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HD현대중공업(329180)이 방위사업청의 해군 차기 호위함 2척(울산급 배치3 5·6번함) 건조사업 입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 탈락한 뒤, 법원에 낸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확인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습니다. 이로써 울산급 배치3 5·6번함은 기존 절차대로
한화오션(042660)이 건조할 전망입니다.
다만, HD현대중공업은 이번 입찰에서 불리하게 작용한 방사청의 보안사고 감점의 폭이 과도하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민원을 신청해 둔 상태입니다. 권익위의 조정 결과가 이번 호위함 입찰 논란의 연장을 포함해 내년 있을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KDDX) 수주 경쟁의 유불리까지 점칠 수 있어 중요하다는 분석입니다.
1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이 지난 8월 호위함 2척 건조 사업 수주 우선대상자 선정 결과를 불복하고,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50부에 방사청을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지 않았습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불합리한 현행 보안사고 감점 기준이 계속 적용될 경우 공정한 경쟁이 저해돼 우리 방위산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향후 종합적으로 검토 후 대응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HD현대중공업은 이번 호위함 2척 건조 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제안서 평가의 기술능력평가에서 한화오션보다 앞섰습니다. HD현대중공업은 80점 만점 가운데 총점 72.3893점 받은 반면, 한화오션은 71.4158점으로 평가됐습니다. 약 0.97점의 차이가 난겁니다. 중소, 중견기업과 함께 사업을 수행하는지 여부를 따지는 '중소, 중견기업 참여 가점' 분야에서도 HD현대중공업이 0.68점 높았습니다.
그러나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020년 KDDX 기본설계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직원들이 대우조선해양의 설계도면을 은닉·유출한 데 의해 1.8점 감점 '패널티'를 받고 있어 결과가 뒤집혔습니다. 결국 한화오션은 총 100점 만점 중 91.8855점, HD현대중공업은 0.1422점 뒤진 91.7433점으로 매겨져 한화오션이 우선협상자로 꼽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화오션은 "정당한 입찰을 통한 결과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행위에 대한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환영한다"며 "방위 산업은 국토방위와 국민 생명을 담보로 하는 사업인 만큼 신뢰와 도덕성이 기술력만큼이나 중요한 핵심 가치 사업"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화오션의 울산급 배치3 호위함 모형. (사진=한화오션)
권익위, 방사청 감점 적용 시점 변경 원인 파악 관건
하지만 HD현대중공업은 화화오션 대비 기술력에는 앞섰는데도 보안 감점으로 수주가 결정된 게 문제라고 주장합니다. 또 방사청이 변경한 보안감점 지침이 소급 적용돼 현재 과한 제재를 받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권익위는 지난 2018년 3월 방사청에 "감점기준이 지나치게 큰 비중을 차지해 기술 중심의 제안서평가 원칙에 어긋난다"며 제도개선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방사청은 이같은 권고를 받아들여 2019년 9월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업무 지침'을 1차로 개정해 보안사고 감점 축소와 평가 대상기간을 완화했습니다. 그런데 관련 지침이 2022년 12월까지 3차례나 개정(2차~4차)되며 감점과 평가 대상기간이 재차 높아진 상황입니다.
때문에 HD현대중공업은 군함 수주 경쟁에서 '기술 중심의 제안서평가'란 원칙이 무너졌다고 판단해 지난 8월 11일 권익위에 고충민원을 신청했습니다. 권익위는 HD현대중공업의 민원이 접수되자 조사에 나섰습니다.
특히 방사청이 3차 지침에서 보안사고 감점 기준 적용 시점과 기간을 '기소 후 3년간'으로 개정한 후 1년만에 '형 확정 후 3년간(4차)'으로 바꾼 것이 적절한 지에 대한 권익위의 조사 유무가 관건입니다. 감점 시점이 기소냐 형 확정이냐에 따라 내년 8조원 규모의 KDDX 건조사업 입찰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서입니다.
검찰이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을 보안사고로 기소한 시점은 2020년 9월입니다. 이들에 대한 형 확정은 지난해 11월에 났습니다. 기소 시점으로부터 감점 규정을 적용하면 현대중공업은 올해 9월까지 보안사고 감점을 적용받는 반면, 형 확정 기준으로보면 2025년 11월까지 감점이 지속됩니다. 이에 따라 HD현대중공업이 이번 호위함 입찰처럼 감점 패널티를 갖고 내년 예정된 KDDX 입찰에서 한화오션과 경쟁할 지 말지가 결정되는 상황입니다.
권익위 관계자는 "내부 검토를 거쳐 고충민원에 대해 조사에 들어갔다"며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의견을 기본적으로 존중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가처분 사건으로 방산업계 내 보안감점 제도의 문제가 제기된 만큼 철저하게 재검토해 논란이 없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HD현대중공업이 개발 중인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KDDX) 모형. (사진=HD현대중공업)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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