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충돌 확산되면 치명타…중동 건설 현장 '비상'
삼성물산·현대·대우건설 등 중동지역 계약잔액 많아
교전 확산, 원자재 추가 상승 불가피…정부 목표도 타격
2023-10-11 16:20:57 2023-10-11 17:54:36
 
[뉴스토마토 백아란·김성은 기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인 하마스의 공격으로 이스라엘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한 가운데 국내 건설사들도 긴장 상태에 들어갔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교전이 장기화하거나 격화할 경우 해외 수주사업에도 피해가 불가피한 까닭입니다. 특히 이번 전쟁의 지리적 위치가 중동이라는 점에서 유가를 비롯한 금리, 원자재가격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11일 서울 청계광장 인근에서 팔레스타인인과 시민단체 등이 참석한 가운데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과 관련해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집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당장 윤석열정부의 해외 수주 목표치부터 타격이 가해질 전망입니다. 앞서 정부는 해외건설 4대 강국 달성을 위해 '원팀 코리아'를 구성하고 올해 해외 수주 목표를 작년보다 13% 높였습니다. 네옴시티와 같은 대형사업을 확보해 임기 내 해외건설 연간 수주액 500억달러를 달성하겠다는 목표의 일환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중동 국가와 기업들의 교류를 적극 지원하며 수주에 공을 들여왔습니다. 하지만 해외수주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동 지역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제2 중동붐'에 희망을 걸었던 정부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어진 형국입니다.
 
실제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건설업계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235억3138만달러(31조5015억원)로 전년 동기(224억1901만달러)에 견줘 5% 증가했습니다. 지역별로는 중동이 80억달러로 전체의 34%를 차지했으며 △북미·태평양(74억달러·32%) △아시아(47억달러·20%) △중남미(13억달러·6%) 순으로 뒤를 따랐습니다.
 
중동 지역은 사우디 아미랄 석유화학 플랜트(51억달러), 리비아 패스트 트랙 발전 공사(8억달러), UAE S4 담수화 양허사업(5억달러) 등을 수주하며 지난해 동기 대비 20.4% 증가, 건설업계 해외수주 성장세를 견인했습니다.

유가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 프로젝트 발주 지연 우려
 
그러나 해외수주 텃밭으로 불리는 중동 지역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되면서 해외사업을 전개하는 건설사들은 더욱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주요 건설사의 경우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등 서남아시아와 북부아프리카 일부 국가를 일컫는 중동 지역에서 전체 해외 프로젝트의 약 30~40%를 수행하고 있는데 국제 정세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며 석유제품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부담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수행 역시 불확실해진 탓입니다.
 
건설사별 중동 지역 해외수주 계약 잔액 현황을 살펴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삼성물산이 6조3800억원으로 가장 많은 상태며 대우건설과 현대건설도 각각 5조8300억원, 5조1400억원 규모의 계약잔액이 중동에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여기에 지난 6월 현대건설은 6조5000억원 규모의 사우디 최대 석유화학단지 건설사업을 따냈으며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함께 네옴시티 프로젝트 중 '더 라인'의 터널 공사 일부를 수주하기도 했습니다. 이밖에 대우건설은 지난 3월 1조원 규모의 '리비아 패스트트랙 발전 공사'를 수주했으며 GS건설(UAE 슈웨이하트4 해수담수화사업), 쌍용건설(두바이 키파프 개발사업)도 각각 중동을 중심으로 시공권을 확보했습니다.
 
건설업계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중동 지역 국가들이 사업 발주 확대를 재개하는 시점에서 이번 전쟁이 발발함에 따라 신규 수주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해외사업을 활발히 전개하는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중동 지역은 항상 불안 요소가 있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 사업에 착수한다"면서 "현재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사업 발주 연기나 취소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지만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갈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전쟁이 발발하면서, 관련 매크로 지표들의 변동성이 커졌다"라며 "건설 관련해서는 금리와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는데 특히 중동 내 건설과 관련한 비용이 증가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하고 지정학적 위기에 따른 유가 변동과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와 금리에 미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백아란·김성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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