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이배월)삼양홀딩스 56년 연속배당…한국형 ‘배당황제주’
1~2%대 배당수익률 급등 ‘기회’
삼양그룹, 식품·화학 기반으로 바이오 영역 확대
2023-06-14 02:00:00 2023-06-14 14:46:34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미국 증시엔 수십년간 배당을 이어온 이른바 ‘배당황제주’가 많습니다.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기업 정책에 국내 투자자들은 부러울 따름입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국내에도 56년 연속으로 배당금을 지급한 상장사가 있습니다. 이런 이력 때문에 배당금에 비해 주가 수준이 높아 배당투자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주가 하락으로 배당수익률까지 대폭 상승했습니다. 
 
식품·화학에서 바이오로 영역 확대
 
삼양홀딩스는 1924년 ‘삼수사’로 출발, 내년이면 창립 100주년을 맞는 기업입니다. 설탕과 식용유 등으로 유명한 식품회사로 출발해 화학, 바이오 등으로 영역을 넓혔습니다. 지금은 18개 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지주회사입니다. 
 
핵심 자회사는 6곳이며 이중 삼양사가 핵심입니다. 지주회사 체제로 변경하기 전 삼양홀딩스의 전신이기도 합니다. 2011년 삼양사는 인적분할로 사업자회사인 삼양사를 떼어내며 지주회사는 삼양홀딩스로 사명을 바꿨습니다. 이 삼양사의 지분 61.83%를 보유한 최대주주입니다. 
 
삼양사는 설탕, 쇼트닝, 식용유, 밀가루, 전분 등을 만듭니다. 또 자동차, 전기전자, 기계부품 소재로 쓰이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 이온교환수지, 컬럼스페이서, 유기절연막, 터치패널용소재 같은 화학재료와 화장품도 생산합니다. 숙취해소제로 유명한 ‘상쾌환’의 큐원 브랜드도 삼양사 것이며, JB금융지주 지분 14.14%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기도 합니다. 
 
이외에 △내열성, 내마모성, 절연성 등이 우수해 폴리에스테르 섬유, 수지, 필름, 도료와 TPA(테레프탈산) 제조기업 삼남석유화학 △페트(PET)병을 만드는 삼양패키징 △반도체 포토레지스트용 폴리머를 제조하는 엔씨켐 △삼양데이타시스템 등을 주요 자회사로 두고 있습니다.
 
△삼양이노켐은 폴리카보네이트(PC)수지, 에폭시수지의 재료로 쓰이는 BPA(비스페놀A)를 만드는 기업으로 생산량에서 LG화학, 금호BNP에 이어 국내 3위에 해당합니다. BPA가 유해물질이다 보니 최근엔 화이트 바이오 쪽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화이트바이오란 옥수수나 목재, 미생물 등을 활용해 기존의 석유화학제품을 친환경 바이오 소재로 대체하는 것을 말합니다. 지난해 11월 전북 군산에 국내 최초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 이소소르비드(ISB) 생산공장을 준공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삼양을 설탕 만드는 식품회사로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삼양그룹 전체 매출의 절반은 B2B 화학사업에서 나옵니다. 지난해 화학부문 매출이 48.8% 비중을 차지할 만큼 성장했습니다. 특히 이익의 60%를 화학 쪽에서 만들었습니다. 식품 매출도 42.8%로 결코 작지 않지만 이익비중은 3.8%에 그쳤습니다. 
 
식품과 화학 외 또 하나의 성장산업인 삼양 바이오팜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삼양홀딩스는 최근 중국 항저우 이신텐트(Yxintent)와 필러 ‘라풀렌’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삼양이 5년간 약 1000억원 규모의 완제품을 공급하는 계약입니다.
 
라풀렌은 삼양 바이오팜그룹이 개발한 안면성형용 필러입니다. 의료용 생분해성 고분자 물질인 PCL(폴리카프로락톤)을 주성분으로 합니다. 지난 4월엔 인도네시아에서 품목허가를 받아 출시 앞두는 등 동남아시아와 중남미 지역 수출을 추진 중입니다. 
 
