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건설사 외상 공사비 20조 육박
미청구공사액 올들어 30% 넘게 늘어
고금리·원자재값 인상에 증액 놓고 갈등
2023-11-16 06:00:00 2023-11-16 06: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시공에 들어가고도 받지 못한 미청구 공사금액이 올해 들어 30% 넘게 늘어나면서 재무건전성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건설업황이 악화한 상황에서 공사비 인상 여부를 놓고 시행사(조합)와 이견을 빚으며 공기가 지연된 데다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까지 증가하며 리스크가 커지고 있어섭니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현대엔지니어링·GS건설·DL이앤씨·포스코이앤씨·롯데건설·SK에코플랜트·HDC현대산업개발 등 국내 시공능력평가 상위 건설사의 올해 3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미청구공사액은 19조2848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아파트 공사 현장 모습.(사진=백아란기자)
 
공사액은 작년 말(14조3967억원)에 견줘 33.95% 급증한 수준입니다. 같은 기간 종속 회사를 제외한 별도 기준 미청구공사액은 12조원에서 16조원으로 33.7% 뛰었습니다. 미래 손실가능성을 추정하는 지표로 통하는 미청구공사는 건설사가 발주자로부터 받을 예정인 계약자산으로, 아직 받지 못한 미수금이라는 점에서 회계상으로는 손실이 아닌 자산으로 처리합니다.
 
이는 해외 사업 확대 등으로 자연스럽게 상승하는 경향이 있지만, 공기 지연 등에 따라 현금흐름이 나빠지고 시행사 등 발주처와 이견이 장기화될 경우 일부를 확정손실인 대손충당금으로 반영하는 등 손해를 떠안아야한다는 점에서 건설사의 잠재적인 부실 뇌관으로도 꼽힙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자재값 인상으로 발주처와 시공사 간 갈등이 빈번한 모습입니다. 실제 서울 송파구 잠실 진주아파트 재건축 사업의 경우 시공사단인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이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며 갈등을 빚고 있으며 GS건설이 짓는 과천주공4단지 재건축도 공사비를 놓고 내홍이 불거진 상태입니다. 이밖에 쌍용건설은 KT를 상대로 물가인상분이 반영된 공사비를 요구하는 '유치권 행사' 집회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미청구공사액, 잠재 부실 뇌관으로 작용…GS건설만 감소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건설사의 잠재 위험도 커진 셈입니다.
 
건설사별로 보면 대형건설사의 경우 GS건설을 제외하고 모두 작년 말 대비 미청구공사액이 늘어났습니다. 미청구공사액이 가장 많은 곳은 현대건설로 3조9667억원(이하 별도 기준)에 달했습니다. 여기에는 올해 입주를 앞두고 준공 승인이 불발된 개포주공 1단지 재건축(2684억원)을 비롯해 시공비 갈등이 있었던 둔촌주공 재건축, 베트남 꽝짝1 1400MW 화력발전소와 카타르 루사일 플라자 타워 등이 포함됐습니다.
 
(표=뉴스토마토)
 
삼성물산의 미청구공사액은 지난해 말 9869억원에서 올해 3분기 2조2231억원으로 2배 넘게 뛰었습니다. 미청구공사액의 상당부분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건설 사업인 ‘평택 FAB 3기 신축공사(3720억원)’, 평택 P4 신축공사(1937억원) 등으로 손실 위험이 크지 않았지만 공사비 증액을 놓고 갈등을 빚었던 서초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한신3차 재건축)도 눈에 띄었습니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누적 수주액 4조원을 돌파하며 도시정비사업에 적극 나섰던 포스코이앤씨의 경우 미청구공사액이 1조8000억원으로 작년 말에 견줘 40% 늘었는데 광주오포 2차 공동주택 개발사업 등 분양공사 관련 계약자산이 676억6150만원에서 1559억2877만원으로 130% 뛰기도 했습니다.
 
반면 GS건설의 계약자산은 9230억원으로 22.3% 감소했습니다. 지난해 발생한 개포프레지던스자이(222억 원), 철산자이더헤리티지(767억 원), 장위자이레디언트(132억 원) 등 건축·주택부문에서 미수금을 회수한 결과입니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경기침체와 원자재값 상승, 금리 인상 등으로 악성 미분양이 늘고 상황에서 리스크 관리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에도 PF시장 부실 리스크는 여전히 잔존하고 있다”라며 “고금리가 유지되고 있어, 이자비용이 계속 적체되는 가운데 부동산 침체기가 길어질수록 부실 사업장들이 출현할 가능성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고분양가, 부동산 경기 침체가 겹치며 전반적으로 분양 계획이 밀렸고 내년 상반기까지는 정비사업 물량이 크게 늘어나기도 어려운 환경”이라며 “건설 업종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