
2024-04-21 12:00:00 2024-04-21 12:00:00
 
[뉴스토마토 임지윤·백승은 기자] 경기 난관에 봉착한 제조업들이 5월 상승 전환에 대한 기대를 걸고 있지만 중동발 먹구름이 짙어지는 '외생변수'가 고민거리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해질 경우 추가경정예산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아직 이스라엘·이란 간 분쟁이 어느 정도 심화할지 알 수 없는 만큼 섣부른 위기감 고조가 경제에 더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경계 시각도 있습니다.
 
제조업 5월 기대감↑…외생변수 '가득'
 
산업연구원이 21일 발표한 '산업경기 전문가 서베이지수(PSI)'에 따르면 5월 제조업 PSI 전망치는 113으로 4월보다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내수(110)와 수출(123)이 100을 상회하는 수준에서 상승 전환하고 생산(120)도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유형별로는 소재부문을 제외한 ICT·기계부문은 2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기계 부문에 해당하는 자동차, 조선, 기계 업종은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인플레이션 장기화로 인한 소비 감소, 선박 금육 위축 등이 이어질 것으로 예견됩니다.
 
문제는 5월 기대감과 달리 중동 불확실성 고조가 변수라는 점입니다. 이스라엘이 이란 보복 공격에 나서며 중동발 위기가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국제유가 상승, 인플레이션 확대 등 경기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중동발 위기로 시장에선 유가가 오르고 주가가 폭락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이게 보복 정도로 그친다면 경제가 수습될 것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지금 전망했던 긍정적 경제 지표들은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에 원/달러 환율은 지난 16일 17개월 만에 장중 1400원을 넘어섰다. (사진=뉴시스)
 
"확전 시 '추경'도 고려해야"
 
중동 전시 상황이 확장될 경우 추가경정예산이 불가피하다는 조언도 나옵니다.
 
이정희 교수는 "경제 상황이라는 것은 원래 계획보다 악화하면 컨틴전시 플랜(위기 시 계획)을 가동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확전될 경우 여러 재정 지원이 늘어나야 한다면 추경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당장은 이스라엘·이란 분쟁이 어느 정도로 커질지 가늠할 수 없기에 현 상황을 유지하는 게 최선이겠지만, 서로 간 보복이 커져 5차 중동전쟁이 된다면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문제가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 안정에 부정적"이라며 "인플레이션이 높은 상황에서 원화 약세는 금리인하 제약 요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환율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목표는 아니지만 환율 약세는 '수입 물가와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번 중동 전시 사태로 부동산 경기까지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이란도 가만히 당할 수만은 없기에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물가 오르고 기준금리 인하는 물 건너갈 것"이라며 "자칫 금리 인상까지 될 수도 있는데 총선 이후 규제 완화 기대감까지 없어진 마당에 금리 인하 기대감 하나로 버틴 부동산 시장은 더 버틸 힘이 없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희망 없으면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매물은 늘면서 집값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면서도 "물가나 환율 안정이 우선이기에 부동산에 대해선 중동 전쟁이 확전하더라도 정부가 선제 대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이스라엘이 보복 공격에 나섰다고 하지만 환율(지난 19일 기준)이 오히려 다시 떨어졌다"며 "중동발 위기가 지금 경제 상황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고 내다봤습니다.
 
주 실장은 "지금 분위기 보면 이란과 이스라엘이 한두 번 정도는 더 치고받을 수 있지만, 확전되지는 않을 것 같다"며 "소강상태로 접어든다고 가정할 때 하반기 물가가 2%대로 내려갈 것 같고 국제유가나 환율 역시 안정적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기준금리 인하 시점과 관련해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인하해야 우리도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데 연준이 하반기 어느 정도 시점은 지나야 인하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해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중동 확전 우려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경우 금리 인하가 어렵다는 의중을 내비친 바 있습니다. 이 총재의 금리 인하 기준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하반기 월평균 2.3%를 웃돌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춘계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현지 시각 18일 워싱턴 DC 현지에서 화상으로 기재부 주요 간부들과 긴급 대외경제점검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세종=임지윤·백승은 기자 dlawldbs2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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