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홍콩증시 하락으로 이와 연계된 파생결합증권(ELS)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보고 있지만, ELS의 손실 기준선을 최대치로 낮췄다면 위험을 피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ELS 투자에선 높은 목표수익률보다 위험 회피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됐습니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해외지수에 연계된 ELS 상품 발행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설정된 공모형 ELS 상품은 9137건, 24조6903억원 규모에 달합니다. 이중 미국과 유럽, 홍콩, 일본 등 해외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상품이 482건, 21조7807억원으로 각각 81%, 88%의 비중을 차지해 대부분 해외 증시에 연계된 ELS에 투자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뚜렷한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올해 7월 한 달 모집한 공모형 ELS 상품 중 해외지수형은 593건, 1조6276억원에 그쳤습니다. 건수로는 75%, 금액으론 83% 비중입니다. 7월까지 누적 발행실적도 13조5598억원으로 40조원에 육박하던 2021년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최고점 가입? 녹인 40%라면 손실 피해
ELS 시장의 부진은 글로벌 금리 상승으로 인한 유동성 감소의 영향이 있겠지만, 홍콩증시의 하락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ELS 상품들이 기초자산으로 삼고 있는 주요 증시는 ELS의 설정기간인 지난 2~3년간 크게 오르내리는 부침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낙폭을 상당 부분 만회한 곳이 많지만 유독 홍콩은 그러지 못했습니다. 특히 투자기간 중 단 한 번이라도 터치할 경우 손실이 확정되는 생명선인 ‘녹인(knock-in)’ 기준 아래로 무너진 상품이 많아 손실이 커졌습니다.
그럼에도 녹인을 최대한 낮게 설정한 투자자들은 손실을 피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수의 최고점 대비 최저점의 낙폭이 60%에 살짝 미달했기 때문입니다.
흔히 ‘홍콩H지수’라고 부르는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의 지난 3년 내 최고점(종가)은 2021년 2월17일에 기록한 12228.63포인트입니다. 최저점은 작년 10월31일 마감가인 4938.56포인트입니다.
증권사들이 ELS 상품의 청약을 받기 시작해 청약을 마감하고 해당 상품이 설정되기까지는 7~8영업일이 걸리기 때문에 하필이면 홍콩증시가 최고점을 찍은 날 HSCEI에 연계된 ELS 상품이 설정됐을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만약 그렇다고 가정해도 최고점 대비 최저점의 하락률은 59.61%입니다. 지수형 ELS 상품의 경우 대부분 녹인을 50~40% 사이에서 설정합니다. 녹인이 50%인 상품은 기초자산 중 하나라도 반토막이 나는 순간부터 손실이 발생하고, 40% 녹인 상품은 하락률이 60%를 넘어설 때부터 손실 확정입니다.
따라서 HSCEI가 최고점일 때 ELS에 가입했다고 해도 40% 녹인 상품에 가입했다면 손실을 피했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해외지수형 줄고 종목형 늘어
HSCEI는 지난해 저점을 찍은 뒤 올해 1월 7773포인트까지 급반등했다가 6000선 부근까지 하락한 후 현재 6330선 부근에서 조정 중입니다.
지난해 저점을 찍을 당시, 그리고 지금까지도 홍콩증시에 연계된 ELS 상품들에서 손실이 발생했다는 뉴스가 쏟아지면서 ELS 투자가 위축돼 상품 발행이 감소했습니다.
또한 수치로 드러난 발행 규모 외에도 내용 면에서 두드러진 변화가 포착됩니다. 해외지수형의 비중이 감소하는 대신 개별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종목형 ELS 발행은 증가했다는 사실입니다. 2021년엔 해외종목 연계 ELS 상품 건수가 월간으로 50건을 넘은 적이 없는데, 지난해에는 세 번으로 늘더니, 올해는 100건을 넘은 달이 있을 정도입니다. 주가지수와 개별종목을 함께 묶어놓은 혼합형 ELS 역시 증가세입니다. ELS를 발행하는 증권사들이 홍콩증시 악재에 민감한 투자자들의 시선을 개별종목으로 돌리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ELS의 투자위험도를 비교하자면 지수형보다 종목형이 훨씬 더 높습니다. 투자자들로서는 손실 났다는 말에 홍콩 피하려다 더 큰 위험에 노출된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ELS는 지금부터 얼마나 더 떨어질 것인가를 기준으로 합니다. 따라서 지금은 위험한 개별종목 연계 ELS보다는 이미 많이 하락한 HSCEI가 포함된 ELS에 투자하기 좋은 시기입니다. 높은 목표수익률에 욕심내지 않고 녹인이 낮은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녹인이 40%인 ELS에 투자한다고 가정할 경우 현재 6330선인 HSCEI가 2540선을 무너뜨려야 손실이 발생합니다. 홍콩H지수의 역사에 없는 숫자입니다. 물론 나머지 기초자산인 두 나라 증시도 40%는 지켜야 합니다.
삼성증권이 13일까지 청약을 받는 제29112회 ELS는 HSCEI와 S&P500, 유로스톡스5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스텝다운형(step down) 상품입니다. 3년 동안 6개월 단위로 중간평가해 기간별로 기준가의 95-90-85-80-75-70%보다 높으면 조기상환되며, 이를 충족하지 않아도 3년간 녹인 40% 기준선을 깨지 않으면 연 7.3%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습니다.
키움증권 제2630회 ELS는 HSCEI, S&P500, 니케이225에 기초한 녹인 40% 상품입니다. 조기상환 기준도 6개월 단위 80-80-80-80-75-70%로 삼성증권보다 낮게 설정됐는데 목표수익률은 연 7.50%로 더 높습니다.
예시로 든 상품을 놓쳐도 괜찮습니다. 글로벌 증시가 급반등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비슷한 유형과 목표수익률을 내건 ELS가 또 나올 테니까요.
ELS는 투자자들이 손실을 봤다는 뉴스가 나올 때가 투자 적기입니다. 눈높이만 낮춘다면 은행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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