 
황제배당주 무색했던 배당수익률…5% 돌파 ‘기회’
 
삼양사를 비롯해 그룹 전체가 식품과 화학 쪽에 집중돼 있다 보니 기업의 실적도 이에 연동합니다. 화학산업은 경기에 민감하죠. 또한 중간재료를 만들기 때문에 원재료 가격이 이익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BPA는 벤젠으로 만드는데 벤젠 공급가격에 따라 스프레드가 발생하게 됩니다. 판매량은 전방산업의 경기에 달렸다면 이익은 스프레드 영향력이 큽니다. 
 
식품도 마찬가지입니다. 설탕 원료인 원당, 쇼트닝, 식용유는 옥수수가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제농산물가격이 뛰면 어려워지는데 최근 시세는 작년에 비해 많이 안정됐습니다. 
 
화학제품을 수출하고 농산물을 수입하기 때문에 환율에도 민감합니다. 화학제품 수출은 원달러환율이 오를수록, 농산물 수입은 환율이 내릴수록 좋죠. 우산장수와 짚신장수 자식들이 있는 부모 같습니다. 사업보고서를 참조하면, 지난 1분기 기준 원달러환율이 10% 오르면 212억원 손실이 발생하고, 내리면 212억원 이익이 납니다. 유로화와 엔환율은 반대입니다. 다행히 선물환 계약을 활용해 일정부분 환위험을 헤지하고 있어 순노출 손이익은 ±62억원 정도로 크게 줄어듭니다. 
 
경기 타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실적도 들쑥날쑥한 편이지만, 2013년 적자를 기록한 뒤로는 계속 흑자 행진 중입니다. 지주회사인데 연결실적을 걷어내고 별도실적으로 봐도 괜찮습니다. 
 
특히 삼양홀딩스에게 별도실적이 중요한 이유는 배당 때문입니다. 삼양홀딩스 1968년 거래소에 상장한 이래 지금까지 56년 연속으로 배당을 하고 있습니다. 배당우량주를 넘어 한국형 ‘배당황제주’라고 표현해도 좋을 주식입니다.
 
또한 배당금을 조금씩 늘려주려고 애쓴 흔적이 보입니다. 매년 증액하지는 못했지만 여건이 될 때마다 조금씩 키웠습니다. 이 정도면 배당에 대해서는 믿고 투자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다만, 오랜 기간 배당금에 비해 주가 수준이 높게 형성돼 있다 보니 배당투자자들의 눈에 띌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1~2%대를 오가는 배당수익률로는 만족하기 어렵겠죠. 
 
하지만 지난 결산에서는 5.09%를 기록, 투자자들을 놀래켰습니다. 배당금을 주당 500원 늘리기도 했지만, 전년 대비 실적이 크게 감소해 주가가 하락한 것이 배당수익률을 높이는 데 결정적이었습니다. 
 
올해도 1분기 출발은 썩 좋지 않습니다. 그래도 과거 이력을 감안하면, 경영에 부담되지 않는 한 작년 수준의 배당은 유지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회사 측은 대외적으로 “별도 당기순이익의 30~40% 배당을 지향한다”고 밝혔으나 2022년 배당성향은 38%, 2021년엔 10%로 편차가 컸습니다.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1주당 배당금을 맞추는 데 신경 쓴 것으로 보입니다. 
 
작년 배당금이 유지된다면 현재 삼양홀딩스의 시세로 매수할 경우 4.6%의 배당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주가가 5만5000원대인 우선주를 매수한다면 기대배당수익률을 6.4% 높일 수 있겠죠. 다만 우선주는 거래량이 너무 부족해 단일가 매매 방식을 적용받고 있습니다. 하루 주식 거래가 1000주 미만인 날이 많아 주식을 사고파는 데 불편하다는 점 주의해야 합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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