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부산공장에서 전기차 생산을 추진하는 르노코리아가 핵심 부품인 배터리의 안정적 수급 체계를 위해 해외 배터리사들과 협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
삼성SDI(006400)·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로부터 배터리 조달이 쉽지 않기 때문인데요.
3사가 북미, 유럽, 중국에서의 투자를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물량을 늘릴 여력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업계는 전기차 생산을 준비하면서 배터리 수급 부분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르노코리아 부산공장 직원이 XM3를 조립하고 있습니다.(사진=르노코리아)
23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코리아는 2026년 전기차 생산을 목표로 부산공장에 연간 20만대 규모의 전기차 생산설비 구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업계는 현재 르노코리아가 내년 출시를 목표로 하이브리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개발 프로젝트(오로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전기차 생산설비 구축은 빠르면 2025년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2026년 부산공장에서 전기차 신차가 생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르노코리아는 내연기관차와 혼류 양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직 전기차 수요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구축하기에는 위험요소가 크다고 판단해 전기차 생산 라인 증설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본사인 르노의 부산공장 투자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배터리의 국내 조달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인데요.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부산공장 전기차 생산은 아직 계획 단계에 있다"며 "내수뿐만 아니라 수출까지 고려해서 해외 경쟁력을 가져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3월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인터배터리를 찾은 관람객이 SK온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사진=뉴시스)
전기차를 생산하려면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납품해줄 배터리 공장이 있어야 합니다. 미국, 유럽의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한국이나 중국 배터리업체들과 손잡고 현지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는 이유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배터리 업체를 보유하고 있고 다양한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돼 있습니다. 르노가 부산공장에 투자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이에 르노코리아는 배터리 3사와 배터리 공급망 구축을 협의했지만 여의치 않은 상태입니다. 배터리 3사 모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요.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해외 합작공장에만 집중해도 공급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해외 대신 한국에 투자할 인센티브도 적다"고 말했습니다.
3사 대부분 북미, 유럽에서 합작공장 위주로 생산을 하면서 국내에서 생산하는 물량이 한정적입니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말 기준 지역별 생산능력 비중은 중국 38.9%, 유럽 33.1%, 북미 19.5%, 한국 8.6% 순으로 전망됐습니다. SK온 역시 중국 50%, 북미 25%, 유럽 20.5%, 한국 5.7% 등으로 예측됐습니다.
박정호 르노코리아 상무는 지난 6월 한국무역협회가 주최한 배터리산업 간담회에서 "한국 전기차 공장 투자를 추진하고 있지만 국내 배터리 생산 부족으로 투자 결정에 불리한 상황"이라고 토로했습니다.
배터리 때문에 전기차 공장 투자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인데요. 전기차를 생산하더라도 국산 배터리가 아닌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해야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르노코리아 보다 앞서 중국 BYD와 손잡은
KG모빌리티(003620)는 2025년 1월 배터리팩 공장을 설립할 계획입니다. 업계에선 KG모빌리티가 BYD와 협력한 것을 두고 국내 3사로부터 배터리 공급이 어렵자 중국 업체로 눈을 돌렸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배터리를 공급 받아야 부산공장의 의미가 있는데 3사 국내 공급 물량이 굉장히 적다"며 "중국 CATL 배터리를 쓰는 방법도 고려하는 것으로 아는데 결국 배터리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 받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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