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새해가 밝았지만 공화국의 동료시민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희망찬 새해를 기약하는 덕담을 나누질 못했다. 왜냐하면 새해 벽두부터 엄습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테러사건으로 동료시민들은 충격을 받고 긴장을 늦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를 흉기로 공격한 피의자 김모(67) 씨는 평소 정치적 성향을 잘 드러내지 않았지만 ‘정치 유튜브 채널’에 빠져 술을 마시면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을 격렬하게 비판하는 ‘정치 과몰입자’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에 대해 여러 전문가들은 우리 정치권의 극단적인 진영대결과 이를 확대·재생산하는 유튜브 방송이 ‘내 편만 옳다’는 확증 편향과 혐오·증오정치를 심화시켜 정치테러를 불러온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오는 4월 10일 유권자의 심판을 받는 제22대 총선도 있는 만큼, 정치권이 ‘이재명 피습사건’을 불러온 정치양극화의 원인과 해법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번 테러사건은 직접적인 범행동기가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직간접적으로 극단적인 진영정치와 정치양극화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정치양극화는 정치권이 ‘이념적 양극화’와 ‘당파적 양극화’를 넘어서 ‘정서적 양극화’의 수단으로 확증편향성이 강한 극단적 유튜브 방송을 활용하게 되면서 거기에 중독된 지지자들을 폭민과 맹신자로 만들고 있다. 역설적으로 정치엘리트인 정치인, 언론, 시민단체, 지식인들이 부추기는 정치양극화는 강성 지지자들의 분노를 부추기고 결집시키면서 전체 국민과 멀어지는 현상이다.
정치양극화란 단순히 정당간의 이념이 진보와 보수로 나눠지는 것이 아니라 중도의 목소리가 작아지면서 진보는 더욱더 극진보 쪽으로 보수는 더욱더 극보수 쪽으로 분극화되면서 쏠리는 현상을 말한다. 이것은 한편으로 진영 내부의 차이와 이견 및 다양성을 억압하면서 하나의 동질성으로 결집시키면서 다른 한편으로 외부의 상대진영을 타도하고 괴멸해야 할 적대세력과 증오·혐오세력으로 둔갑시키기 때문에 상대와의 합리적인 대화와 토론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정치양극화를 막으려면 우선 그 원인진단부터 제대로 살펴야 한다. 학계에서 논의된 양극화 원인에 대한 설명은 크게 두 가지 시각이 경쟁하고 있다. 첫째 시각은 정치엘리트들이 국민들의 양극화를 만들었다는 관점이다. 즉, 정치권이 먼저 진영대결로 양극화를 시작하여 차례로 언론, 시민단체, 지식인을 끌어들이고 동원하면서 국민들까지 전염시켜 정치양극화를 확산시켰다는 시각이다. 둘째 시각은 경제적 양극화에 빠진 국민들이 정치엘리트의 양극화를 만들었다는 시각이다. 즉, 소득불평등과 빈부격차로 인한 국민들의 경제적 양극화가 정치권에 전달되어서 정치엘리트의 양극화가 발생했다는 관점이다.
그렇다면 위 두 가지 시각 중에서 어느 것이 우리의 정치양극화 원인을 설명하는 데 적절할까? 많은 여론조사에서 30%의 무당파 비율의 존재와 40%의 중도성향 비율의 존재를 볼 때, 첫째 시각으로 보는 게 적절하다. 왜냐하면 둘째 시각대로 국민들이 먼저 양극화되었다면 많은 무당파와 중도성향 비율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첫째 시각이 양극화의 본질이라면 정치양극화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정치권이 강성지지층을 자극하는 ‘전략적 극단주의’를 멈추고, ‘중도수렴 전략’으로 돌아가서 국민 다수의 중도층을 대변하는 것이 해법의 실마리다. 우선 극단적 유튜브에 출연하거나 ‘증오발언’을 일삼는 정치인에게 공천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초당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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