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넷마블(251270) 방치형 RPG '세븐나이츠 키우기'가 쟁쟁한 MMORPG(다중접속 역할수행 게임)들을 제치고 최상위 매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실사 그래픽으로 무장한 대작도 아니고, 내버려 두면 그만인 자동 사냥 게임이지만, 귀여운 캐릭터 수집 욕구가 편한 게임성을 만나 흥행의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10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세븐나이츠 키우기는 이날 국내 구글 매출 2위와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를 기록했습니다. 구글에선 이달 8~9일 3위까지 오른 뒤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고, 애플에선 리니지M을 제친 겁니다.
특히 구글 매출에서 '나이트 크로우'와 '오딘: 발할라 라이징', '리니지W', '리니지2M' 등 상위권을 차지해온 MMORPG가 이 게임에 줄줄이 밀려났습니다.
넷마블 방치형 RPG ’세븐나이츠 키우기‘가 10일 MMORPG 게임들을 제치고 구글 매출 2위에 올랐다. (사진=모바일인덱스 웹사이트)
방치형 RPG는 상대적으로 수익성 낮은 장르라는 게 업계 설명인데요. 이 게임은 무엇이 특별해서 MMORPG 틈바구니에서 흥행하는 걸까요? 넷마블은 그간 쌓아올린 캐릭터 인지도와 수집욕 덕분이라고 설명합니다.
우선 이 장르의 특징인 '자동사냥'은 기존 MMORPG도 지원하는 기본 기능입니다. 그래서 모바일 MMORPG 게이머들은 "출퇴근 시간 전철에서 그나마 즐길 수 있어서 한다"고 설명해 왔는데요. 넷마블은 아예 스마트폰의 세로 화면에 맞춰서 한 손으로 켜고 구경하다 끄는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기존 MMORPG 화면도 피곤한 사람에게, 캐릭터 활성화와 보상 얻기 정도만 눌러도 되는 축소판 게임을 쥐어준 겁니다.
이 게임의 시장성은 게이머들이 주고 받는 의견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 온라인 게시판에선 이 게임 인기 원인을 물으며 "그냥 스트리머 보면서 쉬면 되는 것 아니냐"는 글이 올라왔는데, "스트리머가 방송 안 켜면 못 보는데 이건 내가 켜면 볼 수 있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습니다.
다만 방치형 게임의 한계가 뚜렷합니다. '쉽게 안 죽는 다마고치' 같은 매력 때문에 처음엔 흥미를 갖다가, 반복된 '구경'에 흥미를 잃기 쉬운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무료 재화에 대한 대가성 광고 시청 권유도 잦습니다. 광고 시청 없는 게임을 위해선 한 달 단위 결제를 이어가야 하는데, 사실상의 월정액제를 선택하면서 꾸준히 '구경하는 게임'을 해야 할 이유도 많지 않습니다. 세븐나이츠 키우기 외에도 방치형 RPG 게임은 많습니다.
서사 부분에 대한 불만도 눈에 띕니다. 애플 앱스토어에선 도입부는 물론 게임 초반 서사도 간단한 몇 마디로 흘러갈 뿐, 간략한 동영상도 없어 불만이라는 평가가 적혀 있습니다. 이에 대해 넷마블은 "이후 진행에도 동영상 등 서사를 위한 추가 요소는 없다"고 답했습니다.
세븐나이츠 키우기는 아이패드에서도 세로 화면에 맞춰져 있다. (사진=세븐나이츠 키우기 실행 화면 캡처)
대신 넷마블은 그간 끌어모은 팬들의 지지와 캐릭터 수집 요소를 차별점으로 내세웁니다. 세븐나이츠 키우기는 2014년 출시해 세계 6000만 내려받기를 기록한 넷마블 대표 IP(지식재산권) '세븐나이츠' 기반으로 개발됐습니다. 넷마블은 원작의 숨겨진 이야기로 확장된 세계관을 경험할 수 있고, SD 캐릭터로 재탄생한 원작 영웅들을 수집·육성할 수 있다는 걸 강점으로 내세웁니다. SD 캐릭터는 머리 크기를 대폭 키우고 몸통은 작게 그려 귀여움을 강조한 캐릭터입니다. 여기에 저용량, 저사양, 쉬운 게임성을 전면에 내세워 대중성에 집중했지요.
넷마블 관계자는 "세븐나이츠 키우기가 원작 팬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는 퀄리티를 선보이고 있는 만큼, 자연스럽게 성과가 따라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몇년 사이 방치형 요소를 적용한 게임이 많이 나오고 있고, 장르적으로도 성장하고 있는 시장 중 하나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월정액 결제와 개별 아이템 구매 비율에 대해서는 "대외비"라며 말을 아꼈습니다.
이 게임이 반짝 인기에 그치지 않기 위한 전략에 대해서는 "방치형에 CCG(수집 가능한 카드 게임) 요소를 조합했기에 장기적으로 유저들이 매력적인 캐릭터에 대한 소유 욕구를 발휘해 줄 것"이라며 "이 부분이 다른 방치형에 비해 큰 매력이고 장기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본다"고 답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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