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최근 가파른 물가 상승의 영향으로 학원비도 잇따라 오르면서 학부모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고물가 상황에서 높은 사교육비를 감당하기 부담스럽지만 학원을 줄이면 자녀가 또래보다 뒤처질까 봐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많은 학부모들이 다른 지출을 줄이더라도 자녀 사교육만큼은 지속하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물가 상승에 학원비도 덩달아 올라…학부모, 부담되지만 학원 수 못 줄여
11일 교육계에 따르면 수도권 지역 상당수 학원이 올해 들어 수강료를 인상했습니다. 적게는 월 3~5만원부터 사교육으로 유명한 서울 강남 대치동의 경우 월 10만원 이상 올린 곳도 있습니다. 국어·수학·영어와 같은 입시 필수 과목은 물론 미술 등 예체능까지 모든 분야의 학원비가 오른 모습입니다.
서울에서 수학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공공요금과 임대료 등 모든 부분의 가격이 오르니 학원비도 같이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인상된 학원비가 부담스러워 학부모들이 학원을 끊을까 봐 불안해 최대한 안 올리려고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학원비가 인상되면서 학부모들의 부담도 커졌습니다. 보통 자녀 1명당 3~4개의 학원은 기본으로 다니고 있어 월 수십만 원의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게 됐습니다. 그럼에도 다수의 학부모들은 자녀가 다니는 학원 수를 줄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학원 수를 줄이게 되면 자녀의 성적이 떨어질까 봐 불안한 마음이 들어서입니다.
실제 통계청이 지난달 7일 발표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초·중·고 사교육비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사교육비 총액은 전년도보다 10.8% 상승한 26조원에 달했고,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역시 41만원으로 전년에 비해 11.8%나 올랐습니다.
최근 가파른 물가 상승의 영향으로 학원비도 잇따라 오르면서 학부모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자녀가 또래보다 뒤처질까 봐 학원 수를 줄이지는 못하는 상황입니다. 사진은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사진 = 뉴시스)
"내가 한 끼 굶더라도 애들 학원은 그대로 다녀야"
초등학생 자녀 2명을 키우고 있는 B씨는 "안 그래도 애들 학원비가 가계 지출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그 비중이 더 높아졌다. 내 월급은 그대로인데 다른 건 다 오르고 있다"며 "그래도 주변 사람들을 보면 다 그 정도 수의 학원은 보내고 있는 것 같아 나도 안 보낼 수가 없다. 식비를 줄여 내가 한 끼를 굶더라도 애들 학원은 그대로 다니게 할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중학생 자녀를 키우고 있는 C씨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학생들의 기초 학력이 떨어졌다는 보도를 많이 접하다 보니 불안해서 아이 학원만큼은 꼭 보내려 한다"면서 "아이 학원비를 감당하기 위해 퇴근 후 부업을 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9일 공개한 '2022년 서울 교육 정책 여론조사 및 컨설팅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1~12월 만 18세 이상 서울 거주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코로나19 창궐 이후 전반적으로 교육 환경이 더 나빠졌다'고 대답한 사람의 비율이 34.8%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이 가운데 '사교육비가 부담된다'고 답한 응답자가 52.5%에 이르렀습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소장은 "학부모들이 학원비 부담에도 사교육을 유지하는 이유는 대학 입시가 가장 크다. 자녀의 높은 성적과 이에 따른 좋은 대학 입학이 계급이자 지위라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상대평가 방식으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절대평가 전환과 대학 서열화 해소 등 정부의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최근 가파른 물가 상승의 영향으로 학원비도 잇따라 오르면서 학부모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자녀가 또래보다 뒤처질까 봐 학원 수를 줄이지는 못하는 상황입니다. 사진은 지난달 21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 학원에서 수험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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