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기아의 대형 SUV 전기차 EV9 판매가 시작됩니다. 부품 조달 문제가 완화되면서 자동차 판매량도 꾸준히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발목을 잡았던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도 피해갈 길이 열려 올해 실적과 배당도 좋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반도체 조달 풀리자 판매도 증가
3일 현대차와 기아의 3월 자동차 판매실적이 발표됐습니다. 각각 38.19만대, 27.83만대를 판매, 올해 1분기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현대차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1.3% 증가했고, 기아도 10.9% 늘어난 판매량입니다.
기아는 스포티지가 4만8463대로 가장 많이 판매됐습니다. 셀토스와 쏘렌토는 각각 2만7853대, 2만34대씩 팔렸습니다. 국내에서는 쏘렌토가 주력인데 해외에서는 스포티지가 단연 판매 1위에 올라 있습니다. 세단 판매량보다 많습니다.
이로써 기아는 지난 1분기 국내 14만1740대, 해외 62만5036대 등 총 76만7700대의 차량을 판매했습니다.
완성차 업체들은 코로나19로 차량용 반도체 등 부품 수급에 애를 먹었습니다. 판매량 감소는 물론 신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들도 주문 후 길게는 2년 가까이 대기해야 하는 등 적체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이제는 부품 조달이 개선되면서 자연스럽게 판매량도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제품 믹스에서 판매가격이 높은 SUV와 친환경 차량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도 긍정적입니다. 그만큼 수익성이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지난 30일에는 경기도 일산킨텍스에서 개최된 서울모빌리티쇼에 기아의 첫 번째 대형 플래그십 SUV 모델인 EV9을 공개, 언론과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으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기아는 2027년까지 매년 2~3차종의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입니다.
기아는 지난달 31일 시작된 서울모빌리티쇼에서 EV9을 공개했습니다. (사진=뉴시스)
EV9은 이달 중에 국내 시판 예정이며 하반기에는 미국에서도 판매가 시작됩니다. 또 내년부터는 EV9을 미국에서 직접 생산할 계획도 잡혀 있습니다.
기아의 모델들은 미국 소비자들에게 반응이 좋은 편입니다. 1~2월에도 미국 판매실적은 11.3만대를 기록, 전년 동기보다 23% 증가했습니다. 이는 38% 증가한 테슬라 다음으로 높은 성장률입니다.
기아의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은 15.8만대였습니다. 전체 판매량 290만대 중 약 5%의 비중입니다. 이중 EV6 판매량이 기아의 목표였던 10만대를 살짝 밑돌았는데 여기엔 반도체 이슈 등의 영향이 있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은 올해는 부품 수급이 점차 나아지고 있어 EV6만 10만대 판매가 무난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머지않아 EV9 판매도 시작되면 올해 전기차 판매량은 24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IRA 보조금, 큰산 넘었네
자동차 업계와 투자자들에게 큰 고민을 안겼던 IRA도 잘 피해 가는 모양새입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정부는 최근 한국산 양극재·음극재로 만든 전기차 배터리를 사용해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IRA 세부규칙을 공개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북미에서 만들거나 조립한 배터리 부품 50% 이상,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하거나 가공한 핵심광물을 40% 이상 사용해야 각각 3750달러씩 보조금을 지급합니다.
이 규정은 오는 18일부터 시행되며, 2027년까지는 핵심광물 비율을 80%로, 2029년까지는 배터리 부품 비율을 100%로 2배씩 높여야 합니다.
우리 기업들은 지금처럼 양극활물질, 음극활물질을 한국에서 생산하고, 양극판, 음극판은 미국에서 제조하면 보조금 대상에 포함될 수 있어 우리 기업들이 요구한 내용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다만 광물조달국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빠져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번에 조정된 세부규칙 덕분에 우리 기업들은 큰 산을 넘을 수 있게 됐습니다. 보조금 7500달러를 받을 수 있는가는 전기차 판매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IRA로 인해 소수의 전기차만 7500달러 보조금을 전액 받을 수 있다는 현지의 평가가 나온 것도 기아에게는 긍정적입니다.
실적·배당 늘었는데 여전히 저평가
IRA 보조금이란 큰 산은 거의 넘었고 테슬라의 가격 인하 정책도 기아의 목표 달성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2026년 81만대, 2030년 120만대 판매가 목표입니다. 그에 앞서 올해 가이던스는 판매 10% 증가, 영업이익률 9.5%를 제시했습니다. 또한 앞으로 5년간 총 2조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도 발표했습니다.
실적이 증가하는 데 맞춰 배당도 늘리는 중입니다. 기아는 이익 성장과 함께 배당을 증액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총에서는 주당 3500원 배당이 확정됐습니다. 5년 전 900원 배당금이 3500원으로 4배 증가한 것입니다. 이익은 그보다 더 커져 오히려 배당성향은 낮아졌습니다.
3500원을 배당하면서 2022년 기아의 배당수익률은 5.90%로 기록됐습니다. 지난 1~2월 주가가 반등해 지금 주식을 매수할 경우 5%대 수익률을 맞출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익이 계속 증가하고 배당도 그에 맞춰 증액할 경우 1~2년 후 다시 5%대 배당수익률에 올라설 수 있을 것입니다.
이익성장에 비해 주가는 오르지 못해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계속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에서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두 자릿수이면서 이렇게 저평가된 종목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증권사들이 제시한 기아의 목표가는 대부분 10만원을 넘습니다. 올해 주가가 많이 올랐는데도 여전히 목표가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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