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밭 퍼주기엔 한통속…여야 짬짜미 민낯
여야 '텃밭' 수혜 사업 동반 처리…상임위서도 속도 조절
선심성 정책 경쟁 가속화…부울경부터 '이재명 정책'까지
2023-06-05 06:00:00 2023-06-05 06:00:00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자진신고 및 조사에 관한 결의안이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윤혜원 기자] 21대 국회에서도 여야가 각자의 표밭을 공략할 사업을 겨냥해 서로에 이득이 될 만한 지점을 맞바꾸는 모습은 나타났습니다. 단연 두드러지는 사례는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입니다. 총선을 1년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인 만큼, 예타 문제 외에도 여야가 관심을 보이는 다양한 사안에서 ‘짬짜미’가 벌어질 가능성은 남아 있습니다. 
 
사업비만 20조…나란히 법사위·본회의 통과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예타 면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으로 알려진 지역과 직결된 사업에서 단행됐습니다. 대구·경북(TK)과 광주가 대표적입니다. 국회는 지난 4월 13일 본회의에서 TK신공항 특별법과 광주 군 공항 특별법을 통과시켰습니다.
 
두 공항은 사업비만 20조원이 들어가는 대규모 사업입니다. 대구 동구의 군 공항과 민간공항을 경북 군위-의성으로 이전하는 TK 신공항은 12조8000억여원, 광주 광산구의 군 공항을 전남 무안으로 옮기는 광주 군 공항은 6조7000억여원으로 각각 사업비가 추산되는데요. 주민 보상 비용 증가 같은 경우의 수를 포함하면 총사업비는 20조원을 넘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사업에 경제성 분석을 생략할 수 있도록 여야가 법을 마련한 것은 선거를 앞두고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됩니다. 두 법안이 상임위 단계에서 논의될 당시에도 이를 나란히 본회의에 넘길 움직임은 포착됐는데요. 여야가 대구와 광주의 숙원 사업을 주고받기식으로 진행하기 위해 속도를 맞췄다는 지적이 나왔던 했던 대목입니다.
 
지난 3월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TK 신공항 특별법은 애당초 같은 달 30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었습니다. 그러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하면서 3월 본회의 처리는 무산됐습니다. 
 
이런 사정의 표면적 이유는 법사위 회부 법안에 필요한 ‘숙려기간’이었습니다. 다만 광주 군 공항 특별법과 함께 통과시키는 방향으로 여야의 의견이 모인 점도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실제 광주 군공항 특별법은 지난 4월 6일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통과됐고 13일 두 법안은 법사위에 이어 본회의에서 통과됐습니다.
 
원자력교부세·지역화폐…‘추가 합작’ 가능성
 
이처럼 여야의 호흡이 일치하는 풍경은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잦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중앙정부 세수로 지역구에 대규모 재정을 지원하는 법안에 시동이 걸리는 양상입니다. 원자력안전교부세 제정과 지역화폐 법제화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국세에서 정해진 비율을 떼어내 지방자치단체 재정에 보태주는 지방교부세와 별개로, 원자력안전교부세를 신설해 해당 지역에 매년 추가 재정 지원을 하도록 하는 지방교부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교부세가 신설될 경우 혜택을 볼 지역에는 김기현 대표 등 부산·울산·경남 여당 의원들의 지역구가 다수 포함돼 있는 상황입니다.
 
지역 재정 지원 또는 사업 예산을 법으로 제도화하는 지역화폐 법제화 문제는 민주당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지역화폐에 예산을 매년 의무 배정하도록 하자는 구상인데,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표 정책으로 꼽히기도 하죠. 이런 내용의 지역사랑상품권법 일부개정법률안도 행안위에 계류돼 있습니다.
 
정의당도 정책 경쟁에 나섰습니다. 정의당은 지난달 ‘반값 대중교통 요금제’를 제시했습니다. 한 달 3만 원의 정액패스로 버스와 지하철 등을 횟수와 상관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입니다. 시민들의 교통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죠. 정의당의 핵심 지지층인 2030세대를 공략하는 차원으로 분석됩니다.
 
각 당이 지지층에 호소할 법안을 잇달아 들고나오면서, 정국에 따라 여야가 ‘딜’을 할 여지도 배제할 수 없게 됐습니다. 다만 이런 흐름이 표심을 잡기 위한 선심성 정책의 난무로 이어져 포퓰리즘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선거 직전 정치권이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은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 정책을 남발하는 것은 쭉 나타나 왔던 경향”이라며 “이번 총선은 특히 여당은 윤석열정부의 안정적 유지, 야당은 차기 정권교체의 가늠자로서 각각 의미가 있어 걸려 있어 포퓰리즘 경쟁이 더 치열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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