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말고 유화
NCC, 경기 민감해서 부진…"그래서 기회"
증설↓ 수요↑ 마진↑ 전망…1년 버틴다면 롯데케미칼·대한유화
2023-11-27 02:00:00 2023-11-27 02: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2차전지와 관련된 것 말고는 주목받지 못하던 석유화학산업이 부활을 꿈꾸고 있습니다. 업종 특성상 경기에 민감해 최근 몇 년 간 부진했지만 그래서 내년엔 기회가 올 거란 시각도 있습니다. 핵심은 공급 과잉의 완화와 수급률, 스프레드입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증권사들이 업종별로 내년을 전망하는 보고서를 내놓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턴어라운드가 예상되는 섹터 중 하나가 석유화학입니다. 하락 사이클이 마무리되고 회복기에 들어섰다는 분석입니다. 
 
에틸렌 바닥 찍었다
 
석유화학 섹터는 정유와 석유화학(제품)으로 크게 구분합니다. 여기에 2차전지가 틈새로 등장해 지난 2년간 주식시장의 총애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석유화학의 본류인 NCC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원유를 수입해 휘발유, 경유 등의 석유제품으로 정제하는 과정에서 얻는 경질유분이 나프타(납사)입니다. NCC는 나프타를 분해해 석유화학의 기초원료인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설비입니다. 
 
석유화학의 핵심은 이 NCC에 달려 있으며 NCC 업황은 비중이 가장 큰 에틸렌이 좌우합니다. 워낙에 경기에 민감해 지난 4년간 부진했으나 최근 업황이 천천히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안타증권이 2000년 이후 석유화학 업황 사이클 분석 결과, 하락주기는 16~28개월, 상승주기는 10~14개월 정도 이어졌습니다. 최근의 NCC 하락 사이클은 2021년 1~2월 고점을 찍은 뒤부터 시작해 2022년 9월 최저점에 도달하는 데 20개월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작년 4분기부터 돌아선 상태로 2025년 상반기까지 회복 국면이 지속될 전망입니다. 다만 수요 회복이 약해서 회복되는 기간은 길어질 전망이라고 합니다. 
 
NCC 업황이 회복되고 있는지를 판단하려면 에틸렌의 수급(가동률)과 스프레드를 살펴야 합니다. 즉 얼마나 많이 팔 수 있는가와 어느 정도의 마진을 낼 수 있는가가 중요합니다. 
 
글로벌 에틸렌 가동률(연간 수요량/총 생산캐파)은 2020년 92~93%에서 2022년 79%(중국 코로나 봉쇄 충격)로 급락했다가, 2023년 81%로 조금 올라왔습니다. 내년 가동률은 83~84%로 조금 더 나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에틸렌의 스프레드는 평균이 톤당 400달러입니다. 이것이 2020년엔 390달러였는데 2022년 230달러까지 뚝 떨어졌다가 2023년 230~240달러로 바닥을 다졌습니다. 유안타증권은 내년 스프레드가 320~350달러로 회복하고 2025년엔 370달러로 반등할 거라 전망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과잉 증설 완화…스프레드 개선
 
에틸렌 수급은 수요와 공급에 달려 있습니다. 공급은 글로벌 증설 계획이 얼마나 잡혀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적정 증설량은 연간 800만톤입니다만 2019~2022년엔 연평균 1100만톤씩 증설해 공급이 과도했습니다. 올해 증설량은 870만톤으로 그나마 소폭 감소했습니다. 내년엔 상 반기 인도(90만톤), 중국 텐진(120만톤), 이란(190만톤), 하반기 중국(120만톤) 등 총 520만톤 증가로 증설량이 더 줄어들 예정입니다. 2025년엔 다시 890만톤으로 늘겠지만 일단 1년이라도 줄어드는 게 중요합니다.
 
에틸렌 수요는 중국의 경기에 민감한데요. 적어도 증설된 만큼은 수요도 늘어야 할 텐데 2020년엔 오히려 40만톤 감소했고, 2021년엔 1500만톤 증가(코로나 특수), 2022년 290만톤 증가, 올해는 560만톤 증가해 증설분을 메우지 못했습니다. 내년 수요는 660만톤, 2025년엔 850만톤 증가해 그 규모가 조금씩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적정한 수준은 아니지만 회복 추세여서 기대감을 갖게 합니다. 
 
공급 과잉 상황이라서 스프레드도 좋진 않습니다. 지난 10년간 NCC 스프레드는 최고 500달러, 최저 200달러 사이에서 형성됐습니다. 손익분기점은 평균 300달러입니다. 올해 3분기 평균 스프레드는 267달러, 11월엔 243달러로 10년간 저점에 가까워 내년엔 더 나빠지기도 힘들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석유화학의 업황은 나라의 경제성장률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다만 민감한 만큼 GDP 성장률보다 한 분기 먼저 반응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즉 내년에 경제성장률이 회복된다면 석유화학 업황은 한발 먼저 나아질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롯데케미칼 ‘톱픽’…“에틸렌보다 합성고무” 의견도
 
에틸렌은 LG화학, 롯데케미칼, SK지오센트릭, 대한유화, 여천NCC, 한화토탈이 주로 생산하고, 프로필렌은 S-Oil, SK에너지, 태광산업, 효성,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이 만듭니다. 다만 LG화학은 에틸렌 외에도 다른 사업 비중이 큰 데다 여수NCC 매각 가능성 등의 변수가 있습니다. 
 
따라서 NCC 업황이 회복될 경우 그 수혜를 누릴 상장기업은 롯데케미칼과 대한유화가 될 전망입니다. 두 기업 모두 작년과 올해 2년 연속 영업적자가 예상되지만, 유안타증권은 내년 롯데케미칼 1조1706억원, 대한유화 1162억원 규모의 흑자전환을 예상했습니다. 
 
메리츠증권은 롯데케미칼을 최선호주로 제시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인프라 투자를 위한 재정지출을 늘리고, 에틸렌 중심으로 신규 증설이 축소돼 수급이 회복될 거라 예상했습니다. 또한 국제유가 변동성이 축소돼 투입 원가가 안정될 것이라는 점도 긍정적입니다. 메리츠가 예상한 롯데케미칼의 내년 영업이익은 9652억원입니다. 
 
반면 SK증권은 내년에도 에틸렌 신규 증설 규모(430만톤)에 비해 수요 증가(380만톤)가 부족한 공급 과잉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또 중국의 수요 회복에도 중국 역내 가동률과 자급률 상승이 부담으로 작용해 국내 기업의 수혜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SK증권은 에틸렌 밸류체인에 속한 기업들보다 가성소다, 합성고무, 건자재를 선호한다고 밝혔습니다. 금호석유, 롯데정밀화학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결국 석유화학은 내년에도 더딘 회복세를 참고 기다려야 할 전망입니다. 그래도 롯데케미칼, 대한유화의 주가는 밸류에이션상(PBR) 충분히 저가 영역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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