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글로벌 경기 침체로 물동량이 크게 줄면서 컨테이너선 운임 하락이 지속되는 가운데, 컨테이너선을 빌리는 용선료 역시 떨어지고 있습니다. 컨테이너 용선 수요가 급감한 건 아니지만 선사들의 용선 계약형태가 중·소형 선박과 단기 위주로 변화 중입니다. 이에 해운 시장 상황이 변하면서 대형 선박 위주의 선박 리스사 상황이 어려워 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15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컨테이너 선박 용선료 변화를 추적하는 하펙스 지수(HARPEX Index)는 이달 초 1056포인트(p)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3월 사상 최고치인 4586.25p 대비 약 77% 하락한 수치입니다.
해상운임 지수 하락폭도 유사합니다. 지난해 3월 상하이컨테이너 운임지수(SCFI) 평균은 4600선(△3월4일 4746.98p △11일 4625.06p △18일 4540.31p △25일 4434.07)으로 집계됐습니다. 하지만 SCFI는 이달 들어 80% 급감해 920선(3월3일 931.08p·10일 906.55p)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물동량 회복이 이뤄지지 않아 운임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더군다나 과거 코로나19 호황기 시절 발주한 컨테이너선이 내달부터 본격 인도가 예정되면서 공급과잉까지 우려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해운리서치 전문기관 MSI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신규 컨테이너선 인도량은 71만7900TEU(1TEU는 길이 6m 컨테이너 1개)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용선 계약 조건은 달라지고 있습니다. 컨테이너 용선 계약의 대부분은 1만TEU 이하의 중·소형 선박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원인으로는 앞으로 인도될 선박 가운데 대형 선박 비중이 크다는 점입니다.
컨테이너 선박 용선료 변화를 추적하는 하펙스 지수(HARPEX Index) 추이 (캡쳐=트레드링스 홈페이지)
컨테이너선 인도, 80% 이상이 대형선박
프랑스 해운 조사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글로벌 선사들에게 인도될 컨테이너선은 △2만3000~2만4000TEU급이 23% △1만3000~1만5000TEU급이 60% △7000TEU급이 17%로 분석됐습니다. 80% 이상이 1만3000TEU 이상의 대형 선박인 겁니다.
대형 선박들이 지난해 호황기 시절 장기용선 계약으로 시장에 투입됐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선박들의 경우 코로나19에 따라 선박이 부족하던 시절, 장기 용선 계약을 통해 이미 시장에 투입됐다"며 "일부 선사들은 지난해 대형 선박의 용선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용선 기간 계약도 10년 이상에서 1년 안팎으로 급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지난해 HMM은 컨테이너선을 14년간 장기 용선 계약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다만 최근에는 이같은 장기용선보다 단기 용선에 대한 계약이 글로벌 선사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영국 선사 GSL은 지난해 10월 이후 4척의 선박을 10개월 기간으로 용선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스위스 업체 MSC도 3469TEU급 컨테이너선을 2~4개월, 1350TEU급 선박을 5~7개월간 용선했습니다.
이에 대형 선박을 위주로 임대업을 하는 리스 업체들의 전망이 어둡다는 설명입니다. 올해 보유 선박의 대부분은 용선계약이 체결됐지만, 신조 선박 인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추가 용선 계약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용선 기업이 줄어들 경우, 선박 임대 업체 폐선량이 확대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됩니다.
스위스 해운업체 MSC의 'INGY호'(1만9460TEU급)가 지난해 부산항 신항 1부두(PNIT)에 입항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