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안 갈등' 고조…시험대 오른 '칩4 동맹'
'친미' 라이칭더 당선에 한국 반도체 셈법 복잡
윤 대통령 "반도체 전쟁에 인적·물적 자원 총력 투입"
2024-01-15 17:16:37 2024-01-15 19:01:07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올해 지구촌 첫 대선으로 관심을 끌었던 제16대 대만 총통 선거에서 '친미·반중' 성향의 라이칭더 민주진보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양안(중국과 대만) 갈등이 격랑 속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특히 대만 총통 선거 결과로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동맹 '칩4(한국·미국·대만·일본)'와 중국 사이의 공급망 갈등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반도체 산업은 '전쟁'과도 같다"며 "국가 인적·물적 자원을 총력 투입하라"고 강조했습니다. 양안 갈등이 우리나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만큼 외교·경제 환경에서의 촘촘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칩4' 동맹서 '대만 역할' 커진다
 
'미중 대리전' 성격으로 치러진 이번 대만 대선에서 친미 성향의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양안 관계를 넘어 동북아시아 정세, 미중 관계에도 변화의 물결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대만 현지 매체와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인은 이날 대만을 방문한 미국 대표단에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계속 수호할 것"이라며 "대만을 계속해 지원해 주길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대만 민주주의에 대한 미국의 지원에 대한 감사의 뜻도 전했습니다. 
 
미 대표단의 면담은 대만과의 관계를 강화하겠다는 미국 측의 의지가 엿보임과 동시에 라이 당선인의 '반중' 행보가 본격화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로 인해 동북아 정세가 출렁이는 것은 물론, 경제 지형까지 출렁이면서 반도체 공급망 재편 문제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데요.
 
대만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가 자리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입니다. 동시에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12.4%인 반면, TSMC는 57.9%에 달합니다.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의 대만 영향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데요. 미국 주도의 칩4 동맹은 한층 더 강해지고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상대로 한 견제 역시 힘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다만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마냥 중국 시장에 등 돌리기 어려운 실정이라 미중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더불어 미국이 군사용 반도체를 TSMC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칩4'에서의 대만 존재감도 커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TSMC의 영향력 강화는 파운드리 역량을 키우려는 한국 반도체 기업에 악재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라이칭더(정면 가운데) 대만 총통 당선인 등 민주진보당 관계자들이 15일 대만을 방문한 스티븐 해들리 전 국가안보보좌관 등 미국 대표단과 회의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에 622조원 투자"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공급망이 재편되는 가운데, 윤 대통령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총 622조원을 투자, 경기도 남부를 관통하는 세계 최대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집적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경기도 수원 성균관대 반도체관에서 '민생을 살찌우는 반도체 산업'을 주제로 열린 세 번째 민생토론회에서 "반도체 산업은 국가의 인적·물적 자원을 총력 투입해야 성공할 수 있는 전략 산업"이라며 "현대 전쟁은 총력전 아니겠나. 반도체 산업을 키우고 세계 최고의 초격차를 유지하는 것은 전쟁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경기 남부를 관통하는 세계 최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다"며 "1차적으로 약 622조원 규모의 투자를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앞으로 20년에 걸쳐 최소 양질의 일자리가 300만개는 새로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당장 올해부터 향후 5년간 158조원이 투자되고 직간접적인 일자리는 95만개가 새롭게 만들어진다"며 "클러스터가 완성되면 설계 디자인 부품 소재 분야 협력기업 매출도 200조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아울러 올해 만료 예정인 투자 세액공제도 계속 적용해 반도체 산업을 강력히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는데요. 윤 대통령은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가 올해 만료되지만, 효력을 더 연장시켜서 앞으로 투자 세액공제를 계속해 나갈 방침"이라며 "세액공제로 반도체 기업 투자가 확대되면 관련 생태계 기업 수익과 일자리가 엄청나게 늘어나고 국가 세수도 늘어난다"고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현재 30% 수준인 공급망 자립률을 2030년까지 50%로 끌어올리고, 현재 4개뿐인 1조 매출 기업을 10개까지 육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밖에 정부는 현재 3%에 불과한 시스템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인 '팹리스' 기업을 키우고 대학과 기업의 교육 거점 구축 등 인재 양성 방안도 함께 내놨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반도체관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세 번째, 민생을 살찌우는 반도체 산업'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사진)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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