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급발진 논란)④운전자들 '페달 블랙박스' 단다
급발진 상황서 브레이크 밟으면 증거 인정
'킬 프로그램' 도입 주장도 나와
토요타·테슬라 등 이미 킬 프로그램 장착
2023-10-30 06:00:00 2023-10-30 06:00:00
 
[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페달 블랙박스가 자동차 급발진의 원인을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는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제동 페달에 분명히 압력을 가했음에도 차량이 급 가속했음을 입증할 증거를 수집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이밖에도 급발진 의심 상황이 생기면 자동차 운행을 강제 종료하는 '킬 프로그램'을 도입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급발진 사고에 대한 운전자의 오작동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페달 부분에 설치하는 블랙박스가 출시되고 있습니다. 페달 블랙박스는 페달 부분에 설치하는 블랙박스로 급발진 상황이 발생할 경우 페달 상황을 촬영하는 기계입니다. 
 
업계에서는 페달 블랙박스가 급발진 사고의 책임 소재를 따지기 핵심적인 요소로 꼽고 있습니다. 급발진 사고가 났는지 여부를 자동차 제조사가 아닌 소비자가 입증하게돼 있기 때문입니다.
 
페달 블랙박스 제조업체 구대회 대시캠 대표는 "급발진 사고가 일어났을 경우 운전자가 아무 잘못 없이 가해자가 되는 일을 막기 위해 블랙박스를 개발했다"며 "급발진 사고로 인해 억울한 사람이 없게 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습니다.
 
현대 그랜저 HG300 승용차량이 화단 위로 올라가 있다.(사진=뉴시스)
 
'페달 블랙박스' 달고 소비자 스스로 급발진 증명
 
현재까지 차량의 주행 기록 분석 장치인 EDR로 일부 급발진 원인을 밝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제조사의 면죄부가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운전자에게 불리한 증거로만 이용되면서 국내 관련법과 함께 제조사의 편만들어 준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구 대표는 "자동차 제조사는 EDR 데이터를 근거로 사고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운전자는 차량 결함에 따른 급발진을 주장하는데 EDR은 완벽한 자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국내 소비자들은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급발진 사고가 내 책임이라는 스스로 밝히고 증명하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운전자들 사이에서 페달 블랙박스를 설치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실제 페달 블랙박스는 카메라를 패달 주변에 달아 브레이크를 밟는지, 가속 페달을 밟는지, 페달을 얼마나 세게 밟았는지 핸들은 어느 쪽으로 돌리는 지 녹화를 합니다. 아무래도 급발진 상황에서 브레이크를 밟은 영상이 있으면 제조사가 운전 실수라고 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한 전기차 커뮤니티에서는 "차가 급발진해 사고가 날 경우 사고 비용 등을 직접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 억울할 것 같다"며 "비용을 들여서라도 페달 블랙박스를 꼭 넣을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킬 프로그램' 도입 주장도 나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페달 블랙박스 외에도 '킬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킬 프로그램은 자동차 제작사들이 급발진 의심 상황이 생기면 자동차 운행을 강제로 종료하는 시스템입니다.
 
특히 킬 프로그램은 하이브리드차나 전기차에서 주로 사용되는데요. 자동차가 폭주할 경우 소프트웨어적으로 가속을 완전히 차단하는 방법입니다. 
 
운전석에 비상 완전정지 스위치를 기계적으로 장착해 비상 시 엔진을 정지 시켜 모터를 제동하는 방식입니다. 일종의 공장에서 운용 중인 기계장치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빨간색 비상정지 스위치와 유사합니다. 
 
실제 일본 토요타의 경우 지난 2019년부터 차량에 급발진 등의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가속을 막아주는 킬 프로그램 장착을 의무화해 진행 중인 상황입니다. 미국 테슬라 역시 3~4년전 부터 킬 프로그램을 장착하고 있습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 학과 교수는 "하드웨어적 기계적 장치는 부품의 설치와 구조적 조정 등 여러 조치가 요구돼 비용을 올리는 요소가 돼 탑재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의무적으로 장착하는 방법은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주행중이던 테슬라 전기차에 화재가 발생한 모습. (사진=뉴시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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