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이상한 나라 '대한민국'
런종섭 사태, 국가권력 사유화 끝판왕…오만한 정부의 불길한 징후
2024-03-27 06:00:00 2024-03-27 06:00:00
엉성한 시나리오. 하나부터 열까지 무리수. 출국금지 당한 전직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외압 의혹에 연루된 핵심 키맨의 총선 공천. 국가권력을 숙주 삼아 방탄 옷을 입으려는 정치적 꼼수. 기괴한 도피 출국에 이어 도둑 입국 실행.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동의 없이 벌어진 이종섭 주호주 대사의 출국금지 해제. 이후 '도피 출국→회의 급조→선거용 입국'까지. 변칙의 연속이었습니다. 정말 이상한 나라의 대한민국입니다.
 
변칙 임명, 은폐 의혹 정점
 
시나리오 제목은 '외압자와 은폐자.' 핵심 내용은 '수사 외압'과 '진실 은폐' 의혹을 둘러싼 검은 거래. 사건 발생 시기는 지난해 7월.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에 동원된 군인(채 상병)이 급류에 휩쓸려 생을 마감했습니다. 대통령(윤석열)이 '철저한 조사'를 지시하자 해병대 수사단은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수사단장(박정훈)은 해병대 1사단장(임성근) 등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적용과 함께 경찰 이첩의 필요성을 담은 조사보고서를 국방부에 보고했습니다. 
 
하지만 국방부는 난데없이 제동을 걸었습니다. 수사단 보고를 결재한 국방부 장관(이 대사)은 경찰에 넘긴 보고서를 돌연 회수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박정훈 전 수사단장은 국방부 법무관리실의 이첩 보류 지시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고 경상북도경찰청에 수사자료를 이첩했습니다. 국방부 검찰단은 수사단장을 집단항명 수괴 혐의죄로 입건했습니다. 1차 수사 내용은 왜 뒤집혔고 그 과정에서 누가 외압을 했는지, 셀 수 없는 의문만 남긴 채 시나리오는 막을 내립니다.
 
현실은 더 코미디입니다. 야당은 지난해 9월 국방부 장관이던 이 대사를 직권남용(수사방해)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탄핵소추도 추진했습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국방부 장관을 교체(신원식)했습니다. 이때부터 정치권 안팎에선 '이종섭의 대사설'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진실은 더 잔인한 법.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공수처에 입건된 핵심 피의자를 주호주 대사로 임명했습니다. 2022년 12월 임명된 전임 대사의 통상 임기(2~3년)도 채우지 않은 채 서둘러 교체했습니다. 
 
이 또한 '변칙 인사'입니다. 그간 4강(미·중·일·러)이 아닌 다른 나라에 장관을 보내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격도 안 맞습니다. 호주는 장관급도 아닌 제프 로빈슨 주한호주대사를 한국에 파견했는데, 우리는 전직 국방부 장관을 보냈습니다. '왜'라는 의문이 끊이지 않습니다. 수사망이 좁혀오자, 급조된 인사를 한 것은 아닌지요. 
 
한동훈도 예외 아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앞서 이 대사는 지난 7일 공수처 약식 조사 때 새 휴대전화를 제출했습니다. 그는 왜 '맹탕 증거물'을 제출했을까요. 누가 봐도 증거 인멸을 위한 행위입니다. 그 자체로 구속영장 발부 사유입니다. 하지만 법무부는 되레 증거물을 제출했다는 이유로 이 대사의 출국금지를 해제했습니다. 이 대사는 직후 호주로 출국했습니다. 통상 '전임 대사 귀국→인수인계→후임 대사 출국' 과정도 생략한 채 도망가듯 갔습니다. 특명전권대사직이 '피의자의 도피처'로 전락한 셈입니다. 
 
여당의 견제 장치도 무너졌습니다. 국민의힘은 같은 사건에 연루된 신범철(충남 천안갑) 전 국방부 차관과 임종득(경북 영주·영양·봉화)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2차장을 각각 공천했습니다. 당이 직접 나서 '방탄 공천'의 꽃길을 깔았습니다. 그야말로 일사천리였습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왜 그랬을까요. 의문에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습니다. 
 
단 하나, 수사 외압 몸통의 방탄을 위한 시나리오. 공수처 동의 없는 출국금지 해제. 이 대사의 도피 출국. 예정에 없던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회의 급조. 그리고 선거용 입국…. 하나부터 열까지 국가권력의 사유화입니다. 참으로 기괴한 일의 연속입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님, 동료 시민이 묻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입니까. 침묵한다면, 동료 시민의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습니다. 정권심판. 
 
최신형 정치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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