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미래에셋의 부동산펀드 수익률이 하루아침에 40% 폭락했습니다. 펀드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의 재평가 결과를 반영한 데 따른 것입니다. 금리 상승과 높은 공실률 등 경제 전반의 영향을 받고 있어 보유자산 매각도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추석연휴 전인 지난달 26일 한국거래소에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11호(이하 맵스미국11호) 수익증권의 공정가치평가 반영공시를 냈습니다. 이 펀드는 미국 애틀란타에 소재한 오피스빌딩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공시에 따르면, 8월31일 기준으로 평가된 자산 감정평가금액이 전년 대비 20.1% 하락한 2억4300만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이에 따라 맵스미국11호가 보유한 지분의 순자산가치도 전년 1억4257만5180달러에서 올해 8525만2464달러로 40.2% 하락했습니다.
미래에셋운용은 임대차계약 내용대로 임대료 2% 상승분을 감안했으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이 자본환원율과 할인율 상승에 영향을 미쳐 자산가치가 하락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펀드의 기준가도 25일 1342원에서 26일 821원으로 하루만에 38.84%나 하락 조정됐습니다. 자산가치는 20.1% 하락했는데 펀드 성과가 40% 가까이 폭락한 것은 역레버리지 효과 때문입니다. 대다수 부동산펀드는 투자자들이 낸 자본금에 대출금을 보태 자산을 매입합니다. 그로 인해 수익이 발생하면 투자원금 대비 수익률이 배가되지만 손실이 나면 손실도 키우게 됩니다.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11호 설정 이후 수익률 (미래에셋자산운용)
20년 임대 무슨 소용…‘텅빈 빌딩’ 가치 추락
맵스미국11호 펀드는 애틀란타에 있는 빌딩에 투자하기 위해 2017년 10월에 설정됐습니다. 이 빌딩은 2016년 12월에 준공한 대지면적 4271평, 지상 21층 지하 4층 규모의 빌딩으로 매입금액은 2억8240만달러입니다. 이를 위해 1억2780만달러를 일반 투자자들에게 공모로 모집했고 각종 비용 목적으로 700만달러를 추가 조달했습니다. 여기에 현지에서 부동산담보대출로 펀딩금액보다 많은 1억5800만달러를 조달했습니다.
오피스 면적은 미국 최대 손해보험사인 스테이트팜이 단독 임차해 2037년까지 20년간 쓰기로 했고(연장옵션 행사시 최대 40년) 임대료는 매년 2.0%씩 인상하기로 했습니다. 스테이트팜이 원한다면 최대 40년까지 임차가 가능하고 중도해지 옵션도 없어 계약조건이 나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재택근무 확산과 연준의 금리 인상이 시작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습니다. 하필이면 이 시기가 펀드 대출만기 및 존속기한과 겹친 것이 화를 키웠습니다. 폐쇄형 부동산펀드는 기한 만기 1~2년 전부터 부동산 매각을 추진하는데 이때 글로벌 시장이 변한 것입니다.
펀드 기한은 1년3개월 정도 남았습니다. 그 안에 감정평가 가격이 20% 하락한 오피스빌딩을 매입가격 이상으로 매각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입니다. 현재 주 임차인인 스테이트팜은 건물을 비운 상태입니다. 2021년 9월 전대차 형식으로 중고차업체 카바나가 입주했다가 2년도 안 된 2023년 1월에 퇴거했습니다. 물론 맵스미국11호는 스테이트팜과 20년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이어서 임대료를 받는 데는 문제가 없겠지만 시장 평가에선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따라서 정상가 수준에서 매각이 진행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대규모 오피스 앵커 프로젝트로 건축된 파크센터는 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 시 외곽 던우디 커뮤니티 내 위치한 스테이트팜의 지역허브로 사용 중이다. (사진=Cooper Carry)
“손해 나도 매각 진행”
공모펀드는 수익자총회 등 투자자들의 의사를 묻는 과정 없이 운용사 결정으로 자산을 매각할 수 있습니다. 현재 미래에셋자산운용 측은 손실이 나도 펀드 기한 전에 매각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입니다. 2분기 기준 현지 공실률은 20~25% 수준으로 거래는 일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다만 감정평가기관이 자산재평가를 진행한 지난 6월 이후에도 금리가 크게 상승한 상황이어서 감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팔리는 것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펀드 존속기한에 앞서 대출만기가 돌아오는 것을 감안할 때 대출만기일 전에 자산 매각을 성사시키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가 될 전망입니다. 맵스미국11호는 2017년에 1억5800만달러를 7년만기 선순위 담보대출로 조달했습니다. 금리는 미국채 7년물에 124bps를 얹어 3.06%로 결정됐으며 만기 예정일은 내년 7월입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대출을 갈아탄다면 금리가 2배 이상 뛰겠지만 매각이 성사된다면 대출금리는 간접적인 영향만 주게 됩니다. 자산가치 하락으로 LTV(부동산담보대출비율)도 크게 상승했으나 이 또한 리파이낸싱이나 펀드 기한을 연장할 때 영향을 주는 요소라 매각이 이뤄질 경우 무의미합니다.
이에 관해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재택근무 확산과 연준의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해외 오피스 빌딩의 자산재평가 가격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며 “2018년 4분기 이후 (현지에)추가 공급이 없었기 때문에 시장공실은 점차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며 대출 만기 이전에 안정적으로 매각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맵스미국11호는 펀드 손실과는 무관하게 매년 펀드보수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판매보수는 연평균가액의 연 0.25%, 운용보수는 납입금액의 연 0.375%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 부동산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다른 운용사의 부동산펀드 중엔 보수를 대폭 인하한 경우가 있으나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그럴 계획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매각차익이 발생하는 경우에만 부과되는 자산매각보수는 안 내도 되겠지만 매각 과정에 소요되는 일정 비용은 별도로 부과될 예정입니다. 큰 손실을 내고도 보수는 전액 챙기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이 곱지 않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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