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사익편취 규제와 상속세가 연말 재계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사익편취 규제 위반 적발 시 총수일가를 고발토록 하는 제도 개정 작업이 재계 반대에 부딪혀 표류 중입니다. 한쪽에선 재계 숙원인 상속세 폐지 논의가 불붙었습니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0월 고발지침 개정안을 행정예고해 11월8일 종료 후에도 한달을 넘긴 채 숙고 중입니다. 공정위는 "각계 의견을 수렴해 검토 중"이며 "전원회의에 맡겨 심결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검토기간이 길어질수록 잡음도 커집니다.
사익편취행위 적발 시 총수일가를 고발하는 게 지침 개정 내용입니다. 앞서 삼성웰스토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세아창원특수강 등 부당 내부거래가 적발돼 법인은 고발됐지만 총수일가는 고발을 면했습니다. 그러자 검찰이 고발요청권을 행사하는 등 공정위 봐주기 논란이 커진 게 지침 개정의 배경입니다.
사익편취 규정은 고발 대상으로 ‘법 위반 정도가 중대한 자’로만 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총수가 관여한 지시나 증거가 없으면 공정위도 고발이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태광그룹 사익편취 사건에서는 대법원이 “특수관계인이 부당 이익제공행위 보고를 받고 이를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승인했다면 그 행위에 관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시해 규정을 넓게 봤습니다. 이는 지침 개정에도 명분을 실었습니다.
하지만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이 극구 반대하고 나서자 개정 속도는 늦춰졌습니다. 재계는 중대 위반 시에만 고발하도록 규정한 상위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합니다. 또 공정위가 중대성을 입증하지 않고 고발하도록 하는 것은 전속고발권을 부여한 취지에 배치된다는 입장입니다.
재계가 건의해온 상속세 완화는 힘을 받고 있습니다. 정부여당이 미는 데 야권에서도 동조 의견이 나왔습니다. 여기에 넥슨 물납주식 후 대주주가 된 기획재정부 논란이 불을 지폈습니다. 넥슨 사례는 정작 경영권과는 무관했지만 상속세 탓에 경영권이 불안하다는 재계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사익편취 규제와 상속세는 불가분 관계가 있습니다. 상속세를 마련하려 총수일가 소유 비상장사를 내부거래로 키우고 주식 물납을 해왔던 사례가 많습니다. 양쪽 문제를 해결하는 게 재계로선 승계 문제를 푸는 해법인 셈입니다.
공정위가 장고하는 고발지침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제도는 재계에 우호적입니다. 총선을 앞두고 금산분리 완화 등 규제완화 법안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미 사익편취 규제 완화로 귀결된 친족범위 축소 개정을 이뤘고, 상속세 완화 연장선인 가업상속공제도 확대했습니다. 금융위를 중심으로 다양한 금산분리 완화 방안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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