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피해자 잇단 승소…대법, 일본기업 책임 또 인정
일본제철 손배책임 인정…'소멸시효 완성' 주장 배척
강제동원 피해자 최근 연달아 승소…실제 배상은 미지수
2024-01-11 14:52:53 2024-01-11 18:35:25
 
 
[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일제 강점기에 강제동원된 피해자에게 일본 기업이 손해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또 나왔습니다. 대법원은 최근 유사한 강제동원 손해배상 사건들에서 '소멸시효가 완성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일본 측의 주장을 배척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11일 강제동원 피해자 A씨의 유족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일본제철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의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재판부는 일본제철이 유족에게 1억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A씨는 1943년 3월 강제동원돼 일본 큐슈 소재 야하타 제철소(구 일본제철)에서 강제노동을 했는데요. 피해자는 2012년 11월 사망했고, 상속인인 부인과 자녀 2명이 2015년 소송을 냈습니다. 유족들은 일본제철에 대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1억원의 위자료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일본제철 측은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협정 때문에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권도 소멸했다고 주장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위자료 1억원 중 상속 지분에 따라 A씨 아내에게 4300만원, 두 자녀에게 각각 285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2심 재판부 역시 일본제철의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날 대법원에서 최종 상고를 기각함에 따라 일본제철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원심이 최종 확정됐습니다.
 
대법원은 다른 강제동원 소송과 마찬가지로 2018년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이 최종 확정된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에는 피해자들이 권리를 행사할 수 없었다고 보고, 소멸 시효가 지났다는 일본제철의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앞서 2018년 10월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양국 간 피해 배상과 보상이 일부 이뤄졌더라도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과 일본 기업의 책임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판단을 내린 바 있습니다. 
 
판결 이후 대법원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연달아 피해자들 손을 들어주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21일에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상고심에서 일본 기업들이 1억~1억5000만원씩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한 바 있습니다. 같은 달 28일에도 고 홍순의씨 등 14명과 유족 등이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도 원고 승소했습니다. 
 
다만 일본 기업이 배상을 거부하고 있어 실제 배상이 이뤄질지는 미지수입니다. 정부는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해 배상금과 지연이자를 대신 지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김영환(오른쪽)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이 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강제동원 피해자 유가족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상고심을 마친 후 발언하고 있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일제강점기 강제노동 피해자의 유족들이 낸 손해배상 청구에서 일본제철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사진=뉴시스)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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