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연석 기자] 16일 진행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원회의 헌법재판소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한목소리로 헌재의 재판 지연 문제에 대해 집중 질타했습니다. 의원들은 헌재에 ‘적시처리 제도’ 활용 등 특단의 대책을 강구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평균 사건처리 기간…2017년 363일 → 2023년 732일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헌재에 미제 사건은 총 1576건(8월31일 기준)입니다. 이 중 2년 넘게 경과한 사건은 486건입니다. 가장 오래된 사건은 2014년 12월에 접수된 건으로 3165일이 지났습니다.
송 의원은 “헌재가 처리 기간(180일)을 정해둔 것에 비해 미제가 굉장히 많다”면서, 빠른 심리와 선고를 위해 2019년 만들어진 ‘적시처리 제도’를 헌재가 활용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박종문 헌재 사무처장은 “올 2월부터 장기미제처리부를 연구부에 설치했고, 경력 많은 헌법연구관들을 배치했다”며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주요 사건은 적시처리 사건이 아니더라도 늦지 않도록 재판부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내용으로 질의했습니다. 유 의원에 따르면 2017년 평균 사건처리 기간은 363일이었는데 2023년은 732일로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유 의원은 “(헌재는) 인력 부족과 사건의 급증을 이유로 들지만, 업무현황 보고를 보면 2020년을 중심으로 사건이 줄고 있다. 신속한 재판이라는 국민의 헌법적 권리를 가벼이 여기는 거 아니냐”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박 처장은 “신속히 결정해야 한다는 명제에 대해선 저뿐만 아니라 헌재 재판관들도 동의한다”며 “사건 수가 통계상으로 줄었지만, 남소(무분별한 소송)자가 줄어서 그런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처음 선례가 되는 사건의 경우 한 번 결정이 되면 향후 비슷한 사건에서 선례가 되기 때문에 외국 입법례라든지 찾을 게 많다”고 말했습니다.
‘정치력 실종·정치의 사법화’ 자성 목소리도
이날 국감에선 헌재의 재판 지연에 국회 탓이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법사위 위원장인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헌재 내부와 주변 분위기를 확인한 결과 ‘방송3법, 노란봉투법, 이상민 장관 탄핵사건’ 등 큰 사건이 몰리면서 헌재 연구관들이 대거 투입돼 일반 국민, 국가와 관련된 사건이 지연되고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했습니다.
이어 “국회가, 정치가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헌재에 떠넘김으로써 (헌재의 다른 재판이) 지연됐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가와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반성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국회의 정치력 실종이라는 점에 대해 김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유감을 표한다”고 했습니다.
다만 그는 미국이나 독일 등 참사가 일어난 후 책임지며 자진 사임하는 장관이나 대통령이 해임하는 사례를 언급하며 “민주당이 과다한 의석으로 (이상민 장관에 대해) 정치 탄압을 했다는 건 편향적이고 심한 평가”라고 반박했습니다.
유남석(오른쪽) 헌법재판소장과 박종문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헌법재판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뉴시스)
유연석 기자 ccb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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