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깐깐해진 금융당국 잣대…ECM '때 아닌 딜 가뭄'
상장 예비 기업 13곳 중 7곳 정정 요청으로 지연
유상증자도 마찬가지…사업 자금 마련 난항
활기 돋던 ECM, 총선 전 불확실성 회피 심리로 멈춤
2024-03-11 06:00:00 2024-03-11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3월 7일 17:3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연초 증시 호조세와는 달리 금융당국의 깐깐해진 규제로 주식발행시장(ECM)에선 때아닌 딜 가뭄이 발생하고 있다. 유상증자 시장에서는 기존 기업에 금융당국이 이전엔 없던 엄정한 잣대를 대고 있는 한편, 기업공개(IPO) 시장의 경우 상장예비기업의 절반 이상이 정정 신고 요청으로 상장 일정을 미루는 상황이다. 
 
서울 여의도증권가 (사진=IB토마토)
 
잇단 정정 제출 요청에 미뤄지는 상장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민테크는 기존 이날부로 시작되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 예측을 오는 4월12일로 연기했다. 이르면 3월 예상되었던 상장은 4월 이후로 늦춰질 전망이다. 
 
최근 주식발행 시장에선 금융당국의 증권신고서 정정 제출 요청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3월5일 현재 신규상장 예비심사에 통과한 기업은 스팩주를 제외하면 13곳으로 이중 금융당국으로부터 증권신고서 정정 요청을 받은 곳은 7곳에 달한다.
 
 
당국의 기준이 엄격해진 이유는 지난해 ‘파두사태’로 인한 심사 강화 기조가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 정정 요청을 받은 디앤디파마텍과 오상헬스케어, 민테크, 아이엠비디엑스, 케이엔알시스템, 엔젤로보틱스, 삼현 등 7개 기업 중 삼현을 제외한 6개 기업은 3분기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IPO업계 한 관계자는 "흑자 기업도 IPO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적자 기업에 대한 기업 가치 평가와 당국이 요구하는 기준을 맞추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다만 기업의 사업 가치가 확실하고 전망도 괜찮다면 장기적으로 상장에는 무리가 없겠지만, 그것이 지표로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엄격해진 잣대에 유상증자도 난항
 
금융당국의 엄정해진 시선은 비단 IPO뿐만 아니라 유상증자 시장에도 향하고 있다. 작년 11월 유상증자 결정을 공시한 진원생명과학(011000)의 경우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진원생명과학은 지난해 11월, 2024년 2월6일 신주 상장을 목표로 667억원 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추진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지난 5월30일과 6월22일, 8월17일 등 3회에 걸쳐 진원생명과학이 제출한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대한 정정을 요구했다.
 
이어 지난 1월3일에도 진원생명과학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했다.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를 받은 이후 회사가 3개월 이내에 정정신고서를 제출하지 아니하면 해당 증권신고서는 자본시장법 제122조 제6항에 따라 철회된 것으로 간주된다.
 
진원생명과학 이외에도 앞서 거의 매해 유상증자를 진행해온 판타지오(032800)도 금융당국의 제동을 피하지 못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월2일 판타지오의 증권신고서에서 중요사항 기재가 불충분하다며 정정을 요구했다. 판타지오는 기존 매니지먼트 사업에서 드라마 제작으로 영역 확대를 추진했다. 모집 예정 자금의 75% 가량인 151억원을 24부작 사극 드라마에 투입할 예정으로 시장에선 지난해 6월 배우 이영애와 사극 출연 계약을 체결해 '대장금2'가 제작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낳았다. 하지만 유상증자 일정이 지연되면서 판타지오의 사업 확대에도 제동이 걸렸다.
 
총선 전 계속되는 불확실성…"차라리 지금은 멈춰야"
 
지난 한해 동안 증권가를 달군 금융 사태로 인해 금융당국의 보다 엄정해진 잣대는 여러 차례 예고된 바 있다. 하지만 올 1분기 막바지인 지금 시점에서의 갑작스러운 딜 감소에 대해 일각에선 4월 10일 총선 전 불확실성을 회피하고자 하는 심리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증권업계에서도 현재로서는 본격적인 사업 추진보다는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시점까지 관망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총선 결과에 따라 금융정책이 바뀔 수도 있고 혹시 모를 돌발상황이 발생할 경우 정계와 여론의 집중포화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지난해부터 증시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고 경기도 회복 국면에 접어들어 예정된 딜이 전년보다는 많은 수준"이라며 "다만 사업 강화를 하더라도 총선 같은 국가적인 정치적 이벤트가 있는 이상 불확실성이 해결된 상태 이후에 본격적인 사업 진행이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실상 무슨 일이 터질지 몰라 엎드려 있는 상태라고 보면 된다"라며 "지난해 일련의 사태를 보면 정치적 입김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도 없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사업은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진행된다"면서도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그 어떤 위험도 용납되지 않은 상황이라 함부로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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