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90달러 코앞…금리 자극할까 ‘조마조마’
러·사우디 감산 연장…난방유 계절 성큼
연준 11월 금리인상 가능성↑…대선 앞둔 미국 ‘어쩌나’
2023-09-12 02:00:00 2023-09-12 02: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국제유가가 오름세를 나타내면서 금리가 하락 반전하길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글로벌 경제주체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습니다. 유가 상승이 물가를 자극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금리 인상을 부추기거나 금리 인하 시기를 늦출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곧 유럽의 난방유 소비가 증가하는 계절이 찾아오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도 큰 걱정입니다. 
 
‘유가→물가→금리’ 연쇄 반응 
 
10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가격(10월만기)은 배럴당 86.97달러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지난 6일 87.54달러를 기록하며 87달러를 넘어선 뒤로 눈치 보기 중이지만 90달러를 향한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급등했습니다. 개전 한 달도 안 돼 WTI 기준 배럴당 123달러까지 뛰었습니다. 하지만 전쟁 위기감이 확산하며 시세가 상승하던 작년 초만 해도 60달러대에 머물렀고, 심지어 개전 초반에도 유가는 지금보다 낮았습니다. 그만큼 현재 유가가 상당히 높은 수준에 오른 것입니다. 
 
유가가 뛰자 금융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입니다. 안정을 찾던 시중금리가 다시 들썩이고 있습니다.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채 2년물 금리는 5.01%를 기록, 지난 3월의 고점 5.05%에 다시 다가선 상태입니다. 같은 날 미국채 10년물도 4.3%를 찍었습니다. 달러인덱스 역시 105.09로 3월의 고점에 근접했습니다. 유가 상승으로 인해 물가가 쉽게 잡힐 것 같지 않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돈값이 하락한 결과입니다. 미국 소비자물가(CPI) 상승률도 7월에는 전년비 3.2%를 기록했는데 8월 전망치는 3.6%로 높아졌습니다. 
 
물가가 오르면 연준 내 매파의 발언은 더욱 강해지게 됩니다. 오는 20일 열리는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11월에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도 많아졌습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기조는 지난 7월 인상으로 끝났고 내년 상반기쯤엔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기에 그만큼 시장의 실망과 불안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경제 부진한 중국, 수입량 유지? 
 
전 세계 경제가 부진한 상황인데 유가가 오르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수요와 공급의 부조화입니다. 전 세계에서 원유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는 중국입니다. 현재 중국은 경제 부진으로 고전 중입니다. 수요가 받쳐주지 못하면 당연히 원유 수입을 줄여야 할 것 같은데 그러지 않았습니다. 중국은 미국 정부의 견제에도 러시아와 이란에서 원유 수입을 늘려 전체 수입량을 유지하는 중입니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난 2분기 중국의 원유와 석유제품 순수입량이 하루 평균 1200만배럴에 달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수요가 부진한데 수입량이 늘어 자연스럽게 원유 재고가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중국 정부는 이와 관련된 통계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 연장 발표입니다. 사우디는 지난 7월부터 하루 생산량을 기존 1015만배럴에서 902만배럴로 100만배럴 이상 줄였는데 최근 이 체제를 올해 말까지 유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우디와 교감한 러시아도 같은 날 올해 연말까지 일일 30만배럴을 감산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두 나라에겐 각각 유가를 올려야 할 확실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우디는 네옴시티 건설, 러시아는 길어지는 전쟁 때문에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하니까요. 두 산유국이 앞장서면서 OPEC+의 기조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경상수지 흑자 다시 깨질까 
 
유가 상승에 유독 민감한 나라는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입니다. 유가가 오르면 물가를 자극할 테니 바이든 정부에겐 부담이 되겠죠. 하지만 미국과 날을 세우고 있는 나라들이 유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어 여의치가 않습니다. 
 
지난해처럼 전략비축유(SPR)을 풀어 유가 상승을 저지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지난해 전쟁이 발발하며 유가가 치솟자 미국 정부는 한 해 1억8000만배럴의 비축유를 방출해 유가 상승을 방어했습니다. 올해 2월에도 2600만배럴을 추가로 풀었습니다. 
 
이로 인해 8월말 재고는 약 3억5000만배럴로 줄어든 상황입니다. 저장 가능 용량이 7억1400만배럴임을 감안하면 탱크의 절반이 비어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미국 정부는 유가가 오른다고 추가로 비축유를 풀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비운 공간을 일부라도 다시 채워 넣어야 합니다. 
 
물론 유가의 추가 상승을 막을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OPEC 회원국들이 전부 감산 결정에 동참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주요 OPEC 회원국들의 균형재정 유가 수준이 배럴당 55~76달러로 지금의 유가 수준보다 낮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실업률이 상승한 것으로 집계된 것도 연준 위원들에겐 부담이 될 전망입니다.
 
산유국과 정유, 조선 등 일부를 제외하곤 유가 상승을 반기는 이들이 많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경제도 유가가 오를 경우 간신히 흑자로 돌아선 경상수지에 부담을 주게 됩니다. 
 
유럽에서 난방유 사용이 본격 증가하기 시작하는 11월까지는 얼마 남지 않습니다. 그 전엔 가을철 미국을 자주 찾는 허리케인 변수도 피해가야 합니다. 산 넘어 산인 형국인데 그나마 미중 갈등으로 바닥을 찍었던 중국의 대미 수출증가율과 미국의 대중 수입증가율이 반등했다고 합니다. 
 
1차 관문은 WTI 기준 배럴당 90달러, 브렌트유 100달러 돌파 혹은 방어가 될 전망입니다. 이번 주에 나올 예정인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국제에너지지구(IEA)의 보고서에 전 세계의 눈과 귀가 집중돼 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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