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달픈 서울살이…내 집 마련 '하늘의 별 따기'
서울서 소득 44% 집 대출 갚는데 쓰여
집값 하락에도 서울 아파트 평균값 11.8억원
서울 밖으로 이동…경기, 생애 첫 집 구매자↑
2023-07-04 06:00:00 2023-07-04 06:00:00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지난해 서울 집값이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여전히 '내 집 마련'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0억원을 웃도는 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내려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생애 첫 주택 구입자들이 경기권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4일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직전 분기(198.6) 대비 23.1포인트 감소한 175.5로 집계됐습니다.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중간소득가구가 표준대출을 받아 중간가격 주택을 구입할 때 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지표로, 지수가 높을수록 주택구입 부담이 가중된다는 의미입니다. 지수가 100이면, 주택담보대출 상환으로 가구소득의 약 25%를 부담하는 것으로 계산됩니다.
 
서울의 경우 중간소득가구가 중간가격 주택을 구입하려면 소득의 약 44%를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을 갚는데 쓴다는 뜻입니다. 서울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지난 2016년 4분기 102.4를 기록하며, 100을 돌파한 이후 5년 뒤인 2021년 4분기(199.2) 2배로 확대됐습니다. 지난해 3분기에는 214.6까지 치솟았다가 반년 동안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적정 수준인 130~140을 크게 상회하고 있습니다. 전국 주택구입부담지수인 71.9 대비 100포인트 이상 격차가 벌어져 있습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아직 서울 집값이 높다는 뜻"이라며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다고 하지만 소비자들은 내 집 마련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서울 아파트 사려면 10억원 이상 있어야
 
주택시장의 하락세가 지속됐지만 집값은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7.2%, 올해 상반기 -3.96%의 낙폭을 보였습니다. 집값이 고공행진했던 2021년의 상승분(6.58%)을 모두 반납한 셈입니다.
 
그럼에도 서울에서 중간 수준의 아파트를 사려면 10억원 이상은 족히 있어야 합니다. KB부동산이 조사한 6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1억8224만원입니다. 2021년 8월(11억7734만원) 이래 가장 낮은 수치로, 2여년 전 가격을 회복했지만 부담 가능한 수준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월급을 받아 서울에서 집을 사기는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주택 소유 현황 분석'에 따르면, 2021년 11월 기준 서울에 거주하는 임금근로자 가구의 주택 소유율은 47.9%에 불과합니다. 17개 시·도 중 월급쟁이 가구의 주택 소유율이 절반에 못 미치는 곳은 서울이 유일합니다.
 
앞으로도 서울 아파트 평균값이 10억원 아래로 떨어지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입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규제 완화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땅값, 건축비 등의 상승으로 집값이 급격하게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면서 "분양가가 오르면 재고주택 가격도 빠지기 어렵다"고 진단했습니다.
 
분양가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죠. 최근 1년 이내 분양한 민간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3106만원(5월 기준, 주택도시보증공사 통계)으로 지난해 5월(2821만원)과 비교해 10.11% 올랐습니다.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뉴시스)
 
'생애 첫 집' 찾아 경기로 이동
 
이렇다 보니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기도에서 첫 집을 구입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법원등기정보광장의 올해 1~5월 소유권이전등기(매매) 신청 매수인 현황을 보면, 수도권에서 생애 첫 집합건물 구입자는 총 6만8124명입니다. 전년 동기(7만4117명) 대비 8% 가량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경기 지역의 생애 첫 집합건물 매수자는 4만1684명에서 4만6011명으로 10%가량 늘었습니다. 서울은 2만163명에서 1만1308명, 인천은 1만2270명에서 1만805명으로 각각 44%, 12%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서 대표는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이 어려운 2030세대들이 그나마 여건이 되는 경기도로 이동하고 있다"며 "경제와 소득 수준을 감안할 때 큰 폭의 서울 집값 하락 가능성이 낮은 만큼 이런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