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규제 강화하는데…배출권 가격은 한국만 '하락'
온실가스 감축목표치↑…국내 배출권 거래 가격은↓
기업, 배출권 수요↓…미사용 배출권 '이월제한' 영향
KDI "이월제한 완화해야"…시장안정화 제도 등 보완
2023-07-18 17:36:04 2023-07-18 19:09:10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기업이 구매하는 배출권 가격이 유럽연합(EU) 등 다른 나라보다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탄소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배출권 가격이 되레 하락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이 사용하고 남은 배출권을 다음 해에 활용할 수 없도록 제한을 걸어두면서 배출권 수요가 줄어든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기업들이 남는 배출권을 미래에 활용할 수 있도록 '이월 제한'을 단계적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18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개한 '배출권 거래제의 시장기능 개선 방안'에 따르면 국내 배출권 가격은 지난 2020년 이후부터 급락하는 추세입니다.
 
국내 배출권 가격의 변화를 보면 2020년과 2021년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상향되면서 주요 배출권 가격이 2~3배 이상 급격히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국내 배출권 가격은 반대로 3분의 1 수준으로 하락했습니다.
 
실제 2020년 1월 기준 톤당 32달러 수준이었던 우리나라의 탄소배출권 가격은 올해 1월 톤당 13달러 수준으로 60%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톤당 27달러 수준이었던 유럽연합(EU)의 배출권 거래가격은 올 초 톤당 90달러에 육박해 233%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배출권거래제도는 정부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연 단위 배출권을 할당해 할당범위 내에서 배출행위를 할 수 있습니다. 할당된 사업장의 실질적 온실가스 배출량을 평가해 여분 또는 부족분의 배출권에 대해서는 사업장 간 거래를 허용합니다.
 
각 사업장은 자신의 감축 여력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 또는 배출권 매입 등을 자율적으로 결정해 온실가스 배출 할당량을 준수할 수 있는데, 현재 거래제에서는 탄소배출권 이월을 제한적으로만 허용하고 있어 기업들이 배출권을 장기 보유하는 것이 불가능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배출권거래제에서의 '이월'은 기업들이 사용하지 않고 남는 배출권을 저축해 뒀다 미래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입니다. 우리나라는 배출권거래제를 처음 도입한 지난 2015년 이월을 허용했지만 이후 기업들이 배출권을 구매하기 어렵다는 불만을 제기해 2017년부터 배출권거래제에서 이월을 제한하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배출권에 일종의 '만기'가 부여되면서 배출권 가격이 빠르게 하락했다는 점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온실가스 감축에 투자하는 것보다 싼값 배출권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배출권거래제에 대응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윤여창 KDI 산업·시장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미래의 배출권 공급량이 감소할 전망이지만 현재의 배출권 수요는 상승하지 않고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나라 배출권거래제의 가격기능과 효율성이 지금 떨어지고 있다는 걸 시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2020~2021년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감축목표치가 올라가면서 해외의 배출권 가격은 상승했지만, 국내 배출권 가격은 되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표는 국내외 배출권 월별 가격 변화.(사진:KDI)
 
 
윤여창 KDI 연구위원은 "기업들 입장에서는 초과 배출권을 다음 연도 이후에 활용하는 것이 제한돼 배출권을 추가 확보할 유인이 감소한다"며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상향돼도 그 기대가 현재의 배출권 수요에 반영되지 않아 가격이 오르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월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는 게 윤여창 위원의 설명입니다.
 
그는 "상향된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배출권 시장에 적절하게 반영되고 배출권의 공급충격을 분산시키기 위해서는 이월 제한을 조속히 단계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추가적인 보완 장치 마련도 요구됩니다. 이월 제한이 완화되면 단기적으로 배출권 거래 시장의 수요와 가격이 급등하고 공급은 위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사전 설정된 가격단계에 따라 계획된 예비분을 추가 공급하는 시장안정화 제도와 유상할당 업체로 한정된 경매 참여 대상 제한을 완화하는 배출권 공급 부족 대비가 대표적입니다.
 
배출권 총공급량에 대한 장기 계획을 사전 공고하는 등 시장 운영의 예측 가능성도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미사용 배출권을 다음 해에 활용할 수 없도록 한 '이월 제한'을 단계적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사진은 국가산업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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