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성소피아 성당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윤혜원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6박 8일 리투아니아·폴란드·우크라이나 순방 이후 한반도 정세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는 더 선명해질 전망입니다. 윤 대통령은 순방 기간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하고 북한은 무력도발을 감행했는데요. 양측이 상대의 심기를 건드릴 만한 일이 이어지며 각 진영의 밀착이 심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습니다.
반러 행보 나선 윤 대통령…대통령실 "러시아 적대화 아냐"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찾은 리투아니아와 폴란드에 이어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건데요. 윤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한국의 안보 지원, 인도 지원, 재건 지원을 포괄하는 ‘우크라이나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를 함께 추진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키이우의 대통령 관저 마린스키궁에서 진행된 정상 공동 발표에서 윤 대통령은 “러시아의 불법 침략으로 인해 무고하게 희생된 우크라이나 시민들과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젊은이들, 그 유가족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생즉사 사즉생’의 정신으로 강력히 연대해 함께 싸워나간다면 분명 우리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죠.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격 방문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민주주의 연대에 동참한다는 신호이자, 이른바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반대한다는 의사 표현으로 풀이됩니다. 윤 대통령에 앞서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전폭적 지원을 약속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등 G7(주요 7개국) 수장들의 행보에 발을 맞춘 겁니다.
이에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에 대해 "러시아를 적대화한 적이 없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나라의 기본원칙을 밝힌 것"이라고 했습니다.
북 ICBM '미 본토 사정권'…'대만해협' 한중관계 뇌관
윤 대통령이 해외 순방 일정을 소화하던 지난 12일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습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오전 10시쯤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장거리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는데요. 고각으로 발사된 탄도미사일은 약 1000㎞를 비행해 동해상에 떨어졌습니다.
당시 리투아니아를 방문 중이던 윤 대통령은 현지에서 화상으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를 주재하고 북한의 무력도발을 규탄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를 통해 ‘워싱턴선언’에 따라 확장억제 실행력을 더욱 강화하라”며 “북한의 불법적 핵미사일 개발은 국제사회의 더욱 강력한 대응과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번에 북한이 발사한 ICBM은 정상각도(30∼45도)로 발사했을 경우 1만5000㎞ 이상 비행이 가능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권에 두는 사거리죠. 미군 정찰기의 정찰비행에 반발해온 북한이 이에 상응하는 조치로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ICBM 역량을 과시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후 한미일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지난 16일 동해 공해상에서 연합 미사일 방어훈련을 실시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기간이던 지난 14일(현지시간)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양자 회담을 열었습니다. 양측의 만남은 지난해 8월 이후 1년여 만이었습니다. 올해 들어 첫 한중 간 외교 수장의 회동이기도 했죠.
양측은 지난해 11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중 관계를 지속 발전하기로 한 데 대한 공감대를 재확인했습니다. 또 성숙한 양국 관계를 만들어 가기 위해 세심한 주의와 노력을 기울여 나가기로 했습니다. 외교안보 대화와 외교안보대화와 차관급 전략대화 등 다양한 층위에서 양국 간 소통과 교류를 강화해 나가자는 데에도 의견을 모았는데요. 다만 대만 해협 문제는 여전히 한중 관계의 시험대이자 뇌관으로 작용할 여지로 남아있습니다.
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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