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일본 오염수 방류 용인…일본차 '노재팬' 악몽 재현?
2019년 불매운동 여파 작년 판매량 반토막
올해 토요타·렉서스 잇단 신차로 분위기 반전
반일감정 확산시 전동화 전략 차질 우려도
2023-07-10 06:00:00 2023-07-10 06:00:00
 
[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우리나라 정부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사실상 용인하면서 국내 일본차 판매에도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됩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별도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의 안전성을 검토해 온 우리나라 정부는 지난 7일 "도쿄전력의 계획대로 지켜진다면 배출기준과 목표치에 적합하다"며 IAEA와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를 둘러싼 국민적 불안을 잠재우지 못한다면 실제 방류계획이 이행될 때까지 또 이행후에도 정치적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는 자칫 반일 감정 확산으로 2019년 불어 닥친 일본 제품 불매운동(노재팬)이 또 다시 재현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특히 일본차 브랜드는 올해 들어 판매량을 끌어올리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만큼 이번 오염수 방류가 악재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10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본차 브랜드(토요타, 렉서스, 혼다) 판매량은 1만1501대로 전년 동기 대비 51.1% 올랐습니다.
 
렉서스 RZ450e.(사진=렉서스)
 
같은 기간 렉서스가 121.1% 증가한 6950대로 점유율 5.3%를 기록했고 토요타는 38.9% 늘은 3987대로 점유율 3.0%를 차지했습니다. 혼다는 신차 부재로 64.2% 감소한 573대로 점유율 0.4%에 그쳤습니다.
 
일본차가 판매를 회복한 데는 불매운동 여파가 시간이 지나면서 영향력이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불매운동은 한일 외교 갈등에 일본이 반도체 핵심 원료들을 팔지 않겠다는 경제 보복으로 대응하면서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는데요. 이에 일본차 판매량은 2018년 4만5253대로 정점을 찍고 이듬해 3만6661대로 줄 더니 2020년 2만564대로 급감했습니다. 2020년엔 닛산·인피니티가 판매량 감소를 버티지 못하고 한국 사업 16년 만에 철수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까지 겹치며 1만대 수준(1만6991대)으로 떨어졌습니다.
 
업계에선 2019년부터 시작된 불매운동이 수그러지면서 토요타와 렉서스의 차량 판매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봤습니다.
 
하지만 오염수 방류라는 악재를 만났습니다. 최근 렉서스 이용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국내 반일감정으로 렉서스 차량테러가 걱정이다", "렉서스의 가장 큰 적은 일본이다" 등의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 2019년 당시 일본차 차주들의 과속 등 교통법규 위반에 대한 내용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며 비난하는 일이 벌어졌고 렉서스 차량에 스프레이를 뿌리는 등 일본차에 대한 테러 행위도 발생했었습니다.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 제 74주년 광복절을 맞아 태극기와 함께 일본제품 불매와 일본여행 거부를 뜻하는 '노(보이콧) 재팬-No(Boycott) Japan' 배너기를 가로변에 설치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토요타와 렉서스는 올해 들어 신차를 잇달아 출시하며 공격적인 판매 전략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불매운동이 시작될 경우 타격은 불가피합니다. 
 
토요타와 렉서스는 올해 8종의 신차를 선보일 계획으로 특히 렉서스의 경우 지난달 첫 순수 전기차 RZ를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내년엔 토요타 첫 순수 전기차 bZ4X도 나올 예정입니다. 토요타는 가뜩이나 타 수입차 브랜드에 비해 전기차 출시가 늦은 상황에서 불매운동은 국내 전동화 전략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업계에선 닛산의 철수가 끝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철수한 닛산, 인피니티뿐 아니라 혼다 역시 판매 정체기에 있다"며 "앞으로 토요타 정도만 살아남고 유럽, 미국 등이 강세를 보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일본 여행객 증가 등 일본 친숙도가 올라가면서 2019년처럼의 판매량 급감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2019년 당시에도 일본차는 인기가 있었지만 소비자들이 눈치를 봐 판매로 이어지지 못했다"며 "일본과의 관계가 정상화됐고 일본차 신뢰도 올라간 만큼 이번 오염수 방류와 불매운동은 무관하다"고 말했습니다.
 
한 일본차 브랜드 관계자는 "아직 별다른 움직임은 없지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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