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지윤 기자] 지방 미분양 문제를 풀 '처방전'으로 '기업구조조정리츠(CR리츠)'가 재 등판했지만 구원 투수가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관련 업계는 '안 하는 것보다 낫겠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 정책이라며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전국 미분양 물량의 5% 정도를 정부가 사들인다고 해도 건설 경기 자체가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입니다.
특히 지방에 한해 분양가 할인, 취득세 감면(면제), 5년 양도세 면제, 중도금 대출금리 인하 등 금융 지원 패키지가 나오지 않는 한 미분양 해결은 어렵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국토교통부는 8일 부동산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함께 금융투자협회에서 CR리츠·공공지원민간임대 리츠 관련 설명회를 열고 취득세율을 최대 1%로 인하하는 등 CR리츠에 대한 세제 혜택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8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협회에서 리츠 방식을 활용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지원방안에 대한 설명회를 진행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정부 설명회에도 '탁상행정 결과물'이라는 비판만 커지고 있습니다.
"탁상행정 수준…금융 지원 패키지 나와야"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공무원들이 내는 탁상행정 수준에 불과하다"며 "전국 미분양 물량이 6만5000호에 육박하는데 5%에 해당하는 3000호 정도만 정부가 소화해서 어떻게 해결하겠냐는 것인지 모르겠다. 안 하는 것보다 낫겠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 정책"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김인만 소장은 "CR리츠는 업계 사람들이나 얘기하지, 국민은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다"며 "시장에서 살 수 있도록 지방에 한정해 분양가 할인, 취득세 감면 또는 면제, 5년 양도세 면제, 중도금 대출금리 인하 등 금융 지원이 패키지로 나오지 않는 한 미분양 해결엔 턱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리츠 역시 목적이 사회 공헌이 아닌 수익인데, 미분양이라는 건 상품성이 떨어져 매입 효과 자체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회의적 시각을 표했습니다.
이어 "법인 수요 부동산에 대한 종부세 합산 배제 혜택을 5년 동안 해준다는데, 결국 그 이후엔 종부세를 내야 한다는 얘기 아니냐"며 "그 말은 즉, 5년 내 수익 내는 것까지 가능해야 한다는 건데 시장이 확 바뀌어 잘 팔린다는 보장을 어떻게 하냐"고 반문했습니다.
그는 "미분양은 사업자들이 팔려다가 시장 환경 변화로 계획이 뒤틀린 것으로 정부가 매입할 대상이 아니다"며 "정부가 미분양 물건을 다 산다고 하더라도 시장 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미분양 문제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8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협회에서 리츠 방식을 활용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지원방안에 대한 설명회를 진행했다. (사진=뉴시스)
"양도세 감면·LH 매입보장 등 고려해야"
전문가들은 지방 악성 미분양 사태를 해결하려면 양도세 감면이나 LH 매입보장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김정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CR리츠의 경우 임대 후 분양 시 양도세 감면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며 "과거 사례에 비춰봤을 때 투자자 유인을 위해 LH가 제공했던 매입보장 등의 옵션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투자자금을 공공부문에서 충분히 부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민간투자 자금 유입을 유도하기 위해 CR리츠 투자자에 대한 배당세액공제 등 추가 세제 지원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주택뿐만 아니라 상가 미분양도 많다"며 "돈이 시장으로 들어가 돌게 해야 하는데 현재는 법인 투자자가 직접 투자하는데 세금 제한이 많은 데다, 개인 임대사업자도 다 막아 놓은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윤지해 부동산 R114 리서치팀장은 "현행법상 ‘민간임대주택특별법’이 2020년 8월 이후 개정이 안 돼 분양 형태를 임대로 돌리는 게 어려운 상황인데, 시장에 임대 수요는 있기에 건설 임대가 됐든 매입 임대가 됐든 미분양 물건을 임대로 돌릴 수 있는 방법을 정부가 유연하게 찾아야 한다"고 피력했습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책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CR리츠는 일반 리츠나 투자자문사나 기업체 등 누구나 살 수 있는 데다 취득세 감면 등 세제 혜택이 커 정책 효용성은 분명히 있다"면서도 "가장 중요한 관건은 미분양 물건을 얼마나 낮게 매입하느냐"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국토부는 지방 미분양 아파트를 CR리츠 매입 대상으로 하되, 오피스텔 등 준주택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준공 후가 아닌 준공 중이라도 CR리츠를 통해 취득 후부터 취득세 감면과 종부세 합산배제 등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8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협회에서 리츠 방식을 활용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지원방안에 대한 설명회를 진행했다. (사진=뉴시스)
세종=임지윤 기자 dlawldbs2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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