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 디벼보기)'슈퍼엘니뇨 영향' 곡물가격 다시 들썩인다
곡물협정 후 안정 찾던 시세 돌아서…물가·금리 상승 압력 작용
음식료 주가 이미 반영 중…하반기 돌발변수 조심해야
2023-06-22 02:00:00 2023-06-22 02: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슈퍼엘리뇨가 전 세계 기상이변 발생 가능성을 키우면서 잠잠하던 곡물 시세가 다시 들썩이고 있습니다. 곡물가격이 오를 경우 물가를 자극해 금리 인상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하반기 자산시장에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인해 발생하는 슈퍼엘니뇨 현상이 올해 겨울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예보가 나왔습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엘니뇨 관측지역의 해수면 온도는 6월 초 평균 대비 +0.9℃로 기준점인 +0.5℃를 넘어섰습니다. 이로 인해 엘니뇨가 겨울까지 지속될 확률이 90%를 넘는다고 밝혔습니다. 또 올해 기상재난과 온난화 가속화로 지구 평균온도가 작년보다 높아지고 내년엔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점쳐졌습니다. 
 
멀리 보면 파리기후협약에서 정한 마지노선인 산업화 이전 대비 +1.5℃를 넘어서는 시점도 앞당겨지겠지만, 그에 앞서 당장 역대급 슈퍼엘니뇨로 인한 홍수, 가뭄, 폭염, 한파, 산불, 폭풍 등 기상이변으로 인한 재난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동남아시아, 스페인, 캐나다 등지에서는 이미 폭염, 가뭄, 산불이 발생했으며 엘니뇨가 본격화되면 재해 발생 횟수도 늘어날 전망입니다. 
 
문제는 기상이변이 주요 곡물 수출국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입니다. 밀, 옥수수, 대두(콩) 등 주요 곡물은 미국과 캐나다, 브라질, 호주 등이 주로 생산합니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미국 북동부의 겨울 날씨는 평년보다 높고 강우량은 적어 가뭄이 발생하며, 남서부는 비가 많이 내려 홍수와 산사태 발생 가능성이 커집니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급등했던 주요 곡물가격은 UN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맺은 흑해곡물협정(이스탄불협정)에 힘입어 천천히 하락하던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수출한 곡물이 개발도상국이 아닌 서방국가로 가고 있다며 협정 탈퇴를 언급해 연장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흑해곡물협정은 60일 단위로 연장되며 다음달 17일이 차기 연장 예정일입니다. 
 
 
안정세 찾던 선물가격 반등 ‘뚜렷’
 
이와 같은 변화는 국제 곡물시세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습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서 옥수수 선물(7월물)가격은 부셸당 643달러까지 올랐습니다. 개전 초기 750달러까지 급등했던 선물가격이 지난달 19일 554달러를 기록할 때까지 하락세를 이어왔는데 최근 한 달 사이에 16%나 상승한 것입니다.
 
밀 선물(7월물)은 5월 마지막 날에 기록한 저점 594달러에서 현재 700달러를 넘어서 18% 상승률을 기록 중입니다. 1300달러를 넘었던 작년에 비하면 거품이 많이 빠진 상태이지만, 반대로 그렇게 올랐던 전력이 있기에 기상이변과 전쟁이라는 악재가 시세를 어디까지 밀어올릴 수 있을지 예측이 어렵습니다.
 
대두 시세도 흐름은 비슷합니다. 작년 여름 흑해곡물협정 체결 기대감으로 시세가 급락한 직후와 비슷한 가격대까지 올라왔습니다. 
 
주요 곡물 시세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것은 선물만기에 따른 시세차입니다. 밀 선물의 경우 9월물보다 12월물이, 12월물보다 내년 3월이 만기인 선물의 가격이 더 높다는 사실입니다. 선물가격은 미래의 예측을 반영하기 때문에 만기 도래가 먼 선물상품의 시세가 높다는 것은 곡물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더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같은 시세차는 밀 가격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과거 시세와 비교하면 곡물가격을 두고 우려할 정도는 아닙니다. 단기 반등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만 대형 변수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것은 분명해 긴장을 늦출 수는 없습니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은 '엘니뇨에 따른 기후·경제 리스크 점검' 보고서에서 엘니뇨에 따른 기상재난은 기후에 민감한 식량과 원자재 수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세계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1960~2019년 중 엘니뇨의 세계경제 손실은 평균적으로 3.4조달러였으며, 가장 강력했던 1997~1998년엔 5.7조달러에 달했습니다. 이번 엘니뇨에 따른 경제적 피해도 2029년까지 3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뻔히 알면서도 기상변수를 예측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쉽지 않아 이번 엘니뇨가 매우 강한 형태로 나타날 경우 글로벌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 압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올해 글로벌 증시는 하반기 긴축이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근거해 동반 상승했습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밝혔는데도 시장은 앞서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기상이변으로 인한 곡물가 상승 같은 돌발변수가 나올 경우 분위기가 급변할 수도 있습니다. 저성장과 고물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수도 있습니다. 
 
CJ제일제당, 대상, 오뚜기 등 주요 음식료주가 약세를 보이는 것과, 글로벌 4대곡물기업 ‘ABCD’ 중 두 상장사 ADM, 번지(Bunge)의 주가가 곡물 가격처럼 반등하고 있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하반기엔 금리와 물가, 곡물가격에 민감한 자산 비중을 줄여 둔감한 곳으로 옮기는 준비가 필요해 보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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