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기대수명이 증가하면서 '유병장수' 시대에 발맞춘 보험상품이 늘고 있습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사망률 개선 효과를 반영해 개정된 제10회 경험생명표가 내달부터 적용됩니다. 경험생명표는 생명보험사 고객의 성별·연령·사망률·사고율 통계가 기반인데요. 3~5년 단위로 경험생명표가 개정되면 보험료 산출에도 영향을 줍니다.
이번에 적용되는 경험생명표는 5년 전 기준보다 기대수명이 남녀 각각 2.8세, 2.2세가 증가했는데요. 기대수명이 증가하면 노후에 질병이 발생할 확률이 더 커집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기대수명이 증가한 경험생명표를 적용할 경우 누적 암 발생자 수는 80세 이후부터 증가폭이 커집니다. 수명이 증가한 만큼 암이 발생한 고령자도 늘어난다는 뜻입니다.
특히 여성의 경우는 50대 이후 암 발생률은 개선됐지만 90세 이후 누적 암 발생자 수가 오히려 증가하는데요. 내달 적용되는 경험생명표에서 여성의 기대수명은 90.7세로, 발병 위험이 높은 90대에 진입했기 때문입니다.
고령층 고객의 질병을 감당해야 하는 보험사의 부담도 늘어납니다. 건강수명이 기대수명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질병관리청이 국민통계를 기준으로 산출한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차이는 2010년 9.3세, 2015년 8.1세, 2019년 10.7세입니다. 차이가 클수록 건강하지 못한 노후가 길다는 뜻입니다.
질병 발생률에 변화가 없더라도 기대수명이 증가하면 고령층은 더 많은 질병에 노출됩니다. 고령자가 증가하면 유병자를 대상으로 하는 보험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수 있고, 보험시장에서는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기대수명 증가로 고령층의 건강관리·의료 서비스 수요가 증가하면 의료비 부담도 증가할 수 있다"며 "보험회사들은 간편심사보험 비중 확대 등 다양한 의료보장 상품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미 보험사들은 고령자와 유병자를 위한 보험상품들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암보험은 80세 만기가 보통이었지만 90세까지도 보장이 가능한 상품이 출시된 것이 특징입니다.
현대해상은 60~90세를 위한 '6090 히어로 종합보험'을, KB손해보험은 당뇨와 고혈압 등 만성질환 고령자도 가입할 수 있는 'KB 실버암 간편건강보험 플러스'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흥국생명도 80세 이후 암 발병을 보장하는 '다(多)사랑 암보험'을 판매 중입니다.
생보업계 한 관계자는 "평균수명 증가로 80세 이후에 대비한 보험상품을 출시하고 있지만 종합보험 개념보다는 대부분 특정 보장에 집중한 상품"이라며 "유병자의 경우는 기존에 들고 있는 보험의 빈틈을 채우거나 아직 발병하지 않은 다른 질병에 대비해 맞춤 상품을 잘 찾아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13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한 노인이 휠체어에 앉아 있다.(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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