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남해안의 골칫거리였던 굴 껍데기가 산업자원으로 변신하고 있습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굴 껍데기가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고급 소재와 제품으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소성방식이 아닌 용해방식으로 순도 높은 탄산칼슘을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굴껍데기로 만든 달항아리 인센스홀더. (사진=토이즈앤)
남해안의 굴은 국내에서만 연간 35만톤(t)이 소비되고, 수출액도 1000억원 이상인 효자 상품입니다.
하지만 연간 35만t에 달하는 굴 껍데기 가운데 30만t이 버려지거나 산업폐기물로 분류·방치돼, 굴 껍데기 처리와 재활용은 수산인과 지역사회의 오랜 과제였습니다.
굴 껍데기는 지난해 7월21일 발효된 수산부산물법에 따라 산업폐기물에서 제외되고 재활용이 가능해졌습니다. 이에 현대제철, 한국서부발전 등 대기업뿐 아니라 스타트업도 신기술을 개발해 탄소중립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토이즈앤은 통영·거제 일대에서 방치된 굴 껍데기를 세척·분쇄·정제·혼합·성형해 유백색 도자기 표면 같은 친환경 합성 신소재로 업사이클링했습니다.
토이즈앤은 "최근 케이컬쳐(K-culture) 상품인 달항아리 인센스(insense·향) 홀더를 출시해 신세계 면세점과 국립중앙박물관 매장 등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일본 Z-Mall, 미국 아마존과 싱가포르 소피 등 해외시장 진출도 이미 마쳤다"고 밝혔습니다.
우하영 토이즈앤 대표는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굴 껍데기 재활용 기술이 획기적으로 진전되고 있어서 이들 분야끼리 협업한다면 굴 껍데기 재활용 산업이라는 거대한 생태계가 곧 만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경남 거제 소재 PMI바이오텍은 최근 소성방식이 아닌 용해방식으로 굴 껍데기에서 탄산칼슘을 추출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습니다. PMI바이오텍은 묽은 염산으로 굴 껍데기를 녹이면 칼슘이 이온상태로 변하고, 필터를 통해 이온상태의 칼슘과 각종 부가유해물을 따로 걸러내는 방식을 적용합니다.
박정규 PMI바이오텍 대표는 "이 방식으로 순도 99.5%의 시약급 탄산칼슘을 정제해 내며, 재생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친환경 공법"이라고 말했습니다.
박 대표는 "2020년 기준 국내 탄산칼슘 시장 규모는 761억원 정도지만, 전세계적으로 굴 양식 규모가 커지고 있다"며 "특히 중국의 굴 생산량이 연간 500만t을 넘어선 상황에서 이런 친환경 정제 방식은 세계 탄산칼슘 생산 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유망 사업"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지홍태 통영굴수하식수협 조합장은 "우리는 굴 껍데기 처리문제로 오랫동안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웠다"며 "앞으로 2개 업체의 기술 성과가 더 알려져 굴 껍데기가 산업자원으로 널리 활용된다면 우리 조합원들은 굴 양식에만 더욱 전념할 수 있을 것"라고 말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