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에너지 섹터에 속한 기업, 특히 유한 합자회사(LP, Limited Partnership) 형식의 기업들은 고배당주로 유명합니다. 벌어들인 이익의 상당 부분을 배당하도록 설계돼 있어 두 자릿수 배당수익률 종목도 흔합니다.
KNOP도 그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KNOP가 지난 1월에 지급한 분기 배당금이 전 분기의 20분의 1로 급감해 투자자들을 놀래켰습니다. 주가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일시적인 배당컷이라면 매수 기회가 될 수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고배당주 후보에서 제외해야겠죠.
KNOP는 노르웨이의 해운사 크누센NYK오프쇼어탱커스(KNOT, Knutsen NYK Offshore Tankers)의 LP입니다. KNOP의 스폰서인 KNOT는 TS Shipping Invest AS(TSSI)와 일본 유센 카이샤(NYK)가 공동 소유하고 있습니다.
탱커, 즉 유조선을 보유하고 있는데 일반적인 유조선과는 조금 다릅니다. KNOP는 셔틀탱커 부문에 집중하고 있어요. 산유국에서 아시아, 유럽으로 원유를 실어나르는 초대형 유조선이 아니라, 해상유전에서 육상 기지로 운송하는 일종의 셔틀버스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죠. 그래서 셔틀 탱커는 “떠다니는 파이프라인”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북해 셔틀탱커 용선스케줄 ‘휑~’
KNOP는 주로 유럽의 북해와 브라질의 해양 석유 생산지에서 셔틀탱커를 운영합니다. 구체적으로 쉘, 에퀴노르, 토탈, 페트로차이나 등 많은 석유 메이저들에게 배를 빌려주고 용선료를 받는 사업모델입니다. 용선사 중엔 KNOT도 포함돼 있습니다.
KNOP는 현재 18척의 셔틀탱커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선박의 평균 선령은 8.4년이며 용선 계약의 평균 잔여기간은 1.9년입니다. 또한 KNOP의 정기 용선사들은 평균 3.0년의 용선 기간을 추가로 연장할 수 있는 옵션을 갖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운항 중인 셔틀탱커 76척 중 18척이니까 작은 규모는 아닙니다. 2025년까지 인도 예정인 신규선박도 6척에 불과하다는군요.
이것만 보면 KNOP이 갖춘 하드웨어는 좋은데 처한 상황은 여의치 않아 보입니다. 크게 보면 브라질 쪽 상황은 괜찮은데 북해와 노르웨이 부문은 공급 과잉 문제를 겪고 있어요.
브라질의 석유 생산량은 높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올해에도 당분간 이런 상황이 지속될 전망입니다. 이에 따라 브라질의 셔틀탱커 수요도 함께 좋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KNOP의 선박 18척 중 14척이 브라질에서 주로 운항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나머지 4척이 오가는 북해, 특히 노르웨이 부문은 운항 재개가 지연되면서 수요와 용선료가 계속 하락하고 있어요. 올해도 셔틀탱커 수요는 가용 톤수 수준 이하로 유지될 전망입니다. 전쟁으로 인해 각국이 에너지 생산에 우선순위를 두어 미뤄준 해양프로젝트를 진행한다거나, 일부 노후 선박이 시장에서 퇴역해야 좋아질 수 있을 텐데 아무래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노후선박의 정비와 수리, 코로나로 인한 드라이도킹도 감안해야 할 부분입니다. 선원이 코로나에 감염될 경우 배는 항구로 들어와 방역을 해야 하죠. 또 수리와 유지보수 기간과 비용도 과거 평균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요. 실제로 지난해엔 레나크누센 호와 윈저크누센 호는 115일 동안 드라이도크에 정박해 있었습니다. 물론 이런 때를 대비한 보험에도 가입했습니다.
KNOP가 처한 상황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것이 다음의 <그래프>입니다. KNOP의 지난 3분기 프리젠테이션에서 발췌한 이 현황표엔 보유선박 18척의 용선 현황 및 계획이 실려 있습니다. 이름 옆에 별표가 붙은 선박이 주로 북해에서 운항 중인 셔틀탱커입니다.
