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투자자들에게 실망을 안겼던 우등생과 이단아, 문제아가 절치부심 끝에 지옥에서 돌아왔습니다. 글로벌 증시가 오르는 가운데서도 남들보다 월등한 성과를 자랑하며 화려하게 부활 중입니다.
여기에서 지칭한 우등생은 ‘FAANG’으로 불린 글로벌 플랫폼 기업이며, 이단아는 에셋플러스자산운용, 문제아는 오랜 기간 EU의 발목을 잡았던 그리스입니다. 이들은 모두 잠시 또는 오랫동안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멀어졌다가 좋은 성과를 올리며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망’했던 우등생 ‘팡’…다시 기지개
‘FAANG’는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닷컴, 넷플릭스, 구글(알파벳) 등 5대 플랫폼 기업을 일컫는 신조어입니다.
이들은 2021년 상반기까지 승승장구하다가 그해 하반기부터 힘을 잃고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정책이 성장주를 대표하는 이들을 주저앉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연준이 물가 상승을 이유로 기준금리 인상에 돌입한 시기는 2022년 3월이었지만 이미 2021년 하반기부터 긴축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돼 미국 증시도 그해 말부터 약세로 돌아섰습니다. 하필이면 그 시점이 페이스북이 ‘메타(META)’로 사명을 변경한 시기와 겹쳐 ‘팡’이 ‘망(MAANG)’했단 놀림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1년만에 다시 기지개를 켰습니다. 반년도 안 돼 최고가 700달러에서 200달러 미만으로 추락했던 넷플릭스가 가장 먼저 바닥을 딛고 일어섰습니다. 지난해 5월11일 바닥을 찍은 후로 천천히 전열을 정비하며 반등세로 돌아섰고 현재 450달러 부근에 다가섰습니다. 낙폭의 절반은 회복한 셈입니다.
메타는 지난해 11월부터 강한 반등 중입니다. 고점 대비 4분의 1 토막 났다가 88달러에서 283달러까지 올라섰으니 넷플릭스에 비하면 양호한 편입니다. 애플과 아마존닷컴, 구글은 예열이 늦어져 올해부터 본격적인 반등을 시작했습니다. 특히 애플이 돋보입니다. 남들은 낙폭을 얼마나 회복했느냐 정도인데 현재 애플은 2021년 고점을 넘어 신고가를 새로 쓰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올해 실적 전망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1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증가한 곳은 아마존닷컴뿐입니다. 애플은 1분기 실적이 감소했고 연간 전망도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메타는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 넷플릭스와 구글은 하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증시 상승을 주도한 주인공은 테슬라와 엔비디아입니다. ‘망’은 이들의 곁불을 쬐는 모양새입니다. 그래도 하반기 실적이 시장의 예상대로 나와준다면 다시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단아 에셋플러스…지옥 다녀온 1등펀드
한때 국내 주식형 펀드의 대표주자 중 하나였던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 펀드는 현재 패밀리 펀드를 모두 합산해도 설정액이 2667억원에 불과합니다. 주식형 펀드의 인기가 식은지 오래인 데다 투자 성과마저 부진해 펀드에 맡겨둔 돈이 계속 빠져나갔죠. 게다가 개인 투자자의 성공신화를 쓴 에셋플러스의 얼굴 강방천 회장이 차명투자 혐의로 금융당국으로부터 6개월 직무정지와 과태료 부과조치를 받으면서 바닥을 쳤습니다. 그렇게 에셋플러스는 투자자들에게서 잊혀진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올해 에셋플러스는 화려하게 부활하는 중입니다. 일단 대표선수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 펀드의 성과가 돋보입니다. 장단기 수익률 모두 유형 평균과 벤치마크를 앞서가고 있습니다. 3개월 수익률(21.04%)은 벤치마크의 2배, 6개월 성과(29.39%)는 거의 3배에 달합니다(15일 기준가). 2차전지 등 특정 섹터에 집중하는 펀드나 레버리지 펀드가 아닌 일반 주식형 펀드 중에서는 상당히 좋은 성과입니다.
이 펀드가 가장 많은 비중을 실어 투자하고 있는 종목은 엘앤에프(10.88%)입니다. 2차전지의 수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죠. 2위 종목은 엠로(10.24%)입니다. 지난 3월 삼성SDS로 인수되면서 주가가 폭등했습니다. 3위 종목 F&F나, 4위 미래에셋증권이 보통주가 아닌 미래에셋2우B인 것만 봐도 남다른 운용을 하는 에셋플러스의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강 전 회장은 4년간 금융권 임원 취업이 제한됩니다. 지금 이 펀드는 강 회장의 장남인 강자인 팀장이 맡고 있습니다. 운용경력 5년차 펀드매니저입니다. 투자자들은 사실상 강 전 회장이 운용에 영향을 주고 있을 거라 추측하고 있습니다.
2021년 11월 야심차게 선보인 직후부터 고꾸라졌던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들도 상승세가 뚜렷합니다. 에셋플러스글로벌플랫폼액티브 ETF는 연초 이후 52%의 상승률을 기록 중입니다. 미국 증시 상승을 이끈 테슬라 편입 비중이 31%를 넘는 높은 종목입니다. 2위 비중도 엔비디아(5.34%)에 실려 있습니다.
에셋플러스의 투자가 현재 증시를 주도하는 종목들에 집중되어 있어 당분간 좋은 성과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문제아 그리스, 올해 증시 한국 2배 상승
올해 한국 증시는 전 세계에서도 높은 상승률을 기록 중입니다. 코스피는 연초 이후 15일까지 16.6%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그리스보다는 못합니다. 그리스 아테네종합지수(ATG) 상승률은 그 2배를 넘습니다. 그리스는 특정 주식과 펀드가 아니라 나라 전체가 문제아 취급을 받았지만 지난 몇 년간 경제성장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안고 내달리는 중입니다.
지난달 21일(현지시간) 그리스 총선 결과 우파 집권당인 신민주주의당이 좌파연합에 압승을 거뒀습니다. 득표율이 과반을 넘지 않아 2차 선거가 예정돼 있지만 지난 4년간 진행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2010년 유럽 재정위기 당시 유럽 경제의 발목을 잡는 ‘돼지들(PIIGS)’에 포함됐던 그리스는 2015년 국가부도 사태에 이르기도 했으나 2019년 우파가 집권하면서 변했습니다. 강한 긴축과 친기업 정책을 펼치며 수출과 외국인 투자가 증가했습니다.
주가도 이에 화답했습니다. 아테네 종합지수(ATG)는 1300선에 다가섰습니다. 올해에만 36.3% 상승했습니다. 2010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2014년 수준까지는 올라섰습니다. 올해 강한 상승세에도 1100선 언저리를 넘어서지 못했는데 총선 결과가 발표된 22일 하루만에 1200선을 강하게 돌파했고 1300을 향해 달려가는 중입니다.
그리스에도 많은 상장기업이 있고 미국에 주식예탁증서(ADR)로 상장한 종목이 있습니다. 다만 국내 투자자들이 그리스 주식에 접근한다면 그리스 증시를 추종하는 GLOBAL×MSCI GREECE ETF(종목기호 GREK) 정도를 관심권에 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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