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정쟁 속 숨겨진 국감 이슈 찾기
2023-10-10 06:00:00 2023-10-10 06:00:00
올해도 어김없이 국정감사 시즌이 시작됐습니다. 특히나 이번 국감엔 정치 이슈가 수북해 내년 총선을 더욱 실감나게 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양평 고속도로, 홍범도 흉상 이전, 새만금 잼버리 사태, 가짜뉴스 논란 등을 둘러싸고 여야 간 치열한 설전이 예상되는데요. 논쟁거리가 하도 많아 10일부터 27일까지 18일 간의 일정이 너무 짧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사실 정치적 공방은 국감 한참 전부터 이미 시작됐지요. 또 총선이란 빅이벤트를 앞둔 터라 지리멸렬한 공방이 한동안 계속 이어질 전망입니다. 당장 오늘 열리는 과방위 국감의 경우 '가짜 뉴스' 논란으로 뜨거울 전망이긴 하나, 여야간 합의 불발로 증인 채택도 못해 의원들의 입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대혼란이 예상되는 정쟁 국감 외에 한 번 다른 곳으로도 눈을 돌려볼까요. 어쩌면 정쟁 국감의 가장 큰 수혜 분야, 뜨거운 정치 이슈가 없다면 단연 국감의 하이라이트가 됐을 분야가 있는데요. 바로 산업계입니다.
 
국감 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회장님', '대표님'들의 증인 출석입니다. 그런데 올해는 국회 국감 증인과 참고인 명단에선 재벌 회장님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는데요. 의원님들이 대기업들에 관심을 별로 두지 않는 건 요즘 별다른 문제사항이 없어서일까요, 아니면 바쁜 회장님들을 국감장에 불러다 놓고 영양가 없는 질문으로 망신을 준다는 일각의 비판을 의식해서일까요. 그도 아니라면 대관(대정부 관계) 업무의 승리일까요. 아무튼 올해는 대기업 회장님들에게 의원들이 호통치는 모습은 보기 어렵게 됐습니다.
 
한편 중견·중소기업 회장님과 대표님, 임원들에 대한 증인 신청은 대거 늘었습니다. 대리점 인접출점과 보복성 계약갱신거절 등 불공정행위와 관련해 구본학 쿠쿠전자 대표가, 가맹지사 일방적 계약 해지 문제로 홍범준 좋은책신사고 대표가, 출판계열사를 통한 도서 밀어내기와 미판매 도서비용 요구 등으로 최정민 천재교육 회장이 정무위에 호출됐고요. 산자위에는 과도한 수수료율 및 데이터 독과점 문제로 함윤석 우아한형제들 부사장이, 기술탈취 및 아이디어 도용 의혹과 관련해 문태식 카카오VX 대표 등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특히 환노위엔 대규모 임금체불 대책과 관련해 박영우 대유위니아그룹 회장, 노동실태와 관련해 이국환 우아한형제들 대표, 유성 도료 유통·사용으로 조성국 노루페인트 대표이사, 현대중공업 친환경도료 개발관련 유해성 문제로 최대규 KCC 상무 등이 줄줄이 호출됐습니다.
 
보시다시피 불공정행위, 기술탈취, 독과점, 임금체불, 노동문제, 환경문제 등은 더 이상 대기업만의 오명이 아닙니다. 알고보면 숨겨진 갑의 이름들과 갑질 의혹들이 참 많은데요. 또 세상은 갑과 을의 관계 외에 갑을병정 관계에 이르기까지, 알고보면 훨씬 더 복잡다단하게 나뉘어 있다고들 하죠. 아마도 이번 국감은 그 사이사이에 숨은 이름들을 조금이나마 끌어내는 국감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조건이 필요합니다. 국민들이 눈과 귀를 기울인다는 조건 말입니다.
 
이번 국감 증인 채택을 두고 한 기업의 관계자는 중소·중견기업이 이렇게까지 불려나간 일이 별로 없다면서, 경험이 없어 당황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조금은 이례적인 상황인 것, 맞습니다. 하지만 사실 어느 정도 예상 가능했던 흐름이긴 합니다. 세상이 그래도 많이 바뀌었거든요. 중소·중견기업계를 두고 흔히들 지칭하는 말 중 우리나라 경제의 허리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이 허리가 바로 설 때 국민 대다수가 살기 좋은 나라로 갈 수 있지 않을까요. ESG 경영이니 뭐니 하는 것들이 어디 별천지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사실 일상 가까이에서 실천 가능한 것임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김나볏 중기IT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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