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기업은행이 지난해 당기순이익 2조6000억원을 넘기며 선방했지만 이자장사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 금리가 시중은행보다 높은데요.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최우선시 하는 국책은행 역할이 무색하다는 평가입니다.
지난해 순익 2.7조…우리금융 제쳐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은행의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2조6752억원으로 역대 최대 연간 순익을 기록했습니다. 4대 금융지주 중 실적 4위인 우리금융지주 순익(2조5167억)을 약 1000억원 앞지른 것입니다. 기업은행의 실적을 이끈 것은 중소기업 대출입니다.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전년보다 13조원(5.9%) 증가한 233조8000억 원을 기록했는데요. 대출이 증가하면서 이자이익도 커졌습니다. 이자이익은 7조4667억원으로 전년대비 6.1%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기업은행이 역대급 실적을 낼 수 있는 이유로는 고금리로 벌어들인 이자수익 덕분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신규 취급액 기준(10~12월 취급금리 평균) 중소기업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대출) 평균금리는 기업은행이 7.56%입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대출금리 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기업은행의 개인사업자 신용한도대출 평균금리는 7.63%인데, 4대 은행 중 최고인 우리은행(7.39%)보다 높습니다. 중소기업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기업은행이 6.27%로 4대 은행 중 가장 높은 국민은행(6.35%)와 유사한 수준입니다.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평균금리의 경우 기업은행(6.32%)이 4대 은행보다 더 높습니다.
기업은행의 실적 선방은 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예대금리차로 벌어들인 수익 덕분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기업은행의 지난해 12월 기준 예대금리차는 1.35%포인트로 4대 은행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연간 기준으로 지난해 예대금리차가 가장 높았던 시중은행은 국민은행(1.41%)인데, 기업은행(1.40%)도 이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서 중소기업법상 전체 대출 중 중소기업 대출 비중을 7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는데요. 지난해 말 기준 기업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233조8000억원로, 점유율 1위(23.2%)를 기록했습니다. 중소기업 특화 국책은행이라는 명성은 이어가고 있지만 이자장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기업은행 "저신용자 금리 낮다"
기업은행의 고금리 대출은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여러번 지적을 받은 사안입니다. 자금 사정이 급한 중소기업일수록 고금리를 감수하고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대출을 찾는데, 현재 기준대로라면 시중은행을 찾는 것이 유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기업은행이 시범사업으로 추진 중인 '투자 조건부 융자 벤처 대출'의 금리가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강 의원은 "벤처기업들이 투자가 안 되면 금융에서 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것 때문에 만들어진 정책상품임에도 6~7% 정도로 진행되고 있는데, 2~3% 정도에 맞춰 받았으면 한다는 요구가 많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성태 기업은행장은 "금리는 사실 시중은행 신용대출 금리보다 낮게 적용을 하고 있으며 더 낮출 수 있는 지 검토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초 김 은행장은 금리·고물가에 따른 원가 상승으로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책을 전방위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기업은행의 고금리 이자는 경제상황이 어려울 때 더욱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도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에게 시중은행보다 더 높은 대출금리를 적용해 도마에 오른 바 있습니다.
기업은행 측은 저신용자의 중소기업대출 지원 비중이 타행대비 높고, 금리도 낮게 제공하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마이너스대출·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시중은행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신용등급이 낮아질수록 타행보다 낮은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신용등급별 해당 대출 금리를 보면 1~5등급은 타행보다 높은 금리, 6~10등급은 낮은 금리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높은 신용등급에는 높은 금리를 적용하되, 낮은 신용등급에는 타행보다 낮은 금리를 적용해 혜택을 준다는 논리입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타행에서 10% 이상 고금리로 대출을 받았던 저신용자들이 기업은행으로 오면 우리는 그런 분들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받아들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저신용자 중소기업대출 지원 비중이 타행대비 높고, 은행권 유일하게 대출금리 상한제(9.5%)를 운용하는 등 저신용자에게 보다 낮은 금리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으로 2조6752억원을 시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금리가 시중은행보다 높아 '이자장사'를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 중구 기업은행 본점(사진=IBK기업은행)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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