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침입니다. 한국 디지털산업 촉진에 관한 간담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은 지난 8일 열린 '제16차 디지털 국정과제 연속 현장간담회' 참석에 앞서 챗GPT에 인사말 작성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 디지털산업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인사말, 7문단 등의 키워드와 함께요. 결과는 앞서 말한 두 문장 이외에 의미있게 전달할 내용은 없었다고 합니다. 박 차관은 "간담회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가 없어서 그런지 좋은 문장으로만 돼 있어 읽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마무리를 하고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옮겨갔는데요. 그의 에피소드를 듣고 있자니 최근 영역을 가리지 않고 회자되는 챗GPT 열풍의 여러 단면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챗GPT는 그야말로 신드롬급의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이을 세 번째 혁명이 메타버스와 웹3.0인 줄 알았더니 챗GPT였다는 우스개소리가 나오기도 합니다. 이 같은 열풍을 확인하듯 지난해 연간 실적 발표가 한창인 현재 ICT 기업의 실적발표 설명회에는 챗GPT에 대한 언급이 빠지지 않습니다. 국내 양대 플랫폼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서치GPT'와 '코GPT'의 상용화 서비스를 연내 선보이겠다고 선언했고, 최대 통신사 SK텔레콤은 에이닷에 챗GPT를 접목해 한국형 챗GPT를 선보이겠다고 밝혔습니다. 반도체 한파로 신음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도 챗GPT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되지요.
이 때문인지 미국이나 중국 이외에 이런 세계적 현상에 대응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는 자부심이 곳곳에서 나타나기도 합니다. 과기정통부가 다음번 현장간담회 주제를 '챗GPT와 AI'로 설정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그간 누적돼 온 한국의 ICT 플랫폼 경쟁력을 발판으로 시장 기회를 선점할 수 있도록 정부 역시 뒷받침하겠다는 의지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사람들은 챗GPT의 부작용에는 눈을 감고 있는 듯합니다. 우선은 윤리 문제를 들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챗GPT에 의존해 시험이나 과제를 수행하는 등 챗GPT를 부정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챗GPT가 선정적이거나 편향적이거나 사실과 다른 답변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꽤 논리적으로 보이는 답변이라도 가만히 뜯어본다면 잘못된 정보이거나 무의미한 내용일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는 챗GPT의 학습 단계에서부터 잘못이 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챗GPT가 열풍에 그치지 않고 산업화로 이어진다면 우리는 많은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미래 세대들은 'AI 네이티브'로 성장하게 될 거고요. 그렇다면 기술의 활용을 연구하는 동시에 AI 시대에 대비하는 윤리 지침도 함께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모바일 시대에 들어서며 생활의 편의와 함께 과거엔 존재하지 않았던 사회 문제와 범죄들이 양산됐듯, 챗GPT 시대에도 빛과 그림자는 존재할테니까요.
김진양 IT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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