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앞두고 몸 사리는 학원가…속은 '부글부글'
학원들, 여름방학 특강·입시설명회 등 홍보 활동 활발할 시기지만 올해 자제
정부의 사교육 업체 상대로 한 전방위적 압박에 조심 …"최소한의 활동만"
사교육 업체만 사회악으로 몰아가는 데 대한 불만도…"정부 책임이 더 커"
2023-07-19 14:17:41 2023-07-19 17:10:48
 
 
[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학원가가 예년에 비해 조용한 분위기입니다. 여름방학과 9월 대입 수시 모집 원서 접수를 앞두고 각종 특강과 입시설명회 등 활발한 홍보 활동을 할 시기이지만 최대한 자제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이른바 '사교육 카르텔'에 칼끝을 겨누고 대대적인 공세를 가하고 있는 만큼 조심하겠다는 겁니다.
 
그러나 사교육 업계 전체가 '카르텔'로 매도당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한 불만도 감지됩니다. 국가가 경쟁할 수밖에 없는 교육 환경을 만들어 놓고 그 책임을 사교육 업계에만 떠넘기고 있다는 게 입시업계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학원들, 입시설명회 빈도 줄이고 보도자료 배포도 안 해
 
19일 입시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 대치동 등에 위치한 상당수 학원들이 홍보 활동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보통 이 시기에는 여름방학 특강에 대한 대대적인 선전을 하거나 수시 입시설명회를 자주 개최해 학생과 학부모들을 최대한 끌어모으고자 노력해야 하지만 올해는 숨을 죽이고 있는 상태입니다. 입시설명회의 빈도를 대폭 줄이고, 보도자료 역시 거의 내지 않고 있습니다.
 
대치동의 한 학원 관계자 A씨는 "작년의 경우 이 시기에 입시설명회 등으로 정신없이 바빴으나 올해는 이러한 활동들을 적게 하고 있다"면서 "다른 때보다 학생 수가 줄어들까 봐 걱정되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하기는 힘든 분위기"라고 설명했습니다.
 
학원들이 이렇게 몸을 사리는 이유는 정부가 사교육 업체를 상대로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킬러 문항(고난이도 문항) 출제 원인으로 수능 체제와 사교육 업체의 '이권 카르텔'을 지목하면서 현재 대대적인 조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국세청이 지난달 말 메가스터디·시대인재·종로학원·유웨이에 대한 특별(비정기) 세무조사를 시작한 데 이어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 11일 대형 입시 학원 2곳과 입시 교재 출판사 2곳의 현장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여기에 정부의 단속이 대형 학원을 넘어 중소·영세 학원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자 입시업계는 불안에 떨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른 학원 관계자 B씨는 "입시설명회에서 나온 말 한마디, 보도자료의 표현 하나로 꼬투리를 잡혀 정부의 조사를 받게 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모든 활동을 최소한으로만 하고 있다"며 "사회적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정상적인 활동도 나쁜 일로 매도당하지는 않을지 굉장히 조심스럽다. 스트레스가 상당하다"고 말했습니다.
 
정부의 사교육 업체를 향한 대대적인 공세에 학원들이 입시설명회 등 각종 홍보 활동을 줄이고 있습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사진 = 뉴시스)
 
"경쟁적인 교육 환경 조성한 건 정부, 사교육 업체 탓 억울"
 
정부가 사교육 업체들을 지나치게 사회악으로 몰아간다는 불평도 쏟아집니다. 국가가 서로 경쟁할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를 만들어 지금과 같은 교육 환경을 조성했으면서 이제 와 사교육 업체 탓만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교육 시장은 학생과 학부모의 필요에 의해 조성됐을 뿐 그 사교육을 받도록 만든 정부의 책임이 더 크다고 입시업계는 한목소리로 이야기합니다.
 
입시업계 관계자 C씨는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아서라도 좋은 대학에 가려는 이유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다. 좋은 대학에 가야 더 나은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는 사회적 분위기를 학원들이 조성한 건 아니지 않나"라면서 "결국 정부가 출신 대학에 상관없이 자신만의 삶을 잘 살아갈 수 있는 나라를 만들었으면 사교육이 과열되는 현상도 생기지 않았다. 그런데 이 모든 걸 사교육 업체로만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으니 억울하다"고 꼬집었습니다.
 
정부의 사교육 업체를 향한 대대적인 공세에 학원들이 입시설명회 등 각종 홍보 활동을 줄이고 있습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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