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아시아나항공은 외감법상 회계처리기준 위반 사항이 적발되면서 공정거래법상 공시 위반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회계처리가 잘못된 거래 당시 금호그룹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대규모 내부거래 공시 의무가 있었으나 누락된 것입니다. 이미 대법원서 범죄사실이 확정된 부당 내부거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8일 아시아나항공 및 감독당국 등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종속회사 4곳의 2015년말 3300억원 대여금 내부거래 주석 미기재로 외감법을 위반해 처분받았습니다. 그 이면엔 해당 거래를 오인해 대여금이 아닌 단기금융상품 투자로 계정분류 잘못한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당시 금호그룹은 자산총액 15조원이 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었습니다. 따라서 공정거래법 제26조 대규모 내부거래(대여금 등 자금 제공 또는 거래 행위 포함) 공시 의무도 위반한 것이 됩니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자회사들이 제3자(웰인베스트먼트)가 발행한 기업어음(ABCP)에 투자한 것으로 판단했기에 대규모 내부거래 미공시된 건”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고의성이 없더라도 공시 위반 시 제재를 받습니다. 다만 공정거래법상 처분시효는 지났을 수 있습니다. 처분시효는 위반 행위 종료일로부터 7년입니다. 공정위가 종료일을 언제로 볼지가 관건입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3300억원 대여금을 2016년 상반기에 전액 상환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 처분시효가 지났으나 다른 사건들과도 연계돼 있습니다.
고의성이 있다면 당시 대표이사 등 책임자 고발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3300억원은 금호산업 인수대금으로 쓰여 박삼구 전 금호그룹 회장의 횡령 재판과 묶였습니다. 박 전 회장은 내부거래 당시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였습니다. 박 전 회장에게 10년 실형이 내려진 1심 판결을 보면, 거래가 있기 전 국책은행 채권단으로부터 계열사 자금을 사용할 수 없다고 수차례 고지받았습니다. 아시아나항공 재무담당 임원은 기내식 독점권이 연결된 신주인수권부사채(BW) 계약 관련 공모혐의가 드러나 1심 3년형을 받았습니다.
사건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회사의 배임·횡령 이슈라 단순하지 않습니다. 금호그룹은 이미 2010년경부터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채권단 관리를 받았습니다. 이들 은행은 아시아나항공을 포함한 금호그룹에 2015년말 기준 약 2조5371억원 공적자금을 투입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채권단도 손해를 봤지만 상법상 모회사의 이사회는 책임을 묻기 힘듭니다. 모회사와 한몸인 종속회사라도 법인격이 나눠져 이사회가 분리돼 있습니다. 해당 내부거래도 "모회사 이사회의 의결사항이 아니었다"는 게 아시아나항공 측 입장입니다. 다만 지난 2020년 말 상법 개정으로 도입된 다중대표소송은 가능합니다.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에 책임을 묻는 방식입니다.
부당 내부거래 소지도 있습니다. 당시 채권단은 공정거래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계열사 자금 사용 금지 원칙을 수차례 고지했습니다. 앞서 공정위는 기내식 독점권 관련 BW 계약 건과 2016년 8월부터 2017년 4월 사이 이뤄진 9개 계열사 신용 대여 행위를 부당 내부거래 지원 행위로 보고 제재했습니다. 이는 행정소송까지 갔다가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습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일단 공정거래법상 공시를 위반한 것이고 부당지원에도 해당할 수 있다”며 “당시 공시를 했으면 부당지원 혐의에 걸릴 수 있었다. 시효문제도 있고 소유권도 (대한항공으로)바뀌게 돼 공정위가 재조사하는 건 쉬워 보이지 않지만, 공시위반에 대해 최근 처벌을 굉장히 낮추고 있는데, 결국 공시를 제대로 안해서 은폐하는 일들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반증하는 사례”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미국에선 디스커버리제도가 있어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고 원고 측 변호사가 법원에 영장발부 신청해 압수수색도 할 수 있다”며 “이런 제도가 없는 국내선 이사회가 업무를 방기했단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워 주주대표소송이나 다중대표소송은 거의 활용되지 않는다”고 한계도 지적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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