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수난시대입니다. 급등한 종목의 매도 보고서를 낸 애널리스트가 소속된 증권사는 업무가 마비될 정도의 항의에 시달리고, 유튜버들은 애널의 분석력을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개인 투자자들은 증권사 리포트보다 유튜브 방송을 통해 획득한 정보를 더 신뢰하는 모습입니다.
여전히 애널리스트가 기업 눈치를 볼 수밖에 구조,
에프앤가이드(064850)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국내 리포트 제공 시스템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입니다.
여의도 증권가 (사진=신대성 기자)
구조조정 1순위 '애널리스트'…투자자, '배터리 아저씨' 더 신뢰
증권사의 '꽃'이라 불렸던 애널리스트는 증권사 실적이 악화되면서 구조조정 대상 1순위로 전락했습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금융투자협회에 등록된 국내 애널리스트수는 1066명입니다. 2010년 1575명이었던 것에 비해 500명이 넘게 줄어든 것이죠. 중소형 증권사 중에는 애널리스트 수가 5명 이하인 곳도 있습니다.
매년 발간되는 종목 리포트의 숫자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2020년 2만3032개였지만 2021년 2만1798개, 작년에는 2만283개로 매년 1500개 이상의 감소세를 보이는 중이죠. 종사자수 감소가 리포트 발간의 수치 하락으로 이어진 셈이죠.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정보에 취약한 개인 투자자에게 돌아갑니다.
하지만 달라진 정보 제공 환경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입니다. 애널리스트 리포트 외에도 유튜브,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으로 주식 정보를 얻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죠.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시장 참여자는 늘어났지만 조사 분석 자료의 퀄리티는 떨어졌다"며 "애널리스트는 자기 논리를 펴는 사람인데 주가를 맞추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생겼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대형 증권사의 경우 IPO, IB팀이 있는데 기업분석팀에서 IPO팀이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의 업황을 좋지 않다고 주장할 수 없다"며 "한 회사 내에서 한 부서이기 때문에 부정적인 이야기를 쓰지 못하는 구조"라고 짚었습니다.
에프앤가이드 리서치 서비스 '독점'…"수익배분 구조, 문제"
신뢰도가 추락한 증권사 리포트의 이면으로 에프엔가이드의 플랫폼 독점 이슈를 꼽습니다. 국내에선 에프앤가이드가 사실상 국내 증권사 리서치 서비스를 독점하고 있는 시스템인데요. 리서치 유료화 플랫폼 와이즈에프엔을 2018년 흡수합병하면서 현존하는 대표 리서치 유료화 플랫폼 두개 모두를 보유 중입니다.
최성환 리서치알음 대표이사는 "에프앤가이드가 증권사에게 제공하는 보상은 보고서 열람 가능한 아이디 몇 개를 공유해 주는 것과 몇년 전부터 보고서 클릭 건수에 따라 몇십원씩 수익을 정산하는 것"이라며 "이것도 적극적인 요구가 있는 리서치센터에 해당한다. 만약 조회수가 1000건이고 건당 가격이 20원이라면 해당 보고서를 통해 2만원의 수익을 거두게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최 대표이사는 이어 "보고서 유통 경쟁 업체가 없고 정부의 무료 정책으로 에프앤가이드만 수혜를 거두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리서치 자료를 무료로 배포하는 네이버와 한경 컨센서스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리서치센터에겐 패널티를 부과한다는 지적입니다. 최 대표이사는 "예를 들어 네이버에 무료로 콘텐츠를 제공하면 조회수 건당 20원이 아니라 10원을 책정하는 식"이라고 말했습니다. 즉 증권사의 수익배분 구조를 축소한 것이죠.
결과적으로 애널리스트 입장에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것은 연봉이 되는데요. 연봉 협상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요 언론사가 선정해 발표하는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현직 애널들이 목을 매달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리포트의 퀄리티보단 매니저와의 관계가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주요 경제지를 비롯해 에프앤가이드의 경우 조선일보와 공동으로 리서치 우수 증권사 및 애널리스트 선정해 발표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선 개인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애널리스트 발굴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시장 영향력을 크게 행사하는 애널리스트에 대한 처우 개선 등이 필요하다는 시각인데요. 최 대표이사는 "스타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는 다르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시장에 새로운 화두를 던질 수 있어야 한다"며 "최근 배터리 아저씨 등 유튜브를 통해 개인들이 열광하는 리더들이 나오고 있는데, 사실 애널리스트가 이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진단했습니다.
"애널리스트 리포트 유료화 필요"…수익 창출 가능하도록
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스타 애널리스트 육성을 위해 리포트 유료화는 필연적으로 보입니다. 에프앤가이드가 나누는 미미한 수익은 사실상 애널리스트에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때문에 해외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은 유료 리서치 문화가 정착됐는데요. 피델리티(Fidelity) 같은 증권사에서는 자사 고객들에게만 리서치 자료를 무료로 제공하고 일부 독립리서치 보고서도 제공하는 중입니다. 나스닥에 상장된 대표적인 리서치 및 데이터 제공 업체 모닝스타(Morningstar), 전 세계 보고서를 취합해 유통하고 실적 컨센서스 등 데이터를 발표하는 팩트셋(Factset) 등도 있습니다.
애널리스트 리포트의 유료화가 진행되면 매번 지적되는 매도 리포트에 대한 부분 보다 중소형주 발굴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있습니다. 개인이 관심이 높은 종목 분석 보고서를 통해 영향력 확대가 이어진다면 자연스레 잃어버린 신뢰가 회복될 것이란 설명입니다. 최 대표이사는 "음원 수익배분과 마찬가지로 애널리스트가 어떤 증권사에 소속돼 있더라도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애널리스트의 리포트 소유권을 어느 정도 인정해 그 보고서를 통해 나온 수익을 쉐어할 수 있는 것이 좋은 방향"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리서치센터가 수익이 보장 된다면 자체적으로 활기가 돌고 신뢰도가 높은 리포트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해외 리서치센터들처럼 공매도를 위한 리서치를 낸다던가 할 수 있겠지만 현재로선 수익을 창출하는 부서가 아닌 지원부서로의 한편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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