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DB손해보험(005830)이 올해 화재보험협회의
한국항공우주(047810)(KAI) 항공보험 공동인수 계약에서 사실상 빠지기로 했습니다. 삼성화재가 내년도 KAI-화재보험협회 공동인수에 불참하는 방안을 검토한 가운데 보험사들의 이탈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DB손해보험은 지난달 26일 화보협회에 올해 KAI와의 시범비행 보험계약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DB손해보험은 사실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으나 화재보험협회는 이같은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화보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계약을 이어온 DB손해보험이 올해 시범비행보험 계약을 보유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시범비행보험이란 조립을 마치고 항공기를 시범 운행할 때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보장하는 보험입니다. 2005년부터 손해보험사를 대리해 KAI와 조립보험 계약을 공동인수해온 화보협회가 조립보험과 함께 시범비행보험도 계약해온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됐습니다. 시범비행보험은 항공보험으로 분류되는데, 화보협회는 항공보험 계약은 공동인수 할 수 없습니다. 손해보험협회의 공동인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조립보험과 시범비행보험을 함께 계약하기로 한 과정에서 손해보험협회의 인가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불분명한 상황입니다. 화보협회는 손해보험협회의 동의를 구했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그런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공동인수에 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특별협정은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소관 사항이기 때문에 손해보험협회가 결정할 수 있는 사항도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DB손해보험이 시범비행보험에서 빠지는 것은 이례적입니다. 보험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DB손해보험은 그간 KAI의 조립보험 계약에서 항상 시범비행보험 계약에도 참여했었는데요. 해당 보험은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커 논란이 일기 전부터도 인수를 하지 않는 보험사가 있었음에도 DB손해보험은 꾸준히 인수를 해왔던 것입니다. 하지만 시범비행보험 담보를 화보협회가 공동인수 했다는 사실이 최근 논란이 되자 발을 빼려는 모습입니다.
보험사들의 화보협회-KAI 공동인수 이탈 조짐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앞서 삼성화재·
현대해상(001450)·
롯데손해보험(000400) 등이 항공보험 계약에 이의를 제기한 데 이어, DB손해보험은 아예 해당 계약에서 빠지기로 한 것입니다. 삼성화재는 내년도 해당 계약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도 확인된 바 있습니다.
다만 화보협회 관계자는 "보험계약 입찰 전에 미리 보험사에 이메일을 보내 시범비행보험에 대해 각 보험사가 얼만큼의 지분을 보유할 것인지 답을 받은 뒤 계약을 추진해왔는데 보험사들의 반응에 당황스럽다"고 전했습니다.
회원사들의 문제제기가 계속되면서 화보협회도 내년도 KAI 조립보험 계약 입찰에서 시범비행보험 계약은 제외하는 방안도 열어놓고 검토 중입니다. 화보협회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것은 전혀 없으나 회원사들이 원한다면 계약 내용 변경은 가능하다"며 "협회는 회원사들의 권한을 위임받아 공동인수 계약을 하고 있기에 시범비행보험 계약을 원치 않는 보험사가 다수가 된다면 공동인수를 못 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시범비행보험을 계약에서 제외시킬 경우 KAI 조립보험 계약 입찰에서 차질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시범비행보험은 애당초 KAI의 요청으로 조립보험과 함께 계약이 이뤄졌던 것이기 때문입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KAI에서 한 보험증권으로 조립보험과 시범비행보험을 함께 계약하기를 원해 지금의 계약 형태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내년도 보험계약 입찰에서 KAI가 원하는 조건을 만족하지 못한다면 화보협회가 계약을 따내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DB손해보험이 화재보험협회의 KAI 조립보험 인수 과정에서 항공보험 계약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사진 = 화재보험협회)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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