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증권사들의 발행어음 금리가 소폭 오르고 있습니다. 뱅크런 사태를 겪고 있는 새마을금고에 견줄 만한 수준입니다. 증권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발행어음 상환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하는 고객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입니다. 은행은 이율이 낮고 새마을금고는 못 믿겠고 저축은행은 불안한 투자자들에게 증권사 발행어음이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6개월 맡겨도 연 4%대 이자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투자증권은 퍼스트 발행어음 금리를 최대 0.2%포인트 인상했습니다. 이에 따라 발행어음에 1년(365일) 예치할 경우 연 4.35% 이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6개월 이상(181~364일) 맡기는 발행어음에 적용하는 금리도 모두 연 4%대로 올라섰습니다. 현재 시중은행들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넘어서는 수준입니다.
아무 때고 자금을 뺄 수 있는 수시형 발행어음도 연 3.60%를 적용합니다. 현재 한국투자증권의 CMA(RP형) 이율 연 3.10%보다 높습니다. 재테크 알뜰족들에게 인기 있는 토스뱅크, 카카오뱅크, 케이뱅크의 저수지통장(파킹통장) 금리가 각각 연 2~2.30%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매력적입니다. 고금리 파킹통장으로 유명한 저축은행 상품도 연 4%대 금리는 OK저축은행, 다올저축은행 두 곳에 불과하며 이들도 각각 500만원, 1000만원으로 예치한도가 설정돼 있습니다.
한국투자증권 외 다른 증권사들의 발행어음 금리도 크게 뒤지지 않습니다. 거치식 중에서는 KB증권 상품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1년 적용 금리는 연 4.30%로 한국투자증권보다 조금 낮지만, 181~270일 기간 금리가 연 4.20%로 더 높습니다. 즉 6개월 이상 맡기되 1년을 꽉 채울 예정이 아니라면 KB증권 발행어음이 더 유리합니다.
또 KB증권은 스텝업(step-up) 발행어음을 별도로 판매 중인데요. 이 상품은 6개월(180일) 예치한 후 곧바로 또 6개월 재예치할 경우 첫 6개월은 연 4.00%를 적용하고, 다음 6개월은 연 4.30%로 금리를 높여줍니다. 현재 KB증권의 365일 발행어음 금리가 연 4.30%이므로 처음부터 1년 동안 맡길 생각이라면 365일 만기상품이 유리하겠지만, 1년 내 중도해지 여부가 확실치 않을 땐 스텝업 발행어음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겠죠. 발행어음도 중도해지 시 적용하는 금리가 매우 야박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목돈을 맡겨두는 것이 아니라 은행 적금처럼 매달 저축하는 정액적립형 발행어음에 가입하는 경우엔 똑같이 연 5.00%를 적용받게 됩니다. 이 또한 웬만한 제2금융권 적금에 버금가는 수준입니다. 저축은행 적금 중에서도 보험 가입, 카드 발행과 같은 부가 조건 또는 첫 거래고객 우대 등의 보너스금리가 전혀 없이 기본금리로 연 5%대 이자를 주는 적금은 흔치 않으니까요. 적립식 발행어음은 은행의 정기예금에 자주 비교돼 증권사들에겐 상징성이 있습니다. 발행어음 사업이 열린 이래 각사들이 가장 높은 금리를 내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외화(미국달러) 발행어음도 판매 중인데요. 원화 발행어음보다 금리가 높은 것이 특징적입니다. 365일물의 경우 한국투자증권 상품은 연 5.10%, NH투자증권은 5.00%니까요.
하지만 환율을 무시할 순 없겠죠. 다시 1300원대로 올라선 지금 투자했다가 만기 때 원달러환율이 하락해 있다면 약간의 이자 더 얻겠다고 외화 발행어음 선택했다가 오히려 이자보다 큰 손실을 볼 수도 있으니까요.
증권사 망해야 상환불가…가능성 희박
이렇게 금리가 높아도 실눈 뜨고 보는 투자자들도 있습니다. 증권사들이 부동산 PF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뉴스가 연일 보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PF 발행규모가 점점 줄고 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발행어음이 원금보장 상품도 아닌데 원금 떼일까 걱정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적어도 발행어음 투자자에게까지는 여파가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체 신용을 기초로 발행하는 만기가 1년 이내인 단기금융상품입니다. 증권사들은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부동산 PF 등 다양한 곳에 투자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기 위해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를 얻었고 발행어음 사업 라이선스를 취득했으니까요.
증권사들은 조달한 자금으로 고객에게 약속한 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곳에 투자합니다. 지난 몇 년간은 부동산 시장이 인기였고 많은 증권사들이 부동산 PF에 돈을 댔습니다. 그래도 발행어음 조달자금의 10%를 초과하는 부동산 관련 투자는 레버리지 비율에 가산, 일종의 투자한도를 제한받고 있습니다.
또한 국내에서 IB 승인을 받은 5개 증권사 중 삼성증권을 제외한 미래에셋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만이 발행어음을 취급할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모두 ‘초대형’에 걸맞는 자기자본을 갖추고 있어 웬만한 위기에는 흔들리지 않을 증권사들입니다. 발행어음은 증권사의 신용으로 발행하는 어음입니다. 회사채처럼 해당 기업이 부도나지 않는 한 상환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다만, 증권사들이 은행처럼 쉽게 예대마진 장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은 나올 만합니다. 발행어음 조달자금으로 투자하는 부동산 PF 등 각 사업부문에서 얻는 수익률에 비해 발행어음 금리가 낮다는 말이 많습니다. 최근에는 한국투자증권처럼 금리를 조금 올리는 분위기지만 ABCP 등 자산유동화증권이나 기업들에게 빌려주는 금리에 비할 수는 없습니다.
세세하게 파고 들면 아쉬움이 있지만, 어디에 저축을 해야 할지 금리와 상황이 애매한 시기에 증권사의 발행어음은 꽤 좋은 저축 수단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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