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 '방탄'이냐 '수용'이냐 '기로'
'한동훈 비대위' 첫 과제 '특검'…대통령 거부권 행사 입장 '주목'
2023-12-21 17:16:47 2023-12-21 17:58:03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수락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첫 과제는 '김건희 여사 특검(특별검사)'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검을 수용하면 내년 총선 때 매일 수사 상황이 중계되고, 특검을 반대한다면 김 여사 '방탄' 논란에 휩싸이게 됩니다. 수용하든 비토하든 '김건희 특검' 딜레마에 휩싸이는 셈입니다. 특히 '김건희 특검'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찬성 여론이 대부분 60%가량 차지하고 있는 만큼 한동훈 비대위는 출항과 동시에 최대 시험대에 오를 전망입니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오는 28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쌍특검법'(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을 처리할 계획입니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오른 김건희 특검법은 28일 자동으로 본회의 표결 안건으로 상정됩니다. 본회의가 열리는 이상 국민의힘이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YS도 DJ도 아들 수사에 단호한 태도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내년 1월말 특검이 출범해 2월 중순에 수사를 시작할 것으로 보입니다. 70일(30일 연장 가능) 동안 수사를 하기 때문에 총선(4월10일)이 지나야 수사가 끝납니다. 총선 직전에 김 여사 등 관련자 압수수색과 피의자 소환이 줄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에선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한 장관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어떤 입장을 보일지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김건희 특검법' 통과를 앞두고 역대 대통령 아들의 검찰 또는 특검 조사 사례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은 아버지 임기 중 검찰이나 특검 조사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두 전직 대통령은 임기 중 아들의 비리에 대해서는 비교적 단호한 태도를 보이는 동시에 대국민 사과도 했습니다. 1997년 한보 비리 사태로 아들 현철씨가 구속되자 김영삼 전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된 세 아들의 비리 의혹이 확산하자, TV 생방송을 통해 사과하고 당시 여당을 탈당했습니다. 당시 세 아들 중 차남 홍업씨와 삼남 홍걸씨 역시 부친의 재임 기간에 구속 기소됐습니다.
 
윤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에 거부권 행사할 경우 후폭풍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당장 직면할 문제는 여론 악화입니다. 국민의힘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지속적으로 제기했던 '방탄' 비판이 그대로 윤 대통령에게 적용됩니다. 무엇보다 '거부권'이란 대통령의 권한을 사적으로 남용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에 '김건희 사법 리스크'가 발생하는 겁니다.
 
네덜란드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5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동훈 "김건희 특검 '악법"…총선 후 실시 역제안
 
이런 상황에서 한 장관은 '김건희 특검법'의 독소조항을 언급하며 '악법'으로 규정했습니다. 앞서 한 장관은 지난 1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특검법안은) 정의당이 특검을 추천하고 결정하게 돼 있다. 그리고 수사 상황을 생중계하게 돼 있는 독소조항도 있다"며 "무엇보다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이 원하는 선전·선동을 하기 좋게 시점을 특정해서 만들어진 악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 장관이 독소조항으로 주장한 내용은 '특검 후보 추천권을 야당이 독점한다'(3조), '수사 과정에 대한 언론 브리핑을 실시할 수 있다'(12조) 등이 대표적으로 꼽힙니다. 또 70일 동안 수사기간을 규정한 9조도 악법으로 꼽은 근거로 보입니다. 임명 후 20일간 준비 거쳐 70일 동안 수사하기 때문에 내년 1월말 특검 출범을 감안하면 총선 직후인 내년 4월 말까지 '김건희 이슈'가 모든 현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기능하게 되는 셈입니다.
 
이런 이유로 한 장관은 독소조항이 수정된 특검법이 발의되면 이를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한 뒤 '총선 후 특검법' 시행을 제안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사실상 야당의 단독 처리를 막을 수 없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는 이날 총선 이후 김건희 특검법을 조건부로 수용할 가능성에 대해 "시간을 때우려는 것"이라고 일축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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