그래프에서 파란 막대는 용선이 예정된 기간을, 회색 막대는 용선사가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옵션기간을 나타냅니다. 연두색 작은 막대는 선박의 드라이도크를 의미해요. 이 기간엔 배를 쓸 수 없겠죠.
한눈에도 올해부터 운항 스케줄이 잡혀 있지 않은 배가 너무 많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KNOP는 보유선박의 평균 잔여 용선기간이 1.9년이며, 용선사의 옵션으로 평균 3.0년 추가 연장이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이 현황표는 작년 3분기 기준입니다. 지금 시점의 운항 스케줄은 이보다 많이 채워졌을 것이라 예상되는데, 과연 얼마나 채워졌는지가 관건입니다. 급하게 서둘러 채우다 보면 제값을 받지 못할 위험도 커집니다. 고정비용을 감안하면 배를 놀리는 것보다는 싼값에라도 빌려주는 게 낫겠지만 마진은 크게 악화되겠죠.
배당 줄고 세금은 늘고
게리 채프먼 KNOP CEO는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 당시 “단기적으로 북해지역 운항 선박을 제3자 용선이나 기존 유조선 시장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요율로 빌려줄 경우, 분배 가능 현금흐름에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발언은 예고편이었습니다. 지난 1월 분기 배당금이 주당 0.026달러였거든요. KNOP는 수년간 분기마다 0.52달러를 지급했습니다. 즉 배당금이 20분의 1로 급감한 것입니다. 웬만해선 배당금을 이렇게까지 줄이지 않겠죠. 이제 연간으로 2.08달러를 받던 배당금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2달러를 넘었던 주당순이익(EPS)이 1달러대 중반 아래로 내려온 상황에서 배당금 삭감은 당연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낙폭이 워낙 커서 충격도 컸습니다. 배당 발표가 나온 날 주가는 33%나 폭락했습니다.
올해에도 좋아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북해와 브라질의 해양 석유 생산업체들의 투자와 향후 수년간 셔틀탱커 공급이 제한적이었다는 점을 참고하면, 추가 용선계약도 나오겠죠. 그러나 불확실성이 높아진 시기에 KNOP 실적에 지대한 영향을 줄 장기 계약을 성사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배당의 재원이 될 단기 현금흐름 개선이 중요합니다.
정확한 4분기 실적과 2022년 연간 실적은 오는 3월15일(현지시각) 뉴욕증시 개장 전에 발표될 예정입니다. 이날 오전 10시에 컨퍼런스콜도 열리니까 질의응답 내용을 보면 과연 이 종목을 배당주로 투자해도 괜찮을지 판단할 수 있겠죠.
운항 스케줄표가 어느 정도 채워지고 장기 전망이 긍정적으로 나온다면 고배당주를 저가에 매수할 수 있는 기회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한동안은 멀리해야 할 겁니다. 미국 증시에서 배당컷은 때로는 기회가 되지만 때론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들어섰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에너지 관련 섹터 내 배당성향이 매우 높은 종목들에게서 종종 목격되는 고배당주들의 운명이죠.
한편 LP 종목은 배당에 붙는 세금이 15%가 아니라 37%입니다. 배당수익률이 높은 만큼 세금도 많이 뗀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해요.
게다가 미국 국세청(IRS)의 조세법 섹션 1446에 따라, 올해 1월부터는 PTP(Publicly Traded Partnership)로 지정된 미국 주식과 채권들은 보유기간에 상관없이 매도금액의 10%가 원천징수됩니다. 미국인이 아닌 사람이 미국 내 천연자원(원유·가스·농산물 등), 파이프라인, 부동산서비스업체 종목을 매도할 때 매도금액의 10%를 원천징수하는 내용입니다.
특히 이익과 손실 발생 여부와 상관없이 뗀다는 게 중요합니다. 손해여도 공제해요. 따라서 PTP 종목은 무조건 11% 이익을 내야 본전입니다. 100달러어치 주식을 매수해서 주가가 10% 오르면 평가차익은 10달러인데 매도시엔 110달러의 10%인 11달러를 공제해 결과적으론 손실이기 때문이죠. 여러 가지로 투자에 제약이 많아졌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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