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통기획 2년, 도시정비 활로 열었지만…끝까지 순항할까
44곳 신통기획 확정·8곳 정비구역 지정
신통기획 초기 외면…임대주택·기부채납 등 불만
준공까지 난관 예상…"공공성과 수익성 다 잡기 힘들어"
2023-07-06 06:00:00 2023-07-06 06:00:00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추진 2년여를 맞은 신속통합기획이 지지부진했던 정비사업에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일부 사업지에서는 철회와 조합원간 이견으로 마찰도 발생하고 있는데요. 입주까지 순항해 성공사례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서울시는 5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신통기획 성과 브리핑을 통해 2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총 44개소의 기획을 확정하고, 8개소의 정비구역 지정이 이뤄졌다고 발표했습니다.
 
신통기획은 정비계획 수립 단계에서 서울시가 공공성과 사업성의 균형을 맞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절차를 간소화해 정비구역 지정까지 걸리는 기간을 5년에서 2년으로 단축시킨 정책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021년 5월 내놓은 '재개발 활성화 6대 규제완화 방안' 중 하나입니다. 그해 9월 도입 이후 이달 현재까지 총 82곳에서 추진 중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5일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후보지인 창신·숭인지역 현장을 찾았다. (사진=서울시)
 
당시 꽉 막혔던 도시정비사업의 물꼬를 튼 역할을 했다는 평가입니다. 주거정비지수제 등 규제 강화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시 내 신규 지정된 재개발 구역인 단 한건도 없을 만큼 정비사업은 정체돼 있었죠.
 
창신·숭인동 일대와 가리봉2구역, 신림7구역 등 오랫동안 개발이 이뤄지지 못한 지역에 대한 주거환경 정비 개선방안을 마련했습니다. 공덕A구역과 청파2구역의 경우 차량·보행동선, 녹치축을 계획했으며, 하월곡동과 상계동 일대 노후저층지에는 주거환경 정비를 비롯해 문화·여가시설을 배치하기도 했습니다.
 
서울시는 연내 75개소의 기획을 완료하고 내년 6월 82개소까지 기획 완료 사업지를 확대할 방침입니다. 정비구역 지정 또한 올해 22개소, 내년 75개소로 계획을 잡았습니다.
 
속도와 사업성 사이 고민…철회 단지도
 
신통기획 초기에는 호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사업 속도를 높이는 대신 공공시설 기부채납과 임대주택 확대는 걸림돌로 작용했습니다.
 
발을 뺀 곳도 있습니다. 송파구 오금현대아파트와 서초구 신반포4차는 신통기획을 철회했습니다. 높은 임대주택 비율 등을 고려하면 신통기획의 이점이 크게 없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송파구 한양2차 아파트도 신통기획 철회를 요청했으나, 서울시가 철회 불가를 통보하기도 했습니다.
 
신반포2차에서도 일부 조합원들이 높은 임대주택 비율, 공공기여, 한강 조망 가구수 부족 등으로 신통기획 추진을 반대하며 잡음이 일었습니다.
 
서울시가 계획수립 기간을 단축하는 자문방식을 도입하고, 기부채납을 늘리고 임대주택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하면서 분위기는 바뀌었습니다.
 
재건축 단지가 즐비한 여의도와 목동에서는 신통기획 신청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여의도 대표 단지인 시범아파트는 지난해 11월 최고 65층, 올해 1월 한양아파트도 최고 54층의 기획안을 확정했습니다.
 
신속통합기획 추진현황 및 계획. (사진=서울시)
 
조합원 이견·공사비 우려도…준공까지 난관 예상
 
현재까지 신통기획이 사업성 개선과 인허가 지원으로 정비사업의 가속도를 높이는 성과를 냈지만 준공과 입주까지 순항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조합원들이 가장 우려하는 점은 재산권 침해입니다. 강남 한강변 재건축 아파트의 한 조합원은 "서울시는 공공보행로 확대와 시설 개방으로 접근성을 높이고 싶어하지만 사생활 침해로 이어질까 꺼려지는 부분이 있다"면서 "조합원을 위한 사업인지 서울시를 위한 사업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습니다.
 
초고층 설계가 주를 이루면서 공사비 상승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건축물이 고층일수록 고강도 철근 사용과 자연재해를 고려한 특수구조물 설치 등으로 공사비는 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최근 자잿값 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액을 두고 조합과 시공사의 마찰이 빈번한 가운데 초고층 아파트 공사비 부담은 조합원의 분담금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신통기획이 성공을 거두려면 공공성과 수익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지만 쉽지 않다"면서 "두 가치의 충돌로 신통기획의 취지를 달성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부동산 시장 하락 시기에는 다양한 변수로 조합 안에서 충돌도 많다"면서 "준공과 입주까지 잡음 없이 가기는 힘들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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