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같은 지수 다른 보수…ETF보수 운용사 맘대로
기초지수 같은데 보수 몇 배씩 차이…저렴한 경쟁상품 적극 갈아타기
‘열일’하는 후발주자…투자영역 확장·세밀해져
2023-09-02 06:00:00 2023-09-04 14:53:5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쑥쑥 성장하고 있습니다. 후발주자들의 가세로 신상품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투자자들의 선택지가 많아진 만큼 고르는 어려움도 커졌습니다. 특히 기초지수가 똑같거나 흡사한 상품인데도 보수율은 크게 차이나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지수·ETF 후발주자 신상품 출시 이끌어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ETF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든 신한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 등이 선전하면서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쌍두마차의 시장점유율이 소폭 하락했습니다. 
 
현재 ETF 시장은 ‘KODEX’ 브랜드의 삼성과 ‘TIGER’의 미래에셋이 합산 80%에 가까운 시장을 차지한 채로 KB자산운용(KBSTAR)이 멀찍이서 따라오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습니다. 올해에도 이같은 구도엔 변함이 없지만 점유율에서는 한국투자신탁운용(ACE), 한화자산운용(ARIRANG), 키움투자자산운용(KOSEF), 신한자산운용(SOL) 등이 세를 넓힌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1% 미만 점유율을 2배 키운 신한의 분전이 눈에 띕니다. 후발주자들은 전에 없던 신상품을 대거 선보이며 투자자들에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들의 적극적인 공세에 올해에도 벌써 상반기 69종목, 하반기 28종목의 ETF가 신규 상장했습니다. 
 
올해 상장한 ETF들은 새로운 유형이 많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2차전지, 미국 기술주 등 주목받는 섹터는 물론 우주기술처럼 더욱 세밀한 영역으로 집중한 상품이 있습니다. 또한 1년 내내 화두였던 미국 금리 인상에 맞춰 채권 ETF들이 다양한 형태로 등장했습니다. 이달엔 2차전지 주가를 역방향으로 추종하는 ETF(KBSTAR 2차전지TOP10인버스iSelect)도 출시될 예정입니다. 특정 섹터의 인버스 ETF는 생소하지만, 공매도 투자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 있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좋은 활용수단이 생긴 것은 분명합니다. 
 
이처럼 다양한 투자가 가능해진 것은 ETF, ETN 상품이 추종하는 기초지수가 다양해졌기 때문입니다. 여기엔 에프앤가이드, NH투자증권 등 민간업체들이 경쟁력 있는 지수를 계속 만들어낸 것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올해 상장한 ETF 중에는 에프앤가이드와 NH투자증권의 기초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 유독 많았습니다. 이에 기존 사업자인 한국거래소도 긴장하는 분위기입니다. 
 
닮은꼴 ETF 보수 제각각 “마케팅 때문”
 
다양한 ETF 신상품이 등장해 선택지가 넓어진 것은 좋은 일이지만, 각종 ‘특화’를 내세운 상품으로 인해 패시브 펀드의 장점인 ‘저렴한 보수’가 퇴색되고 있다는 점은 우려할 요소입니다. 
 
지난 7월18일 상장한 ARIRANG 미국테크10레버리지 iSelect(합성) ETF는 총보수와 거래비용을 합산한 보수율(TER)이 0.80%에 달합니다. 일주일 뒤에 상장한 에셋플러스 글로벌다이나믹시니어액티브의 보수는 0.99%에 달합니다. 이 정도면 일반 액티브 펀드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 수준입니다. 
 
이 상품은 보수율 0.99% 중 운용보수가 0.94%포인트를 차지합니다. 해외 인덱스업체와 협업해서 만든 기초지수를 사용할 경우 사용료가 조금 더 높아지지만, 전체 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해외 주식에 투자한다고 보수가 비싸란 법도 없습니다. 지난 6월에 상장한 KBSTAR 글로벌자산배분액티브 ETF의 보수율은 0.20%, KBSTAR 미국S&P배당킹은 0.05%, KODEX 테슬라밸류체인FactSet는 0.18%에 불과합니다. 
 
똑같은 기초지수를 사용하는 복수의 ETF가 서로 다른 보수를 받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견됩니다. TIGER 200중공업과 KBSTAR 200중공업 ETF는 모두 한국거래소가 산출하는 코스피200중공업지수를 추종합니다. 그런데 보수율은 TIGER ETF가 0.44%, KBSTAR는 0.25%로 벌어져 있습니다.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ETF 중에도 같은 경우가 있습니다. 미국 다우존스 배당주 100종목에 투자하는 ‘Dow Jones U.S. Dividend 100 Price Return Index’는 세 ETF가 기초지수로 삼고 있습니다. 이중 제일 먼저 출시된 ACE ETF의 보수율은 0.10%, 그 다음에 상장한 SOL 상품은 0.16%, 후발주자인 TIGER ETF는 0.02%로 최대 8배 차이가 납니다.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와 환율 변화로 인해 지난해부터 크게 주목받고 있는 미국채 선물 ETF도 비슷합니다. ‘S&P 10-Year U.S. Treasury Note Futures KRW Excess Return’를 기초지수로 미국채 10년물을 추종하는 KODEX와 TIGER의 ETF는 KODEX 보수가 0.16%, TIGER는 0.36%입니다. 그런데 미국채 30년선물을 추종하는 KODEX 상품은 0.36%, TIGER ETF는 0.16%로 10년물 보수와는 정반대입니다. 또한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 ETF는 이들보다 훨씬 낮은 0.08%의 보수를 받습니다.
 
현재 인덱스사업을 영위하는 업체들은 특정지수엔 동일한 사용료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해외의 경우 계약 상대에 따라 차등하는 경우가 있으나 국내 업체들은 아직 동일사용료 계약을 맺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따라서 ETF 보수율은 운용사들의 의지에 따라 다르게 매겨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같은 기초지수를 쓰는 ETF가 서로 다른 보수를 책정하는 것은 각 운용사의 마케팅 전략 때문”이라며 “회사마다 어느 쪽에 힘을 주고 어디에서 힘을 뺄 것인지 선택해 대응하기 때문에 차이가 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 “특화상품이 많아져 보수율이 높은 ETF도 있는 반면 후발주자들의 보수인하 경쟁 때문에 내려가는 상품도 있다”면서 “한 번 내린 보수율은 다시 올리기 어려워 운용사들도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습니다. 
 
액티브 펀드는 투자자가 낸 원금에서 보수를 제하고 운용하지만 ETF는 주가에 보수가 반영됩니다. 주가가 1만원인 ETF는 이론상 편입종목들이 똑같이 10%씩 상승해도 10%가 아니라 보수를 뺀 만큼 오릅니다. 보수율이 0.1%인 ETF라면 주가가 9.9% 오르겠지만, 보수율이 1.0%인 ETF는 9.0%만 상승합니다. 따라서 같은 기초지수, 비슷한 종목군에 투자하는 복수의 ETF가 있을 경우 보수가 낮은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다양한 ETF 신상품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기초지수와 보수를 비교해 투자할 상품을 선택해야 합니다. 특화한 ETF 상품이 나와도 나중에 보수율을 낮춘 경쟁 상품이 상장되면 갈아타는 것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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