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동아에스티는 동아제약에서 인적분할해 설립한 전문의약품(ETC) 기업입니다. 약국보다는 주로 병원에서 쓰이는 의약품을 제조 판매합니다. 그 외 의료기기, 진단기기 사업도 하지만 주력은 전문의약품입니다. 현재 개발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도 합성의약품, 바이오의약품, 천연물의약품 가릴 것 없이 많습니다.
동아에스티8CB는 동아에스티가 2021년 8월3일에 1000억원 규모로 발행한 전환사채입니다. 당시 구주주에게 358억원, 일반 공모청약을 받아 642억원을 조달했습니다. 이중 580억원은 송도공장 신설에 쓰고, 420억원은 임상3상에 돌입한 건선 치료제 DMB-3115 연구개발비로 사용했습니다. DMB-3115는 동아에스티가 개발 중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스텔라라‘입니다. 지난해 11월 미국과 유럽 등 9개국에서 글로벌 임상3상을 끝내고 허가 신청을 준비 중입니다.
전환가액 7만3800원…주가 5만5000원
동아에스티8CB는 2026년 8월에 만기가 돌아옵니다. 5년물 회사채죠. 신용등급은 A+입니다. 그런데 표면금리가 0%라서 중간엔 이자가 나오지 않습니다. 채권 만기에 3개월 복리로 연 1.00% 이자가 보장돼 있긴 한데 겉만 보면 우선순위에 올리기에는 부족해 보입니다.
고금리 예금도 많은 요즘 굳이 연 1%짜리 채권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전환사채라는 점과 풋옵션입니다.
동아에스티8CB를 보유한 채권자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주식 전환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주가가 전환가액을 크게 밑돌아 지금 주식으로 바꾸는 것은 아무 쓸모가 없을 뿐입니다.
동아에스티8CB를 발행할 때 최초 주식 전환가액은 8만6800원으로 정해졌습니다. 그 즈음의 주가 수준에 따른 겁니다. 이 가격으로 채권이 전부 주식으로 발행될 경우 신주 115만2073주가 늘어날 예정이었죠. 당시 주식 총수 대비 13.64%에 달합니다.
그런데 채권 발행 후에도 주가가 계속 하락해 전환가액도 인하 조정됐습니다. 대부분의 CB는 전환가액 조정 한도를 최초 전환가액의 70%로 설정합니다. 그런데 동아에스티8CB의 경우엔 85%로 설정했어요. 그만큼 우량하다고 판단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동아에스티 주가가 아무리 떨어져도 동아에스티8CB의 전환가액은 7만3800원까지만 인하 조정됩니다. 실제로 이 CB를 발행한 이후에도 주가가 계속 하락해 전환가액은 금세 최저가격으로 조정된 상태입니다.
동아에스티는 지난해 10월 4만원대까지 추락했다가 올해 초 6만5000원까지 올라선 후 조정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 5만5000원 부근에서 공방 중이에요. 하지만 채권 발행 후 낙폭이 너무 큽니다.
동아에스티는 2020년 34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채권을 발행한 2021년엔 156억원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지난해 167억원으로 소폭 회복했으나 1분기 영업이익도 67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감소했습니다. 아무래도 당분간 조정된 전환가액을 넘어설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그래도 동아에스티가 부도날 가능성은 희박한 만큼 채권 만기 때까지 원금 보장받으며 느긋하게 기다려볼 시간적 여유는 충분합니다.
채권차익 더하면 6%대 수익
그 전에 원리금을 회수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동아에스티8CB는 풋옵션과 콜옵션이 함께 달린 채권입니다. 5년 채권만기가 돌아오기 전에 풋옵션을 행사해 원리금을 조기에 상환받을 수 있습니다. 조기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첫 번째 기일은 채권발행 3년 후, 즉 2024년 8월3일입니다. 내년 8월이 다 될 때까지 주가가 전환가액 이상으로 오를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면 바로 풋옵션을 행사해서 원리금을 상환받을 수 있습니다.
이날의 상환율은 사채원금의 103.0415%입니다. 1000만원어치 채권을 들고 있다고 가정하면 1000만원의 원금과 30만4150원의 이자(세전)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자소득세 떼고 나면 25만7310원이겠군요.
첫 번째 풋옵션 행사일까지 1년3개월 정도 남았으니 연환산 수익률로는 3%도 안 됩니다. 이것으로 만족할 수는 없습니다.
다행히 현재 이 채권은 시장에서 액면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동아에스티8CB는 4월26일부터 사흘간 장내 채권시장에서 9700원을 기록했습니다. 9700원에 매수해 만기 때 원금 1만원을 돌려받으면 3.09%의 차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채권 매매차익엔 세금이 붙지 않습니다. 그래서 6% 이자 주는 채권보다는, 3% 이자와 3%의 매매차익을 올릴 수 있는 채권이 손에 쥐는 수익금은 조금 더 많습니다.
게다가 만에 하나, 채권 보유 기간 중에 동아에스티의 주가가 상승한다면 주식으로 전환해 채권이자보다 훨씬 큰 차익을 챙길 수도 있습니다. 가능성이 작을 뿐 불가능한 것은 아니니까요. 동아에스티의 미래를 믿는다면 내년 8월에 바로 풋옵션을 행사할 게 아니라 조금 더 기다려볼 수도 있을 겁니다. 어차피 풋옵션은 내년 8월3일 이후 채권만기 전까지 매 3개월 주기로 행사할 수 있으니까요.
다만, 콜옵션도 있는 채권이라는 점은 유의해야 합니다. 콜옵션은 발행회사가 채권을 중도에 상환할 수 있는 권리로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상승하면 언제든 행사될 수 있습니다.
물론 동아에스티로서는 표면금리 0%로 조달한 빚을 고금리 시절에 갚을 이유는 없습니다. 그러나 만약 동아에스티 주가가 오른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발행 조건에 따르면, 동아에스티는 주가(종가)가 15거래일 연속으로 전환가액의 130%를 초과할 경우, 즉 9만5950원 이상 유지할 경우 중도상환권리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이때는 채권자들의 주식 전환을 압박하기 위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채권은 회사가 갚아야 하는 부채이지만, CB는 채권자들이 주식 전환을 하는 만큼 부채가 주식으로 바뀌어 그만큼 회사의 부채가 사라집니다. 즉 채무상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식 전환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콜옵션을 행사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동아에스티가 콜옵션을 행사한다는 것은 주가가 9만5950원을 웃돈다는 뜻이므로 CB 투자자들도 환영할 일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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