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초고층' 들썩이는 여의도 재건축…건설사 각축전 예고
공작아파트 등 시공사 선정 속도
미성, 추진위 구성·광장, 신통기획 주민제안 접수
대형 건설사들, 눈도장 활발…"공사비가 문제"
2023-06-12 06:00:00 2023-06-12 06: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김성은 기자] 50살에 가까운 여의도 노후 아파트들이 재건축 절차를 밟아가는 가운데 건설사들이 시공사 선정을 위한 물밑 작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습니다.
 
11일 둘러본 서울 여의도 일대 재건축 아파트 단지들이 정기총회를 속속 개최하며 사업에 속도를 내는 모습입니다.
 
여의도 최고층 빌딩인 파크원 옆 공작아파트는 지난달 21일 토지등소유자 전체회의를 열고, 나우동인건축사사무소를 설계업체로 선정했습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설계가 나오고 공사비가 산출될 때 시공사 선정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성아파트는 지난달 27일 개최한 주민총회를 통해 재건축조합설립추진위원회 추진위원장과 부위원장, 감사, 추진위원을 뽑았습니다. 길 건너 자리한 광장아파트 담벼락에는 '신속통합기획 주민제안(안) 접수'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한강변을 낀 목화아파트는 여의도 최초로 조합설립인가를 받았습니다. 아파트 벽면에 "조합원들의 성원에 한강의 랜드마크로 보답하겠다"는 대형 현수막이 나부꼈습니다.
 
대교아파트는 조합 설립을 위한 동의율 75%를 달성함에 따라 조합 설립에 속도를 낼 예정입니다.
 
여의도 목화아파트 전경. '여의도 최초 조합설립인가'가 적힌 대형 현수막이 붙어 있다. (사진=김성은 기자)
 
여의도 최고령이자 최대 규모인 시범아파트는 지난해 11월, 한양아파트는 올해 1월 신속통합기획안이 확정된 바 있습니다. 각각 최고 65층, 54층으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여의도 재건축 아파트의 시공사 선정 시기가 무르익으면서 곳곳에 수주를 따내기 위한 대형 건설사의 현수막이 도배된 상황입니다.
 
시범아파트에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GS건설,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건설사들의 플래카드가 총출동한데 이어 '경남아너스빌' 브랜드를 내세운 SM경남기업도 눈에 띄었습니다.
 
최근에는 미성아파트와 광장아파트에도 대형사 현수막이 붙으며 수주전 열기를 더하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시가 지난달 말 여의도 금융특정개발진흥지구에 최대 1200%의 용적률을 적용하는 '여의도 금융중심 지구단위계획(안)'을 수립하면서 개발 기대감은 더욱 커졌는데요.
 
아파트 가격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시범아파트 전용면적 79㎡는 올해 1월 15억~16억원에 거래됐는데, 지난달 17억6000만원으로 실거래가가 뛰었습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재건축을 바라보고 있다 보니 매물 자체가 잘 나오지 않는다"면서 "급매가 나와도 현금을 준비해둬야 바로 잡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수주 전초전…공사비가 관건
 
여의도는 한강변에 금융중심지라는 상징성을 지닌 만큼 대형 건설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전처럼 출혈 경쟁을 펼칠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원자잿값과 인건비 인상으로 공사비가 크게 오르면서 건설사들이 수익을 남기기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일부 시멘트 회사들이 시멘트값 인상을 추진하면서 자재비 인상 기조는 지속되고 있는데요. 공사비에 대한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먼저라는 게 건설사 입장입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시멘트값이 오르면 레미콘값이 따라오르고, 공사 원가 상승에도 분양가는 오르기 어려울 것"이라며 "조합원들은 적은 공사비를 내고 분양가를 높게 받고 싶을텐데 추후 시공사 입장이 곤란해질 수 있다"면서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어 "여의도라는 입지적 장점이 있지만 고급화에 신경써야 해 공사비가 적으면 들어갈 수 없다"면서 "큰 사업장일수록 리스크도 커 신중하게 검토해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여의도 공작아파트 복도벽에 붙은 현수막. (사진=김성은 기자)
 
최근 정비사업에서 공사비 인상 문제로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을 빚는 사례가 많은데요. 여의도에서는 신탁방식 재건축이 활발합니다.
 
한국자산신탁은 시범·광장·수정, KB부동산신탁은 한양·공작아파트 등의 사업 시행을 맡았습니다. 은하아파트는 하나자산신탁을 예비신탁사로 선정했으며, 삼익아파트 단지에는 우리자산신탁과 한국토지신탁의 현수막이 걸려 있습니다.
 
한 신탁사 관계자는 "신탁 방식 재건축은 사업기간 단축과 자금 조달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면서 "몇 년 전부터 여의도에서 신탁 방식이 활발했다"고 말했습니다.
 
백아란·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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